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기초자치단체장 예비후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4일 제기됐다. 안 전 시장은 현재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안 전 시장의 금품 수수 의혹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내부 고발로 불거지게 됐다.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달 26일, 안 전 시장이 인천 중구청장 보궐 선거에 공천을 신청한 새누리당 예비후보 A씨(55)로부터 1억40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내부 고발을 접수했다. 제보자는 A씨의 수행비서 B씨다.
선관위는 이 사건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현재 인천지검 공안부에서 안 전 시장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B씨는 선관위에 "안 전 시장에게 돈이 건네진 시점은 새누리당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7월 말에서 8월초 사이에 집중됐다", "안 전 시장에게 건넨 자금 중 6000만 원은 무통장 입금으로, 3000만 원은 A씨 누이의 계좌를 통해 안 전 시장 동생의 계좌로 입금됐다"고 진술했다. B씨는 또 안 전 시장에게 줄 돈을 조달한 사람으로 A씨의 측근 H씨를 지목했다.
A씨는 지난 7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안 전 시장의 특보를 맡아 경선 선거 운동을 도운 바 있다. A씨는 공천 신청을 했지만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해 여론조사로 치른 경선에 참여하지 못한 채 공천에서 탈락했다.
'공천 헌금' 정황 담긴 녹취록도 선관위에 제출
선관위에는 예비후보 A씨가 안 전 시장에게 준 돈이 공천 헌금 성격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제출됐다. 이 자료는 A씨가 공천 탈락이 확정되기 전인 11월 8일~9일경 A씨와 선거캠프 운동원들 사이에 오간 대화를 녹음한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입수한 이 녹취록에는 선거운동 보수를 달라는 캠프 직원들에게 A씨가 "공천이 잘 안되는 모양"이라고 하자 선거운동원들이 "안 전 시장에게 간 돈"을 언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A씨 : 공천도 잘 안되는 모양이다 지금 보니까.선거운동원 : 돈을 그렇게 썼는데도 안됩니까? 아니 안 (전) 시장한테 1억 넘게 가고 000이한테 가고 다른 사람 한 명 또 있으시다면서요? 그렇게 갔는데도 공천이 안 돼요?A씨 : 공천이 안 되는 모양이다. 000이 되는 모양이다. 박근혜도 만나고 했는데.(중략)선거운동원 : 형(A씨 지칭)이 맨날 하시던 말씀이 저희 돈 없다고 하면, 안 (전) 시장님한테 간 돈이 안 나와서 돈 못주신다면서요. 저희가 직접 안 (전) 시장님한테 돈 좀 빨리 달라고 해도 되는 겁니까?A씨 : (웃기만 함)선거운동원 : 맨날 그러셨잖아요 안 (전) 시장한테 돈이 안 나오니까 줄 돈이 없다. 미안하다 조금만 더 버텨 달라….A씨 : 너희들한테 (직접) 그런 적 없다. 00(선거 총책임자)한테 그랬지. 대화 중에 다른 선거운동원은 A씨에게 "저한테도 안 (전) 시장 드릴 돈 좀 꿔달라고 전화하셨잖아요"라고 따지기도 했다.
A씨는 한 선거운동원이 안 전 시장에게 직접 전화해 돈을 달라고 하겠다며 안 전 시장의 명함을 꺼내자 만류했다.
선거운동원 : 안 (전) 시장님한테 저희 월급 못 주니까 돈 달라고 해도 되냐고요. 됩니까.A씨 :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이 사람아.선거운동원 : 친철하게 명함도 있더라고요, 안상수 여기 있네. 사무실 전화번호 02-3786-xxxx. 되요 안 돼요? A씨 : 안 되지 이 사람아. 이번 사건은 A씨의 선거 캠프 직원들이 선거 운동을 돕고도 A씨가 공천에 탈락하면서 약속했던 보수를 받지 못하게 되자 불거졌다. 이들은 A씨를 지난 달 23일 사기죄로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안상수, 강력 부인... "터무니 없는 이야기, 제보자 무고로 고발"안상수 전 시장은 거액 수수 의혹에 대해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며 강력 부인했다. 안 전 시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내가 1억4천만 원을 받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제보자를 무고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시장은 동생 안아무개씨와 A씨 사이의 돈 거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 간 거래였을 것"이라며 불법 정치자금이나 공천 헌금설을 부인했다.
A씨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안 전 시장 동생과는 20년 지기 친구로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 내가 빌리기도 하는 등 돈 거래가 많았다"며 "제보자가 돈(선거운동 일당)을 달라며 나와 아내를 협박하다가 안 되니까 (통장거래 내역을) 껴맞춰서 (안 전 시장에게) 돈이 갔을 것이라고 추정해 고발한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도 공천에서 탈락했다면 내가 지금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니냐"며 "제보자를 무고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