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부인 김정숙씨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부인 김정숙씨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정치쇄신 공약으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이라는 깜짝 카드를 내놨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한 후보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다시 선거를 치르는 제도다.

문 후보는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 지역 유세에서 "(지금까지 정치혁신 방안으로 발표한 공약 외에) 한 가지 더 약속을 드리겠다"며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서 결선에 나갈 후보를 국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결선투표제는 그동안 진보 정당 및 정치학자들 사이에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다수 득표자가 당선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노태우(36.6%)·김영삼(42.0%)·김대중(40.3%)·노무현(48.9%)·이명박(48.7%) 등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과반 득표에 미달해 '대표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투표율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체 국민의 3분의 1 정도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된 셈이었다.

또 보수의 압도적 우세라는 정치적 환경으로 인해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전체 선거 구도를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면서 전체 선거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했다. 그 결과 제대로 된 정책 경쟁보다는 단일화를 위한 선거 공학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가치연대를 추구한다고는 했지만 결국 최대 쟁점은 후보단일화 방식(룰) 싸움이었다.

결선투표 주장해 온 진보진영, 문재인 제안에 환영

특히 진보 정당의 경우 그동안 '사표' 논란으로 대의(정권교체)를 위한 희생을 암묵적으로 강요받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는 본선에 나서지도 못하고 대선 레이스를 접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YTN라디오에 출연해 "후보 단일화는 사실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정치 문화이고 행태"라며 결선투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 대표는 지난 7월 결선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낸 바 있다.

그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최종 승자는 어떤 경우에도 50% 넘는 안정된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되고 소수파들도 사퇴 압박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국민들의 지지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결선투표제가 없어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압박, 자칫 잘못하면 정권이 엉뚱한 곳으로 가기 때문에 기량을 펼치지도 못하고 포기하라는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가 결선투표제 도입을 공약으로 전격 제시한 것은 문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면서 사퇴한 심상정 후보 등 진보진영 껴안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진보정의당 등 진보진영은 문 후보의 발표 뒤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결선투표제가 현실화되면 진보정당은 유권자들의 사표 심리에서 벗어나 대선 과정에서 유의미한 정책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된다. 2위를 하지 못하더라도 1~2위 후보와 정책을 고리로 연정을 꾸리는 등 여러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 진보정당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세력을 넓히는 데 유리한 정치적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안철수 눈물'에 문재인 결심... 박근혜는 '글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또 문 후보의 이날 깜짝 공약 발표는 안철수 전 예비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결선투표제 도입 필요성을 직접 느낀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문 후보가 역대 대선에서 되풀이되온 국민 참여가 배제된 단일화의 한계를 직접 경험하고 난 뒤 제도 개선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의 눈물'이 결선투표제 도입을 결심하게 했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유세에서 "안 후보의 그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의 진심·눈물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제가 흘릴 수도 있었던 그 눈물의 의미를 끝까지 간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 룰 싸움 등 소모적인 경쟁을 하기보다 본선에서 2위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정책 경쟁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인위적인 단일화 게임 대신 결선투표 과정에서 국민의 선택에 의한 연합이 가능하게 된다.

문 후보 캠프의 김현 대변인은 이번 제안에 대해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단일화 논의에만 치중해 정책 경쟁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점, 1987년 이후 역사적 경험에 대한 종합 검토를 한 결과"라며 "결선투표제 도입은 국민의 의한 제도적 단일화를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는 방안으로 국민적 정당성과 민주적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물론 새누리당의 입장이 변수다. 문 후보의 이번 공약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동의가 필수다. 하지만 결선투표제에 대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결선 투표도 상당히 부작용이 심하다"며 "우리나라는 양당제가 정착되고 있는데 결선투표를 하게 되면 다당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당제는 대통령제하고는 잘 안 맞는다"고 반대 뜻을 밝혔다.


태그:#문재인, #안철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