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백화점 및 대형마트들은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일에도 정상영업을 할 예정이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한창이지만 정작 논의의 주체가 되는 이들은 선거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백화점의 경우 정규 영업시간은 보통 아침 10시 반에서 오후 8시까지다. 대형마트의 경우 아침 9시나 10시부터 자정까지 영업을 한다. 종업원들의 출근시간은 이보다 한 두 시간 더 빨라, 선거일 투표에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뽑고 싶은 후보 있지만..."서울에 있는 한 현대백화점 식품매장에서 일하는 박아무개씨는 "아침 8시 반에 출근해서 9시가 되어야 퇴근한다"며 "투표는 아침이나 점심시간에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꼭 뽑고 싶은 후보가 있다. 어떻게 해서든 투표는 꼭 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같은 매장에서 캐셔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아침에 하고 나오면 되지만 사실 선거 때마다 못하고 올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백화점의 경우 전일제 근무를 하기 때문에 아침이 아니면 투표에 참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서울에 있는 한 이마트 식품매장에서 일하는 임아무개씨는 "오전조 영업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라며 "아침에 하고 올 수는 있지만 투표 때문에 중간에 나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회사에서 따로 투표를 위한 방침은 나오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경우에는 백화점과 달리 교대근무를 한다. 3교대의 경우 오전조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를 한다. 거주지와의 거리를 고려할 때 퇴근 후 투표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2교대의 경우에는 오전조가 오전 8시 반에서 오후 7시까지 일을 한다. 일이 끝나고 나면 투표는 종료된 상황이다.
롯데마트의 한 관계자는 "교대근무를 하기에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며 "아침 조 분들의 경우 아침에 부지런하게 (투표를) 하시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근무시간은 투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투표를 위해 6시 이전에 마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 백화점의 경우도 "정식 매장 오픈시간은 10시 반"이라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형 유통업체 판매직 근로자의 70프로가 여성이성종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종사자는 70프로가 여성"이라며 "집안일과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아침에 투표를 하고 출근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백화점의 경우에는 전일제 근무를 해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이들은 아침 8시반에 출근해 오후 9시나 돼야 퇴근을 한다. 아침에 하지 않으면 퇴근 후에는 투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일이 국가 임시공휴일인 만큼 임시 휴점을 하거나, 투표 후에 출근을 할 수 있도록 개점시간을 낮 12시로 늦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팀장은 "경제민주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저임금여성 노동자들이 오히려 투표를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경제 민주화를 바라서 투표를 하고 싶어도 그 정책에 투표를 하지 못한다. 이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위해 투표할 수 있도록 영업시간을 조정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에 근무하는 판매직 노동자들은 총 4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