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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울산, 아산, 전주공장)가 지난 10월 25일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 송전탑 농성장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공개 질의서를 전달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울산, 아산, 전주공장)가 지난 10월 25일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 송전탑 농성장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공개 질의서를 전달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석철

지난 2월 23일 대법원이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 최병승씨가 낸 정규직화 소송에서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하자 울산은 물론 전국이 들썩였다. 현대차 비정규직만이 아닌 전국 약 900만 비정규직이 관심을 가질 만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대법 판결을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파업을 하고, 두 조합원이 송전탑에 올라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이에 전국적 관심은 더욱 집중됐고, 대선후보들도 농성 현장을 찾는 등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대선 이슈가 됐다.

새누리당이 올해 4.11총선에서 승리한 후 국회 첫 번째 법안으로 비정규직 관련 4대 법안을 내놓았다. 이에 노동계는 "사내하도급이라는 비정규직 영역을 만들어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라며 새누리당 심판을 외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각 대선 후보에게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안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답변을 받은 비정규직노조는 "박근혜 후보 측의 답변이 회사 측과 같다"고 비판했다. 결정적으로 울산시의회에서 야당이 내놓은 '정규직화 촉구 결의안'이 새누리당 의원들에 의해 부결되자 노동계의 반 새누리당 정서는 더욱 높아졌다.

이런 상황을 봤을 때 비정규직 문제는 박근혜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현재, 이 문제로 박근혜 후보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갈라지는 노동계 표, 이득얻는 후보는 누구?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지난 10월 25일 당시 대선후보들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이정희 후보에게 각각 현대차 불법파견 해결 공개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이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 전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어 박근혜 후보 측이 뒤늦게 보내온 답변서를 보내왔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답변이 늦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 답변이 회사 측 안과 다를 바 없었다"며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힘을 빼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후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사퇴하면서 자연히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이정희 후보의 비정규직 대처방안이 비교되면서 비정규직 표가 야권으로 응집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새누리당에 크게 악재가 되지 않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 농성장에는 노동자 목소리를 대변하는 무소속 김소연, 김순자 후보가 차례로 방문해 비정규직들을 격려하고 대화를 나눴다.

김소연 후보는 "고공농성을 벌이는 조합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우리 사회가 나서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순자 후보도 청소노동자로서의 애환을 비정규지직 노동자들과 나누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상당수가 김소연 후보 혹은 김순자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노조게시판에 조합원들의 그런 의견이 올라오고 있고, 실제로 현장 분위기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현대차의 한 비정규직은 "지난 6일 밤 TV토론을 본 후 김소연 후보가 비정규직을 위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비록 김소연 후보가 낙선하더라도 그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은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대놓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여러 조합원들의 생각이 흩어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 청소노동자와 학교 급식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지역연대노조의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김순자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는 전국에 산재한 비정규직과 연대노조에서도 비슷한 걸로 보인다. 이처럼 비정규직 혹은 지역연대노조의 지지는 분산된 분위기다. 결국 '새누리당 심판'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노동계의 표를 규합하려는 전략에 상당부분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은 "현대차 비정규직,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들에게 필요한 것은 집권 후 법 개정 등을 통해 비정규직을 구제하겠다는 확실한 믿음"이라며 "비정규직들이 그 부분에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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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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