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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여야 대선후보 첫 TV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여야 대선후보 첫 TV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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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간 첫 TV토론을 마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의 속내는 복잡하다. 다소 거칠게 표현하면 문 후보 캠프는 토론 초반에 웃다가 후반에는 울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겨냥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거침 없는 독설에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그 독설과 박 후보와의 공방 속에 문 후보의 존재감이 묻혀버리는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이정희 후보가 박 후보의 전두환 전 대통령 자금 6억 원 수수 사실을 공격하는 등 집중 포화를 퍼붓자 문 후보 캠프는 '속 시원하다'는 표정이었다. 한 캠프 관계자는 "말을 시원하게 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박 후보가 6억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아버지가 흉탄에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들과 살 길이 막막한 상황이었다, 배려 차원에서 주겠다고 해서 경황 없는 상황에서 받았다"고 답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 서울 강남 아파트 30채 가격을 생계가 어려워 받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 후보가 한 건 했다"는 반응도 보였다.

이정희 후보의 매서운 공격에 박 후보의 표정이 굳어가고, 말을 버벅거리는 모습까지 보이자 문 후보 측은 토론회에서 승기를 잡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문 후보 측 자체 평가... "안정적 수권 능력 보여줬다"

문 후보 측은 토론회가 끝나고 "안정적인 수권 능력을 보여줬고 박 후보와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공식 평가를 내놨다.

박광온 대변인은 "오늘 토론에서 문 후보는 국정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 수권능력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며 "특히 여야정 협의회를 바탕으로 상생통합의 정치를 제시함으로써 정치쇄신 측면에서 박 후보와 명확하게 차별됐다"고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또 "문 후보는 겸손하고 소통하는 새 시대 대통령 모습을 보여주고 모든 현안에 대해 깊은 이해와 함께 실천적 의지를 보여줬다"며 "문 후보는 품격을 지키면서 상대를 배려하고 그러면서도 책임감 있는 대안, 균형감각 있는 정책을 진정성 가지고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보여드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토론이 이정희-박근혜 대결 구도로 흐르면서 문 후보의 존재감이 부각되지 못한 점은 뼈아픈 대목으로 꼽힌다. 지지율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 문 후보로서는 TV토론을 통해 박 후보와 차별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게 중요한데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에서 문 후보는 박 후보와 이 후보 간 공방 속에서 다소 어정쩡한 위치 선정을 했다. 수행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최측근 보좌관의 장례를 치른 박 후보에 대한 배려와 함께 이 후보와 함께 공격에 나설 경우 2:1 구도로 묶일 수 있는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전날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 정국의 네거티브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탓인지 문 후보는 주요 정책에 대한 설명에 주력하는 등 차별화에 나섰다. 하지만 박 후보와 뚜렷하게 각을 세우는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이정희 강공, 보수 결집 부르나... "박근혜에 동정론 일 수도"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스튜디오에서 방송토론을 앞두고 사진촬영를 하기위해 앞으로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스튜디오에서 방송토론을 앞두고 사진촬영를 하기위해 앞으로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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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관계자는 "박 후보를 따라 잡아야 하는 문 후보 입장에서는 이번 토론에서 박 후보와 1:1 구도를 만들어 싸웠어야 했다"며 "전반적으로 문 후보의 차분하고 안정적인 면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이 후보의 거센 공세 속에 문재인 대 박근혜의 대결은 묻혀버린 면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들이 이번 토론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문재인 대 박근혜의 대결이었을 텐데 조연이 주연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메인 시나리오가 엉클어져 버린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정희 후보가 이날 토론에서 보여준 거친 태도가 야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됐습니다"라며 박 후보의 말을 자르거나 "준비를 해가지고 오셨어야죠", "제대로 알고 질문을 하시라"고 하는 등 박 후보를 강하게 몰아부쳤다.

특히 박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면서 토론회에 나오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반드시 떨어뜨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문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가 차분하게 논리를 가지고 박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면 충분한데 너무 빈정대는 말투로 공격에 나섰다"며 "진보는 역시 건방진 게 문제라는 여론이 일면서 민주당까지 싸잡아 도매급으로 넘어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가 심하게 공격을 받으면서 오히려 문 후보의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문재인 후보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이정희 후보가 토론을 잘했다, 속시원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보수층 및 중도층 일부에서는 코너에 몰렸던 박 후보에게 동정 여론이 일 수 있다"며 "보수가 더 결집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토론 방식에 아쉬움... 1:1:1 구도 속 차별화 전략 마련 시급

문 후보 쪽에서는 토론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후보자간 자유토론이 있긴 했지만 상대 답변에 대한 재반론 및 추가 질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방식으로는 후보자의 자질을 변별해 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토론 방식이 한 번 묻고 한 번 답하는 것밖에 없었다"며 "토론 주제도 너무 평이하고 쉬운 것들이어서 여러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은 비록 한계는 있었지만 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 비해서는 안정감과 균형감을 보여줬다며 TV토론 이후 국면 전환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문 후보는 두 번 남은 3자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와 거리를 두면서도 정권심판론 부각 등 박근혜 후보와 분명한 각을 세울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기획본부장은 "개인적 약점을 공격하는 것은 네거티브지만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며 "TV토론 이후 미래 비전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이야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그:#문재인, #박근혜, #이정희,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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