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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전 울산 태화장터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30일 오전 울산 태화장터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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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에게 있어서 지금은 가장 큰 기회이자 위기이다.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로 이루어진 단일화가 아직까지도 완성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단일후보이기에 가능하게 된 박빙의 승부는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또한 단일화 이후 승리하지 못할 경우 감당해야할 부담을 생각한다면 지금 현 상태가 대선 뿐만 아니라 전 민주진보개혁 세력의 위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안철수 후보의 사퇴가 가져온 착시현상으로 인해 현재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본질이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과 차별되지 못하고 있음은 안철수 진영에서 끊임없이 제기하여 온 문재인 필패론의 연장선상에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이 그간 국민들에게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안철수 진영의 주장 자체가 아주 근거가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물론 문재인 필패론이 적용되는 외부변수가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면 안철수 전 후보 역시 단일후보가 되었다 하더라도 승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외부변수는 다름아닌 박근혜 후보이며, 87년 체제 이후 처음으로 보수가 분열되지 않고 하나의 후보를 세웠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가 집토끼만 단속해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상당 부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박정희 대 노무현' 혹은 '이명박 대 노무현' 이라는 박근혜 후보측의 전략은 이러한 계산에서 시작된다.  보수의 총결집 속에서 박근혜 후보는 중도층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다.  또한 문재인 후보측 역시 이에 적극 대응하면서 이번 선거가 박근혜 후보측이 원하는 대로 구도가 짜여지고 있으며, 이는 문재인 후보에게는 큰 악재이다. 박정희 대 노무현이든, 이명박 대 노무현 이든 이러한 선거 프레임은 보수를 결집시킬 것이다.  보수세력에게 박정희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위상과 함께 또한 노무현 정부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상은 그들을 박근혜 후보 중심으로 뭉치게 하는데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재인 후보가 이야기 하는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통계적 비교 역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수층은 그 통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중도층 역시 참여정부 당시 문제점을 누구보다는 잘 알고 있기에 이는 친노 세력의 노무현 구하기로 밖에 비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과오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다고 주장할 수 있어도 그 과오가 전혀 없다 할 수는 없기에 오히려 이러한 주장은 문재인 후보의 차별성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가져와 다시 정치 냉소주의를 일으킬 수 있다.  즉, 정치쇄신을 바라고 있는 중도층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투표 전략은 보수층에게는 참여정부의 기억을 되살려 그들 자신을 결집시키고 정치쇄신을 요구하는 중도층은 과거 프레임으로 선거판을 짜서 투표장에 나오지 않게 하는 박근혜 후보에게 있어서는 꽃놀이패와 같은 유효한 전략이다.

문재인 후보에게 있어서 이러한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대안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통해 중도층을 투표장으로 갈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안철수 전 후보가 다음주 초 TV 토론 직전에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되고는 있지만 이것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태도만으로는 충성도가 높지 않은 중도층의 표심을 움직일 수 없다.  특히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자 중 상당수가 정치쇄신을 바라고 있고 민주당 역시 쇄신의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서 그들이 쉽게 문재인 후보쪽으로 달려올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다.  따라서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전후보의 지지층을 상당부분 흡수하여 박근혜 후보를 꺾기 위해서는 전략적 수정이 크게 요구된다.

현재 고착화되고 있는 프레임을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권교체가 정치쇄신의 시작이 됨을 알리고, 문재인 후보의 승리가 안철수 전 후보가 주장했던 정치 쇄신의 필요조건임을 상기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절하고도 진정성있는 쇄신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쇄신은 그 이전 민주당 정권과 현재 민주통합당의 잘못 역시 인정하고 이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여야 할 것이다.  결선투표제 제의가 그 시작일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더욱 근본적이고 신선한 쇄신안을 조속히 마련 안철수 전 후보와 함께간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정치쇄신의 열기를 정권교체와 연결시킬 수 있다.

상당히 불리할 수 있는 외부적 환경을 극복해 내고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박근혜 후보는 역시 강한 상대다.  선거는 프레임을 만드는 쪽이 항상 승리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않아야 이러한 강한 상대와 대적할 힘이 생긴다.  흔히들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는 양 후보가 아니라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라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는 양 후보 진영의 프레임 선점에 있다.  현재와 같은 과거 프레임은 박근혜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줄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18대 대선#문재인#안철수#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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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소재 Augsburg University 경영학과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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