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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이 호강하네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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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물에 장미오일과 허브향을 넣은 곳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이, 피로가 확 풀리는 듯하다. 금세라도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그런데 두 친구는 어디에 갔는지 오도가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둘은 왜 안 보여?"
"신발이 바뀌었다나 봐."
"신발이 바뀌면 어떡하냐?"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두 친구는 오지 않고 있었다. 두 친구를 빼고 10명의 친구가 발마사지가 끝날 무렵 두 친구가 도착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숙소인 친구의 집에서 짐을 모두 챙겨 렌트한 차에 올랐다. 저녁 비행기라 여유 있게 움직였다. 마지막 날인 만큼 며칠 동안 고생한 우리들의 발을 풀어주자는 의미에서 허브농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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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브농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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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코 앞인데 이렇게 화사한 꽃을 피우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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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부터 은은한 음악과 기분좋은 허브향이 코끝을 자극시켜 주면서 마음을 안정시켜주는듯 했다. 겨울이 코앞인데 빨강,노랑, 하얀 등 곱고 예쁜 색깔의 꽃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친구들은 허브를 건드리면서 냄새를 맡는다. 그곳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 온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 일행 말고도 다른 여행객들도 꽤나 많았다. 허브차도 마시고 찜질방에서 허브향을 맡으며 심신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코스인 허브향을 탄 물에 발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마사지실로 들어갔다.

우리 일행이 12명인지라 모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곳의 안내원이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전에 난 은근히 걱정을 했었다. 남이 내 발을 마사지해주는 것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으니. 하지만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는 것에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러나 두 친구가 좀처럼 오지 않아 10분 정도 기다리다가 그곳에 온 10명이 먼저 하기로 했다. 서로 그들이 안 오는 이유를 물었다. 그런데 그중 뒤늦게 들어온 친구가 말했다.

"어 걔들 신발찾으러 간다면서 저쪽으로 막 뛰어갔어."
"누군지 알고 뛰어가?"

내 발을 내가 마사지 해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발이지만 내가 언제 이렇게 구석구석 충실히 만져주었던가? 아마도 처음이 아니던가? 61년 동안 수고를 많이 해온 내 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여 그날 만큼이라도 친절하게 잘 만져주고 싶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신발을 찾았다면서 두 친구가 헐레벌떡 도착을 했다. "어떻게 된 일이야?"하고 물었다. 친구의 신발과 똑같은 신발인데 사이즈가 작았고, 그곳의 안내원이 어디에서 단체로 온 관광객이라고 가르쳐주어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하여 거의 맨발로 입구까지 뛰어가 떠나려고 하는 관광버스를 잡아 신발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만약 그 버스가 1~2분 먼저 떠났더라면 친구의 신발은 찾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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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다른 나라에 온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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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친구도 서둘러 발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 팀이 발마사지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어 길게는 할 수가 없었다. 시간을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그들도 신발 때문에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어진듯했다. 많이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그곳의 안내원은 아쉬워하는 두 친구에게 장미오일과 허브향을 담은 작은 병을 주었다. 집에 가서 하라면서. 친구들이 만족해 하는 표정이었다. 우리들도 조금은 덜 미안해졌다.

다음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어 우린 그곳을 떠났다. 변덕스러운 제주도 날씨라고 하더니 우리가 그곳에 왔을 때에는 햇볕이 쨍쨍 났는데 떠날 때에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친구들은 입을 모아 "발이 호강해서 그런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한다. 차에 오르면서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야 이번 여행은 은근히 사연이 많다. 여행은 바로 이런 재미야!"


태그:#허브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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