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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동자들과 강정마을 주민들, 그리고 용산참사 유족들과 탈핵 활동가들이 모여 있는 덕수궁 대한문 앞 '함께살자' 농성촌. 서울 중구청이 12일 강제철거를 예고하면서 이곳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함께살자 농성촌의 김덕진 사무국장이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에게 쓴 공개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편집자말]
 용산참사 유가족들, 쌍용자동차 노조, 강정마을 주민등이 주최가 되어 지난 10월 5일 제주도 제주도청에서 시작한 평화 행진인 '2012 생명평화대행진'이 11월 3일 오후 최종목적지인 서울광장에 도착하였다.
용산참사 유가족들, 쌍용자동차 노조, 강정마을 주민등이 주최가 되어 지난 10월 5일 제주도 제주도청에서 시작한 평화 행진인 '2012 생명평화대행진'이 11월 3일 오후 최종목적지인 서울광장에 도착하였다. ⓒ 조재현

최창식 서울특별시 중구청장님께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대한문 앞 '함께살자' 농성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입니다.

서울 시청역 대한문 옆에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희생자들의 분향소가 들어선 지 8개월이 되었습니다. 행정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8개월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해준 중구청장님과 직원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더불어 타박은커녕 격려와 후원을 마다하지 않아주신 서울시민들께도 같은 마음을 전합니다.  

현재 대한문 농성장에는 3개의 천막이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향소 1개동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 강정마을 주민들, 용산참사 희생자 유족들, 핵발전 정책에 반대하는 탈핵활동가들이 모여 있는 2개의 천막이 그것들입니다.

중구청은 지난 12월 4일, 그리고 12월 12일에 이 천막들을 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을 공시송달 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속에서 중구청이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간곡하게 청을 드립니다.

대한문 앞 함께살자 농성촌은 우리 시대의 아픔과 상처가 숨 쉬고 있는 현장입니다. 이미 대한문 앞 천막들은 시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들이라고 춥고 불편한 천막에서 생활하는 것이 즐거울 리 없습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절박하고 참담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들의 절규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입니다.

소외된 사람들의 치유와 성찰의 공간... 다시 상처 주지 마세요 

여기에는 이웃에 무관심하고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며 살아온 우리 모두의 책임도 큽니다. 이들에게 길에 천막을 친 것이 잘못이라고 말하기 전에, 이들이 왜 천막을 칠 수밖에 없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대한문 함께살자 농성촌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지 못하는 갈등 해결 장치를 만들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치유와 성찰의 공간입니다.

중구청장께 다시 한번 간곡하게 청합니다. 대한문 농성촌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절박한 사정들이 해결될 실마리만이라도 보이게 되면 자진해서 농성장을 철거하고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 천막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도 있고, 거슬리게 느껴질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이들이 겪은 상처와 아픔에 비하면 우리 모두가 감수해도 충분할 불편함일 것입니다.

만일 충구청이 물리력을 동원하여 함께살자 농성촌 강제 철거를 강행한다면 이미 쫓겨나고 내몰린 이들을 다시 한번 쫓아내는 참담한 일이 자행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중구청은 대한문 함께살자 농성촌의 강제철거 계획을 철회하고 대화와 실무적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상처받은 이들에게 다시 상처를 주는 일을 하지 않기를 믿습니다. 많은 이들의 간곡한 청을 헤아려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 12월 11일 대한문 농성촌에서
함께살자 농성촌 사무국장,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함께살자#대한문#행정대집행#강제철거#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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