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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9일 오후 진주 중앙시장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9일 오후 진주 중앙시장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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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일이 20일 남은 가운데 문재인 후보가 박빙 열세라는 소식이다. 이대로 가면 필패라고. 눈치 빠른 사람들은 말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는 불길한 상상이 기우라면 좋겠다.

안철수 전 예비후보는 11월 23일 사퇴하며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11월 28일 "지지해 주신 분들, 지지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새 정치를 열망하지만, "새 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을 주장하는 문 후보에 대한 입장을 유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상상해 보자. 맏형론으로 무장한 문재인 후보와 아름다운 경선과 단일화를 했다면, 안 전 후보의 이런 표현이 나왔을까?

'안철수 현상'은 국민적 열망의 표현

모든 현상은 본질의 표현이다. 본질 없는 현상은 없다. 따라서 안철수 현상은 우리 정치현실로부터 온 국민적 열망의 표현이다. 그 현상은 대선국면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미안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그 현상은 역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안철수 현상을 정치혁신의 기회로 활용하지 못한 민주당에게. 아니 이것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문제는 MB보다 더한 5년 동안 피눈물 흘릴 국민이다.

안철수 현상은 단지 현상일 뿐이고, 안철수 지지자들은 결국 문재인을 찍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안철수 현상은 실체가 없는 게 아니다. 20~30대 유권자의 투표율을 떨어뜨릴 것이다. 이것이 역사에 엄존하는 실체다. 이 실체를 애써 무시한다면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결국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다.

안철수 현상에 열광했던 지지자들은 안철수 전 후보에게서 최선을 보았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그들에게 안철수가 최선이라면 문재인은 차선이었다. 안철수가 파트너로서 건재하다면 여전히 문재인은 차선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파트너가 아닌 단순 지지자로 돌아서는 순간, 그들에게 문재인은 차악으로 각인될 가능성이 크다. 최악이 아닌 차악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투표해달라는 것도 말은 된다. 대선은 본디 51:49 싸움이다. 그러나 차선이 아닌 차악을 위해 투표장에 나갈 안철수 지지자들의 줄은 줄어들고 말 것이다. 이것이 걱정이다.

안철수와 지지자들을 춤추게 하라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을 선언한다"고 대선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을 선언한다"고 대선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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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후보와 그 지지자들을 춤추게 해야 한다. 아름다운 단일화 때 생각했던 것들을 맏형처럼 하면 된다. 안 전 후보가 요구했던 그리고 약속집에 담았던 핵심정책들을 받고 파트너로 정중하게 대접하는 것이다. 28일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안철수의 약속'을 문재인 후보의 10대 공약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안 전 후보 경제정책의 핵심인 재벌개혁위원회는 빠졌다. 정치혁신은 또 어떤가? 안 전 후보의 약속집에 있는 것들의 양이 중요하기 보다는 핵심적인 정책과 거기에 담긴 국민적 열망과 철학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민주당을 리모델링하고 개혁해야 한다. 결선투표제를 공약한 것이 안 전 후보를 위한 것이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민주당에게 되묻고 싶다. 게다가 이것은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미래형 약속은 모두 빌 공(空)자 공약일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진정성을 갖고 민주당 내부를 현재진행형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민주당 스스로 강도 높은 개혁을 실행한다면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안 전 후보와 지지자들은 춤출 것이라 생각한다.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국민적 열망 수용, 당내 경선 후보들을 껴안는 내부 결집, 중도층 및 보수층까지의 외연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는 법륜스님의 말씀을 경청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단일화 국면까지도 강한 것이 이기는 역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선한 의지와 더불어 강해져야 절대강자를 이길 수 있다. 강하기 때문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선하면서도 강한 것이 이기는 역사를 다시 쓸 때가 되었다. 12월 19일 우리는.

덧붙이는 글 | 김경순 기자는 안철수 전 후보의 대북정책을 준비하는 데 관여하였습니다.



태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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