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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에 이어 지난해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청춘콘서트'를 함께 하며 여론에서 안 후보의 멘토로도 불렸던 윤여준 민주통합당 국민통합위원장은 안 전 후보가 사퇴한 것은 "지금으로서는 민주당에게 굉장히 안 좋은 소식"이라고 단언했다.

윤여준 위원장은 지난 23일 오후 충북 청주 흥덕문화의집에서 <충청리뷰>가 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진행한 '찾아가는 사별연수'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리더십'이라는 제목의 강연 도중 이같이 밝혔다. 안 후보가 사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도와주겠다고는 했지만 민주당과 야권단일화 논의 도중 일방적으로 사퇴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충청리뷰>는 애초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영입되기 전, '합리적 보수와 따뜻한 진보'라는 주제로 윤 전 장관을 열 분의 강사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섭외했다. 보수진영 가운데 합리적 인사로 통하는 윤 위원장을 통해 양쪽 진영의 아쉬움과 바람들을 듣기 위해서였다.

"대통령 누가 되든 5년 동안 위기관리만 하다 임기 마칠 것"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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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위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양쪽 진영에 대해 "세계 유일의 분단 체제에 놓은 한반도의 특수성에서 이념 초월은 무리겠지만 이념에 매몰되는 것은 곤란하다. 진리의 독점의식, 이념적 폐쇄성, 말을 듣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것"을 문제제기 하면서 "이것들을 완화시키고 조율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와 따뜻한 진보'의 생각을 가진 이들의 역할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분단 체제 속에서 서민들은 생활정치를 끊임없이 정치권에 요구했지만 정치권은 외면하고 이념적으로 대결했다"며 "노무현 정권은 민생을 외면하고 분열과 대결구도를 만들었고, 지금의 박근혜 후보 또한 이른바 집토끼 이념론으로 지지세력을 단합시키면서 45%의 유권자가 보수진영으로 총 집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선거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역시나 취임 후 역대 정권처럼 이념 대결을 어떻게 풀 것인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대통령이 누가 돼도 임기 5년 동안 국내의 이념 문제 등 모순 덩어리들과 안보, 세계 경제 등 여러 위기를 관리만 하다 임기를 마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까지 유력 대선 후보 세 명을 모두 경험한 윤 위원장은 각자의 캐릭터들을 분석했다. 먼저 윤 위원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해서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옛 한나라당이 풍전등화에 놓였을 때 대표를 맡고 살신성인의 자세를 취한 박 후보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보면 몰입이나 감정에 있어서 그만큼 수양된 사람이 없다. 당이 위기에 놓였을 때, 차 안에서 늘 도시락으로 때우면서 한번도 거절하지 않고 살인적인 모든 스케줄을 모두 소화해내는 눈물겨운 헌신을 보며 '이런 대통령이라면 괜찮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 지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로 "민주적이지 않은 리더십"을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당의 비대위 구성을 보면서 '저건 아닌데' 생각하다 18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공천하는 것을 보면서 당을 사당화 하고 1인 지배하려는 것을 봤다"면서 "시대착오적 리더십, 수직적 리더십은 곤란하다. 수평적 리더십이 현 시대가 요구하는 민주주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또 "박 후보가 요즘도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주변 사람들 말을 듣지 않고, 소통이 안 된다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한나라당 때 한 최고위원이 당의 중요한 문제가 있어 박 대표를 만나려고 해도 전화통화마저 안 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최고위원조차 통화하기 힘든 것이 무슨 민주적인 정당인가. 과거 임금도 그렇게 만나기 힘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당명이 바꾼 이유에 대해서도 "정당정치에서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면서 "총선은 현 정권을 심판하는 자리인데, 심판대상을 아예 없애는 '꼼수 정치'를 행했다. 박 후보의 평소 태도를 보면 정면 승부 할 텐데 이런 태도를 보면서 정말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유력 대선 후보들 캐릭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백낙청 서울대 교수가 주최한 2013체제 토론회에서 문 후보를 처음 만났다며 말문을 열었다. 윤 위원장은 "첫 인상으로 정직하고 착한 것이 중요한 품성이긴 하나 정치는 그것만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문 후보가 어떻게 보면 약해보여서 측근 인사들에게 휘둘릴 것 같이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 국민통합당위원장 영입과 관련해서 문 후보와 식사를 나누며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문 후보가 성격은 온유하지만 자기중심이 분명히 있고, 말을 꾸미지 않고 말에 진심이 있다고 봤다. 그리고 무의식 가운데 수행비서를 부드럽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이런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은 어떨까 기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현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선대위 관계자들을 함부로 대했던 예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또 "참여정부가 분노와 분열, 배제의 정치를 했다는 지적에 대해 문 후보가 변명하지 않고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진심으로 자기 성찰을 하는 후보라고 생각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에 대해선 "'청춘콘서트'를 하며 말로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인 것을 확인했다"면서 "그것은 아마도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해 보지 않은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윤 위원장은 그러면서 "안철수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처럼 철저하게 기업 CEO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어 쉽지 않은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안 전 후보의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민주당과의 조율 없이 야권단일화 도중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한 것을 두고도 그의 성격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윤 위원장은 분석했다. 

윤 위원장은 어느 교수가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을 정의한 것을 예로 들며 '인간 실존의 급속한 악화와 인간조건의 급속한 발전이 공존하는 변종국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변종 국가에서 민주주의는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과정 속에 있는 것이고 국민통합도 마찬가지"라며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리더십의 자질은 민주주의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춘 생각과 행동"이라고 역설했다.

윤여준은 누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939년 충남 논산 출신으로 경기고등학교와 단국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66년 <동아일보>, 1969년 <경향신문> 기자 등 10년 간의 정치부 기자를 거쳐 21년 동안 해외대사관 공보관과 역대 대통령 비서관 등으로 행정 경험을 쌓았다.

이후 1997년 환경부 장관을 거쳐 1998년 한나라당 총재 정무특보로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한나라당 소속 제16대 전국구 국회의원(비례대표)이었다. 2002년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 전략가 역할을 했고, 2003년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장을 지냈으며 2004년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부본부장을 끝으로 한나라당에서 탈당했다.

이른바 범보수의 제갈량, 한나라당의 전략통, 대한민국의 장자방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윤 전 장관은 2010년부터 2012년 9월까지 종합경제일간지재경일보 회장직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 합천 평화의 집 원장을 맡고 있다. 또 안철수 전 후보의 멘토로도 불렸던 윤 전 장관은 최근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국민통합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윤여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충청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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