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불심 잡기'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 내내 기독교에 대한 종교 편향 논란으로 새누리당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던 불교계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다. 박 후보는 1일 부산지역의 마지막 방문지로 2곳의 사찰을 선택했다. 이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불교세가 매우 강한 곳으로 꼽힌다.
박 후보가 방문한 곳은 부산시 금정구 범어사와 진구 삼광사다. 조계종 소속인 범어사와 천태종 소속인 삼광사는 부산 지역의 대표적 사찰 중 하나다. 불교 내 서로 다른 두 교파 신도들의 표심을 모두 사로잡겠다는 박 후보쪽 전략으로 보인다.
이날 사찰 내부 분위기도 박 후보에게 매우 호의적이었다. 범어사 승려들은 박 후보 방문에 앞서 공사중인 천왕문 주변을 평탄화 하는 등 공들인 흔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지역 승려들은 스스럼없이 박 후보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범어사 총무승려 선재 스님은 이날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에게 "이번 선거가 '초박빙'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초반부터 기울어져 가지고 선거가 재미없어졌다"고 말을 건넸다. 이미 박 후보쪽으로 판세가 기운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이 같은 선재 스님의 말에 당황한 김 본부장은 급히 "아직 안 기울어졌다"고 '표정관리'에 나섰다.
범어사 부주지 범산 스님은 "지금 새누리당에서 가장 문제되는 게 네거티브"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가 사회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얘기드리는 것인데 네거티브 안 하는 게 당선되는 길"이라면서 "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말도 있다"고 질타했다.
범산 스님은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네거티브 하지 말라는 것은) 잘 하라는 얘기"라면서 "냉정하게 우리가 되고 봐야지"라고 편향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고쳐야 할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 같은 범산의 발언을 총무승려 선재는 "새누리당 당직자 회의처럼 말한다"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박근혜, 좋아하는 불교정신으로 '원융회통' 거론한편, 박 후보는 이날 승려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불교정신으로 '원융회통'을 거론했다. 원융회통은 원효대사의 사상으로 먼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양보해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통합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이는 그가 유세 중 자주 거론하는 '100% 대한민국'과 맥락이 닿아있는 사상이기도 하다. 박 후보는 "정치인들부터 논쟁을 벌이고 이러는 걸 자꾸 화합하도록 마음을 먹는다면 세상이 더 편안해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경남 창원시 창원역광장에서 있었던 유세에서는 경남에 우주항공산업 클러스터와 남해안 관광벨트사업, 남해안 철도고속화 사업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을 재차 약속했다. "창원에는 기계 융·복합 연구개발 특구를 지정해 지역 산업 발전을 견인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유세를 마치며 경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홍준표 후보에 대한 지지도 호소했다. 홍 후보는 박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홍 후보는) 국회에서도 서민들 생각 많이 했고 추진력 있게 일을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