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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후보가 지난 11월 4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지난 11월 4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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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광주광역시, 날씨는 마치 대선 풍향계와 같이 변덕스러웠다. 진눈깨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잠깐 해가 비치고 다시 구름이 몰려오는가 싶더니 찬바람이 불었다.

동구에 산다는 이철희(74) 할아버지는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전폭 지원키로 한 것은 "천만 다행스런 일이제"라며 입을 뗐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안철수가 앞장서서 행동하믄 (문재인 후보에게) 도움이 되지 않것어? 그라고 나온께 염려스런 마음이 조금은 내려가드라고. 안철수 따르던 사람들도 인자 태도를 바꿔서 문재인 지지할 것이고... 그란디 뒤집을 수 있을까?"

오선순(신안군)씨 역시 "늦었다고 생각 할 때가 가장 빠른 것 아니냐"며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서 선거 끝날 때까지 안철수와 문재인이 서로 손을 잡고 서로 격려해주고 힘을 합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목포시에 사는 차정화씨는 "안철수 후보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가졌었는데 눈물을 흘리며 출마 포기를 선언하는 것을 보고 다 똑같으니까 투표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하지만 차씨는 어제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지한다며 포옹하는 모습을 보고 "안철수가 말하는 새 정치가 문재인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다시 하게 됐다"며 "이번에 꼭 투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안 전 후보의 막판 구원등판을 반기는 이들이 많았지만 '환영 일색'은 아니었다. 자신을 50대라고 밝힌 이화자씨는 "우리 세대들 같은 경우 안철수의 행동이 언론플레이 같아 조금은 짜증이 난다, 왜 사람이 이랬다저랬다 하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릴 했다.

이씨는 "안철수가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더 좋다는 생각 정도 밖에 안 든다"며 "이제부터라도 좀 지조 있게 끝까지 문재인을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시절처럼 호남이 다시 뒷전으로 물러나는 것이 아닐까"

장홍재씨는 "안철수가 문재인 지지선언을 하고 처음 선거운동하러 가는 장소가 부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무현 정권은 부산 정권'이라고 말하던 사람이 문재인 아니여? 그란디 안철수가 제일 먼저 부산으로 간다고 하니까 왠지 모르게 '참여정부 시절처럼 호남이 다시 뒷전으로 물러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드라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보다는 나을 듯해서 문재인을 뽑기는 하겠지만 솔직히 조금은 불안해."

박막동(72) 할머니는 "안철수가 문재인을 지지하는 게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며 "나는 그저 병원비 5백원만 올라가도 눈앞이 캄캄하다, 젊은 사람들이 취업 못해서 답답한 것처럼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병원비 천원에 하루하루에 숨이 막힌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박 할머니는 "제발 정권교체가 되어서 의료민영화가 백지화될 수 있게 기도하는 심정으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한다"는 김현 학생은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활동이 역전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무리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어도 안 후보가 사퇴한 순간 안철수 지지자들은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에게 이미 다 간 것 아니냐"며 "언론에서 부동층 얘기를 하지만 부동층은 투표를 기권할 사람도 많아서 부동층에 대한 안철수 효과는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나름 분석했다.

사업을 한다는 최아무개(42)씨는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 한 사람이지만 그동안 안철수씨가 얼마나 사람 질리게 했냐"며 "광주전남이야 당연히 2번 찍을 것이라고들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주변만 하더라도 박근혜에게 표 주겠다는 사람이 여럿 있다"고 전했다.

최씨는 "우리 전라도 사람들이 있는 표 없는 표 탈탈 긁어모아봤자 경상도 표에 비하면 쨉도 안 된다"며 "이번에도 문재인에게 몰표 줬다가 박근혜라도 당선되는 날이면 또 우리 전라도만 차별받을까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씨의 한숨은 어쩌면 '전략적 선택'으로 미화되는 전라도의 설움인지 모른다. 기상청은 내일(8일) 광주 날씨가 구름 많고 한때 눈이 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태그:#안철수, #문재인, #박근혜, #광주 민심,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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