세종문화회관 앞이 '문재인 토크 콘서트장'이 됐다. 2500여 명의 시민은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에도 발을 동동 구르며 '문재인'의 입만을 바라봤다. 27일 오후 6시부터 7시 반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풍경이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 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이날 마지막 유세로 서울 광화문을 택했다. '문재인'을 연호하는 목소리를 뚫고 연단에 오른 문 후보는 "새 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 문재인"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노란색 패딩으로 색깔을 맞춘 운동원들, 팬클럽의 풍선 대신 바람개비를 하나씩 든 시민들 모두 박수로 환호했다.
문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려줬다, 안 후보의 진심과 눈물을 잊지 않겠다"며 "안 후보가 이루고자 했던 새 정치의 꿈을 내가 반드시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는 "기초 단체장의 정당 공천을 배제하고 국회의원 기득권을 내려놓고, 검찰을 확실히 개혁하겠다"며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결선에 나갈 후보를 국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최종 2인에 오른 두 후보를 두고 다시 투표하는 것을 뜻하며, 그동안 진보 정당에서 꾸준히 도입을 요구했던 제도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벌였던 '단일화' 과정이 필요 없게 된다. 결선 투표로 마지막 링에 오를 후보를 국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기때문이다. '관객' 입장에서 문 후보 연설을 들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커다란 박수가 터져나왔다.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누가 제대로 할 수 있는 후보냐, 경제성장도 안보도 박 후보보다 내가 낫다"고 자신했다. 문 후보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 다음 정부 5년에 그치지 않고 10년·20년 이어지는 튼튼한 집권 기반을 갖추겠다"며 "12월 19일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지원 나선 손학규, '저녁이 있는 삶' 슬로건 선물이 같은 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도 함께 자리했다.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이후 손 상임고문이 전면에 나서 문 후보 지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 고문은 "문 후보를 보니 당선될 거 같고, 정권교체가 될 것 같다"며 "새로운 정부, 새로운 정치에 문 후보가 앞장서 열어나갈 것을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문 후보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다. 바로 본인의 선거 슬로건이었던 '저녁 있는 삶' 증정이 그것이다.
손 고문은 "문 후보가 TV 토론에서 본인이 후보가 되면 '저녁 있는 삶' 구호를 빌려달라고 했다, 이제 문 후보가 민주세력의 단일후보가 됐으니 마땅히 '저녁이 있는 삶'을 문 후보에게 몽땅 드리고자 한다"며 '저녁이 있는 삶'을 열창했다. 문 후보는 손 후보의 책 '저녁이 있는 삶'을 높이 치켜들며 반겼다. 선물은 또 이어졌다. '문재인 짝꿍' 김정숙씨는 문 후보에게 안개꽃 한아름을 선물했다.
문성근 민주당 상임고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유세는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컨셉트는 '문, 문을 열어라'다. 문 후보가 공약한 '복지·일자리·경제민주화·새로운 정치·평화와 공존의 문'에 어울리는 게스트가 초대돼, '대통령은 문 후보가 적임자'임을 말하는 형식이었다.
'경제민주화의 문'은 안철수 전 후보 캠프에서 국민정책참여단장으로 활동한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가 열어젖혔다. 연단에 오른 선 대표는 "왜들 이러세요, 제가 못 올 데 왔습니까?"라고 말해 관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나는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를 지지했다"며 "안 후보가 양보했고, 지금 야권단일후보는 문재인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12월 19일 정권 교체하고 정치 권력을 교체하고 경제 권력도 교체해 민생 경제를 따뜻하게 하자"고 외쳤다.
장애인 대표로 나선 김경민씨는 '복지의 문'을 강조하며 직접 작곡한 피아노곡 '희망'을 들려주었다. 능숙하진 않지만 '희망'이라는 진정성이 담긴 피아노 선율이 광화문 광장에 울려퍼졌다. '일자리의 문'을 소개하기 위해 등장한 김조광수 영화감독은 "빨간색 이상한 현수막에 비정규직 없앨 사람이 박근혜 후보라는 데 맞냐"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야권단일후보 문재인"이라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유세 중간 '사노라면, 지금 이 순간' 합창은 토크 열기를 달아오르게 할 촉매제 역할을 했다. 여기에 안도현 시민캠프 선대위원장의 <우리는 깃발이 되어간다>와 도종환 의원의 <담쟁이> 시 낭송이 양념처럼 버무려졌다.
'콘서트'처럼 진행된 이날 유세의 마지막도 노래로 장식됐다. 작곡가 김형석씨가 만든 <사람이 웃는다>가 울려퍼지는 동안 문 후보와 부인 김정숙씨는 시민들 한 가운데로 들어가 함께 노래를 열창했다. 저마다 손에 핸드폰을 든 시민들 물결이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을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