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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1일 제주도 서귀포시 1호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자들로부터 감귤을 선물 받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1일 제주도 서귀포시 1호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자들로부터 감귤을 선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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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서귀포시와 제주시를 돌며 유세를 펼친 11일 제주도는 이날 하루만큼은 '박근혜 몰표' 분위기였다. 제주시청 앞에 5000여 명, 서귀포 중앙로터리에 2000여 명 가량 모인 지지자들은 박 후보 이름을 연호하며 한껏 대선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제주도는 쉽사리 표심을 짐작하기 어려운 곳. 여론조사 결과에 제주도 조사결과도 포함되지만 이 결과를 지표로 활용할 순 없다. 제주도의 표본수가 너무 적어 여론의 대표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표본수 1500명짜리 여론조사에서 제주도 몫은 15~20명 수준에 그친다.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십수명이 제주도 유권자 44만8000여 명을 대표하긴 어렵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도 제주도 표심을 예측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이날 박 후보가 서귀포와 제주시 중심부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제주는 우리가 이긴다'는 말을 쉽사리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세대에 따른 표심의 양극화가 제주도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만나본 표심은 특히 60대 이상의 노년층의 박 후보 지지열기가 박 후보의 텃밭인 경북·경남 지역에 못지 않게 높았다. 그 바탕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깔려 있었다.

"밀감 농사 지으라 한 게 박정희, 제주에선 '독재자의 딸' 소용 없다"

이날 오전 서귀포시 중앙로터리 서울치과 앞에서 1시간여 전부터 박 후보를 기다리고 있던 70대 세 남성들은 이미 '기호 1번'으로 마음을 정한 지 오래였다. 이중 가장 연배가 높은 고장수(75)씨는 "밀감(감귤) 재배를 누가 시작했는지 아느냐"며 "박정희 대통령과 김종필씨다. 김종필씨가 불모지를 개척해서 밀감나무를 심고 제주도민들이 밀감을 심어야 한다고 앞장서서 지금의 제주도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행 중 다섯 살 어린 현아무개씨가 "박정희 대통령은 제주도 순시를 오면 꼭 밀감농가를 가보곤 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현씨는 "제주도 사람들한테는 박정희가 독재자라고 공격해도 소용없다"며 "제주도 개발에 박정희 대통령 공이 가장 커서 박 대통령에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현씨는 "젊은 사람들이 박근혜한테 '독재자의 딸'이라고 공격해서 표를 깎겠다는 건 여기선 안 통한다"며 "겪어본 우리가 보기엔 박 대통령이 제주도를 살린 거다"라고 단언했다. 현씨는 "이정희(통합진보당 후보)가 어제 (TV토론에서 박 후보를) 공격을 하던데 그 사람은 말은 잘할지 몰라도 그런 사람이 국정수행을 잘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듣고 있던 심아무개(72)씨는 "요번엔 공기가 좋은 것 같다. 선거전 마지막에 정리가 다 됐다"고 박 후보 당선을 점치면서 "안철수도 영향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시 동문시장에서 옥돔을 파는 70대 여성 심아무개씨는 이날 시장을 방문한 박 후보를 직접 본 기쁨에 들떠 있었다. 심씨도 박정희 전 대통령 얘길 했다. 심씨는 "제주도는 박정희가 다 발전시켜준 거다. 516도로도 그 때 만들어졌다. 새마을운동을 해서 밀가루도 나눠주고 해서 생계를 유지한 게 박정희 덕분"이라고 추켜세웠다. 심씨는 "이번엔 당연히 박근혜를 찍어야지. 모든 걸 박근혜가 다 바꿔놓겠다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서민층도 살리고 재래시장도 부활시키고 모든 것이 박근혜가 돼야 바뀐다"고 힘주어 말했다.

심씨는 "문재인이 (대통령)되면 노무현 짝 나서 절대 안돼"라면서 이어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를 비난했다. 심씨는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 1차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면서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지(이정희 후보)는 어떻게 할라고. 그러면 안되지"라고 했다 심씨는 "박근혜가 이긴다. 당연히 이긴다"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박근혜는 아냐. 바꿔야 한다"..."해군기지 갈등 키운 건 MB정부"

이날 박 후보를 맞이한 지지자들은 신나게 '승리예감'을 설파했지만, 조금만 더 연령대가 낮아지니, 절대적인 지지 분위기는 덜해졌다. 제주시에서 기자를 태운 50대 택시기사 김아무개씨는 안철수 전 후보 지지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박근혜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김씨가 문재인 후보가 아닌 박 후보를 찍겠다는 건 실망감 때문이었다. "안철수가 후보가 됐으면 대통령 될 가능성도 문재인보다는 컸을텐데, 문재인으로 단일화가 돼서 승리할 가능성이 적어졌다"는 게 김씨의 표심이었다. 기자가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을 지지해달라고 하는데 왜 따르지 않느냐'고 물으니 김씨는 "나는 이기는 쪽에 찍는다"고 답했다.

서귀포 중앙로터리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40대 여사장은 누구를 찍겠다고 밝히진 않았지만 "나는 박근혜는 아니다"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여사장이 '박근혜는 안된다'고 하는 이유는 "지금 세상은 좀 그렇다. 조금이라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렇게 되도록 (표를) 찍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여성도 중앙로터리 유세를 보러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사장은 "다들 박근혜 얼굴은 보고 싶어 하지 않느냐. (지지여부에 대해선) 생각은 다들 틀리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박 후보를 보러 가는 인파가 다 지지표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동문시장에서 제주도 특산 과자를 파는 30대 초반의 한 여성 상인은 박 후보가 시장을 훑고 간 뒤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여성은 "싸인을 받으려고 했는데 못 받았다"고 했다. 좁은 시장 골목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니 아예 접근할 수도 없었던 것. 그러나 이 여성도 박 후보를 지지하진 않았다. 그는 "싸인 받으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지지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주시청 앞에서 만난 40세 직장인 최 아무개씨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를 명확히 했다. 이유는 정권심판론이었다. 최씨는 "나는 강정해군기지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걸 MB가 밀어붙이는 판에 더 갈등이 커지고 문제가 풀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새누리당)은 자꾸 상대방을 갈등세력이라고 하는데, 밀어붙이다가 갈등을 만들어 내는 건 한나라당 아니냐"고 말했다.

최씨는 "밀감 재배가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라는 얘긴 많이 듣긴 했는데, 박근혜 후보 본인은 제주도에 별로 애정을 보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하루 전 재선후보 TV토론 얘길 꺼냈다. 최씨는 "박 후보는 대선후보치고는 말 실수가 잦은 거 아닌가 싶다.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웃음거리가 됐다"면서 "문재인 후보가 내용을 많이 알면서 믿음직했다"고 평가했다.

여 "이긴다고 보지만 확신 힘들어"... 야 "52 대 48 정도로 이길 것"

세대干 표심 격차는 분명해보였지만, '제주표심'에 대한 여야 정치권 전망은 일치했다. 양쪽 다 박빙 승부를 예상했고, 서로 이길거라는 부분만 달랐다. 제주도 사정에 밝은 새누리당 당직자는 "승리가능성이 높지만 확신하긴 힘들다 이겨도 아주 약간 이길 것 같다"며 "신공항 같이 정부가 해준다고 해놓고 안 해준 것도 있고, 정권심판론도 제법 강하다"고 했다.

민주당 제주도당 핵심관계자는 "52대 48로 우리가 이긴다고 예측하고 있다"며 "더 이상 문 후보의 유세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한다"고 말했다.


태그:#제주, #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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