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은 수증기가 얼어 꽃처럼 무늬를 이룬 것이고, 상고대는 나무나 풀에 눈같이 내린 서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 그냥 서리꽃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겨울 들판에 서면, 철지난 꽃들 못내 아쉬워하듯 서리꽃이 장관을 이루는 날이 있다. 강이나 천을 따라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작은 나뭇가지나 비썩 마른 풀에 피어난 서리꽃이 장관을 이룬다.
한창 피어난 그때를 그리워하며 피어나는 꽃일까? 새봄이 너무 멀어 피워내는 꽃일까?
마른꽃, 꽃이 아니라고, 이제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다 지나갔다며 이젠 흙으로나 돌아가라고 할 때에도 여전히 꽃을 피운다.
그럼에도 그들은 추해보이질 않는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썩은 살점이나 하나 얻으려는 하이에나 같은 이들과는 다르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속내들이 복잡한 모양이다. 가만히 있으면 좋았을 것을 이내 그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것은 혹시라도 떡고물 하나 얻을수 있을까 하는 속내가 아닐까 싶어 역겹다. 특히, 변절자들의 지지 선언은.
꽃은 줄기의 끝에만 피는 것이라 생각했다. 서리꽃은 줄기의 끝에만 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진다.
언제나 주인공 격인 꽃만 피워냈는데, 주목 한 번 받지 못하고 있다가 추운 겨울이 되어서야 꽃몽우리 사라진 자리에 꽃을 피워 주목을 받으니. 잡초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풀 중에 민초에 피어난 서리꽃을 보며 민중의 주인되는 세상이라도 도래할려나 하는 꿈을 꾼다.
그것이 개꿈이라도, 한나절 되기 전에 사그러들 꿈 혹은 현실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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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고대 신비스러운 모습도 잠시, 해가 뜨면 이내 사라져 버린다. |
| ⓒ 김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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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에 쫓기다 보니 눈으로만 바라보고 마음으로만 기억하며 그 풍광들을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살 일은 무에람?'하면서도, 그 삶의 속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내, 그를 바라볼 수 있는 그 시간에 보려 할 때에도 그는 그렇게 피어있을까? 지금 그 순간, 그때뿐인데 언제고 내가 원하기만 하면 볼 수 있을 것처럼 착각을 하고 산다.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더 많은 것이 삶이다. 한번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 돌이킬수 없는 아픔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는다는 것이 인간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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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리꽃 피어있을 때에는 꽃같지도 않더니만 정작 서리꽃 피어나니 꽃같다. |
| ⓒ 김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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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꽃, 새봄 너무 멀어 꽃을 피웠나보다. 겨우내 그렇게 몇 번이고 아침이면 그 찬란한 꽃을 피우다 차마 그 꽃도 피워내지 못할 즈음이면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다시 봄엔 새순을 올리고 진짜 꽃을 피우겠지. 이 꽃도 가짜는 아닌데. 그가 피우려는 꽃은 누군가에게 생명을 나누는 그 꽃이려니.
춥다. 서리꽃을 바라보니 문득 겨울이 좋아지려고 한다. 어차피 겨울을 보내야만 한다면,아침마다 이런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즐거움말고 또 다른 즐거움도 맞이하는 겨울이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