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산천어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든 정갑철 화천군수, 그가 말하는 축제의 역사를 들었다.
 산천어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든 정갑철 화천군수, 그가 말하는 축제의 역사를 들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군수님! 뉴스 보셨어요?"
"무슨 뉴스?"
"산천어축제가 세계7대 불가사의로 선정되었대요."


지난해 12월 1일, 정갑철 화천군수는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산천어축제를 CNN에서 세계 겨울철 7대 불가사의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정 군수는 인터넷을 열었다. 정말 화천 산천어축제가 세계 겨울철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다. 그의 머리에는 산천어축제를 처음 시작할 때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한 사람의 고집이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었다

산천어축제 장면, 주말이면 일일 16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산천어축제 장면, 주말이면 일일 16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화천은 86%가 산이고 6%가 물이다. 나머지 8%가 농지와 시가지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또 전국적으로 볼 때 4차선 진입로가 없는 유일한 지역이 화천이다. 그러다보니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투자자가 없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농지가 적다보니 농업으로 승부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는다.

여기서 정 군수가 착안한 것이 '청정의 자원화'다. 소규모 농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청정이란 꼬리표를 붙여 고가의 판매할 수 있다면 소규모 농지의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청정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심 끝에 그가 결정한 것이 산천어다. 당연히 이 말은 지역 주민들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화천에 살지도 않는 산천어를 어떻게 상징화시키겠으며, 그것으로 어떻게 지역을 변화시키겠냐는 것이다.

2003년 화천천의 물을 가두고 얼음을 열려 1월 11일부터 16일까지 모험을 시작했다. 축제이름은 산천어축제로 정했다. 당시 화천에는 '낭천얼음축제'라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동네잔치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 군수는 주민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이번 축제에 2만 명이 온다면 시장 한복판에서 춤을 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22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이것은 화천에 한국전쟁 중 중공군이 내려온 것을 빼고 최고로 많은 사람들이 화천을 찾은 데이터다. 당시 일화도 있다. 축제라고 열었는데 적어도 구색은 갖추어야 했다. 읍내 식당가에 '축제장에 나와서 장사를 좀 해주십시오'라고 부탁했지만, 낭천 얼음축제에서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던 경험이 있는 상인들이 거절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22만 명이 찾을 정도의 결과가 나오니 우습지도 않은 현상이 벌어졌다. 이듬해인 2004년, 축제를 열기 몇 달 전부터 관내 식당가들은 서로 입점하겠다고 경쟁을 벌였다. 2회 축제에는 1회 때 참여했던 관광객들의 입소문 그리고 언론의 경쟁적인 보도로 58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 당시 문화관광부에서 지정하는 '문화관광 예비축제'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2005년 제3회 산천어축제에는 87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이어 2006년도 제4회 축제 때 103만 명이 화천을 찾으면서 문화관광부 지정 유망축제로 선정되었다. 2007년 제5회 축제에 125만 명, 2008년 제6회에는 130만 명, 2009년, 2010년 연속해서 100만 명이 넘어서면서 꼭 2년 단위로 우수축제,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었다. 이것이 국내 축제에서 최단 기간 내 이루어낸 성과로 평가받는 부분이다.

또 2009년 축제부터는 100만 명의 관광객이 넘어서면서 카운팅을 중단했다. 이유는 관광객 숫자에만 연연하다보면 자칫 축제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2011.12.1 CNN에서 산천어축제를 세계7대 불가사의로 보도했다.
 2011.12.1 CNN에서 산천어축제를 세계7대 불가사의로 보도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그러면 여기서 산천어축제의 성공 요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주민들에 의한 축제기획과 행정의 측면지원 시스템. 주민과 행정의 화합을 들 수 있다. 다음은 모든 프로그램의 무료입장과 전국 축제에서는 최초로 2006년부터 도입한 상품권제도이다.

상품권은 화천 지역에서 현금처럼 유통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무료입장이라고 해 놓고 낚시터 등 일부 프로그램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그러나 그 금액만큼 상품권으로 다시 돌려주기 때문에 무료입장이라는 표현이 맞다.

이 상품권을 타 지역으로 가져가봐야 휴지에 불과하다. 왜냐면 화천에서 현금으로 취급되지 타 지역에서는 한낱 종이 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이 상품권으로 식사를 하든, 차량에 유류를 넣든 화천에서 소비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다'라는 정 군수의 판단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또 상품권을 두 가지로 분류했다. 하나는 지역 내에서 현금처럼 유통되는 '화천사랑 상품권'과 또 하나는 '농촌사랑 나눔권'이다. 농촌사랑 나눔권은 축제장 내에 마련된 지역 농산물 판매코너에서 농산물만 구입해야 한다. 언급한 것처럼 지역의 소규모 농지에서 생산된 농산물 판매를 통해 농촌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함에서다.

이같이 추진한 결과 강원발전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산천어축제는 995억 원의 지역경제 직접효과가 이루어졌으며, 상품권 유통액은 15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또 산천어축제로 인해 재미있는 현상도 발생했다. 화천 산천어축제가 성공할수록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곳이 춘천시다. 산천어축제기간 춘천의 대표 음식인 닭갈비촌에는 산천어낚시 입장표를 단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춘천시의 호텔 등 숙박업소 또한 특수를 누린다.

그러면 왜 산천어축제에 참여했던 관광객들이 저녁시간대에 춘천시로 나가야 했을까! 답은 뻔하다. 화천에는 특별한 야간문화가 없다는 것과 콘도나 호텔 등 대형 숙박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고민 끝에 2009년 봄부터 주민들에게는 일거리를 창출해주고, 축제기간에 시내를 밝힐 산천어등을 만들었다. 밤에 볼거리를 제공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묶어두자는 의도에서다.

그렇게 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2만4000여 개의 산천어등이 화천읍내를 수놓은 풍경. 이 환상적인 광경에 대해 화천군 홍보대사인 이외수 선생은 '선등(仙燈)거리'라 이름지었다. 이 거리를 거닐면 누구나 신선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관광들의 발길을 잡아 놓은 건 좋은데, 부족한 숙박업소가 문제다. 그 해법으로 지역 내 산재해 있는 민박과 펜션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축제장 종합안내센터 당직자들이 안내를 하도록 했다.

산천어축제에 대한 화천군수의 점수는 60점

상품권, 화천에서는 현금처럼 유통되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큰 역할을 한다.
 상품권, 화천에서는 현금처럼 유통되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큰 역할을 한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축제가 성공을 거두다 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하얼삔 빙등축제, 카나다 퀘백 윈터카니발, 스위스 그린델발트시 당국으로부터 상호 발전방안 협의가 들어왔다. 이렇게 세계적 관심이 모아지면서 2009년에는 미국의 <타임>지에서 산천어축제를 '이 주일의 뉴스'로 소개했다.

우리나라와 기후가 다른 동남아를 타깃으로 산천어축제를 홍보하면 어떨까! 2009년 정갑철 화천군수는 축제홍보 전단지를 들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동남아 국가의 메이저급 여행사를 방문, 축제홍보에 나섰다. 결과는 2010년 제8회 산천어축제에 8000여 명의 동남아 관광객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자국으로 돌아가 블로그를 통해 화천군 산천어축제에서의 경험담을 올렸다.

이후, 화천에는 4계절 내내 동남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여름에 다녀간 동남아 관광객이 다시 그해 가을에 찾아오는 풍경. '화천에 뭐가 볼게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대목이다. 그 답은 어느 대만 관광객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한국 관광은 고궁 등 유적만 돌아보고 대형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화천 관광은 달랐다. 생소한 DMZ 탐방을 비롯해 인삼밭에서 내가 직접 캐낸 인삼으로 쥬스도 만들고 배추와 무를 이용해 김치도 담갔다."

산천어축제를 통해 화천은 전국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제 과제는 지역의 적은 농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청정이라는 날개를 달아 판매하는 일만 남았다. 물빛누리. 이것이 화천의 대표 농산물 브랜드이다.

화천을 말할 때 'Wis Country'라고 한다. W는 Water(물), I는 Ice(얼음), S는 Snow(눈)로 물의나라 화천, 얼음나라 화천, 눈의 나라 화천으로 불리우는 것이 이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 축제인 쪽배축제는 '물의 나라 화천 쪽배축제'라 하고 산천어축제는 '얼음나라 또는 눈의 나라 화천 산천어 축제'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또 'Wis Country'는 '지혜의 나라(Wisdom) 화천'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게 산천어축제에 점수를 주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60점 이하의 낮은 점수를 주겠다. 그래야 100점을 목표로 매진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정갑철 화천군수의 말이다.

2013년 산천어축제 일정
◇ 선등거리 개막식 : 2012. 12. 8 18:00 화천읍 시가지
◇ 선등거리 운영기간 : 2012. 12. 8 ~ 2013. 2. 28
◇ 산천어축제
   - 기간 : 2013. 1. 5 ~ 1. 27
   - 장소 : 화천川 및 둔치
   - 주요프로그램 : 산천어낚시,맨손잡기,빙등광장,세계겨울도시광장,얼음썰매,눈썰매,스노우펀 등
                           40여개 그로그램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화천군청 관광기획담당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천어축제, #정갑철 화천군수, #화천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밝고 정직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오마이뉴스...10만인 클럽으로 오십시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