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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교체 실현을 위해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교체 실현을 위해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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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16일 오후 4시 5분]

"진보민주개혁세력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실현하라는 국민 열망을 이루기 위해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합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 후보 옆에 선 통합진보당 강병기 선대위원장, 오병윤 원내대표, 김선동·김미희·이상규 의원 등 당 관계자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선관위 주관 대선후보 방송토론을 두 차례 거치며 '박근혜 저격수'로 확실한 존재감을 돋보인 그가 대선을 사흘 앞두고 '정권교체'를 강조하며 무대에서 물러선 셈이다. 이로써 18대 대선은 사실상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양자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당장 이날 오후 8시 열리는 3차 대선후보 방송토론도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양자토론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불가론'을 재차 펼쳤다. 특히 그는 박 후보를 "친일의 후예, 낡고 부패한 유신독재의 뿌리"로 지칭하며 "박근혜 후보의 재집권은 국민에게 재앙이자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퇴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자, 농어민, 서민이 함께 사는 새로운 시대, 남과 북이 화해하고 단합하는 통일의 길로 가기 위해 우리는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면서 "오는 12월 19일에 모두 투표하자"고 말했다.

이 후보는 마지막으로 "절망을 끝내겠다, 진보의 미래를 열겠다"며 사퇴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그는 이 때 한 문장씩 끊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감정을 추슬렀다. 이 후보와 당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며 깊이 허리를 숙였다. 기자들의 질문은 따로 받지 않았다. 이 후보는 입을 굳게 다문 채 국회를 나섰다.

"3차 TV토론 불참, 큰 희생이지만 국민 원하는 양자토론 만든 것"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교체 실현을 위해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힌뒤 강병기 선대위원장 등 당 관계자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교체 실현을 위해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힌뒤 강병기 선대위원장 등 당 관계자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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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후보를 대신해 질의응답에 나선 김미희 대변인은 "정권교체를 위한 사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후보의 사퇴가) 문재인 후보와 얘기된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이 후보 스스로 결단한 것"이라며 "정권교체 위해 아무 조건 없이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아무 조건도 약속도 합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교체 위한 사퇴가 곧 문재인 후보 지지를 명시한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국민들께서 그렇게 생각하실 것"이라고 답했다. 또 "민주당의 정책이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통합진보당으로서 비판하고 건의도 계속 해나갈 것"이라면서 "그러나 진보적 정권교체를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 선택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문재인 후보 지원 유세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문 후보와 이후 만날 계획이 있느냐"며 "그런 계획은 없다"며 "(이 후보는) 남은 시간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상실감을 달래고 국민들에게 진보민주개혁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대의에 호소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동유세 계획은 없다"면서 "그런 것이 없더라도 저희 뜻이 잘 전달되리라 믿는다, 현재 선거법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 후보께서 저희의 지지자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교체 실현을 위해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힌뒤 강병기 선대위원장 등 당 관계자들과 함께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교체 실현을 위해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힌뒤 강병기 선대위원장 등 당 관계자들과 함께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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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방송토론을 앞두고 사퇴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 후보가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국민들의 선거관심이 높아졌고 야권 지지층이 활기를 되찾았다고 평가한다"며 이 후보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 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후보는 앞서 방송토론에서 "(저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해 나왔다"며 자신의 목적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김 대변인은 "국민들은 삼자토론도 의의가 있고 양자토론도 보고 싶어한다"며 "박 후보가 양자토론에 응하지 않으니 이 후보가 만들어주는 것이라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 입장에서는 1000만 명이 동시 시청하는 TV토론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면서 "(토론에 불참하고 사퇴하는 것은) 커다란 헌신이고 희생적 결단이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마음 아파하겠지만 정권교체에 헌신하겠다는 이 후보의 결단을 존중해달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줄곧 제기해왔던 '국고보조금 27억 먹튀 논란'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 제도는) 금권정치를 막기 위한 제도"라며 "재벌로부터 차떼기를 받은 정당이 비난할 자격이 있나,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 원, 성북동 저택 세금,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4000억 원 특혜 대출을 상환했는지 물어봐달라"고 맞받았다. 또 "현행법에서는 중도 사퇴한다고 반환하는 게 아니다, 저희는 법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홀로 결단한 이정희 "이제 이길 수 있는 판 조성했으니..."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두고 대선후보직을 사퇴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마친 후 차량에 올라 국회를 떠나고 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두고 대선후보직을 사퇴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마친 후 차량에 올라 국회를 떠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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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후보의 사퇴는 후보 본인의 결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 1~2%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해왔지만 대선후보 방송토론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당 일각에서는 완주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왔다.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3차 토론 이후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은 거취 얘기를 전혀 안 하고 있다"며 "지난 6개월간 선거부정세력, 폭력사태의 주범, (진보를) 망친 자가 됐다가 이제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를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간다, 안 간다 한 방향을 정해서 끌어가는 게 맞겠나"라며 "지금 상황에서 사퇴를 고민하는 자체가 뜬금없는 얘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사퇴 결심을 하고, 선대위-선대본 연석회의를 소집해 이 같은 자신의 결단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와 관련 "개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있었지만 연석회의에서는 후보의 결단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그 전에는 사퇴에 대해 논의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의 박빙승부를 벌이는 상황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 후보가) '이제 이길 수 있는 판을 조성한 것 같다, 정권교체를 위해 살신성인하는 마음으로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며 "우리로서는 그 결단을 존중한 것이다, 이제 남은 일은 문재인 후보의 몫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권교체 반드시 이루겠다"..."묻지마식 과격연대 다시 이뤄졌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이정희 후보의 사퇴에 대해 두 줄의 짧은 논평을 내놨다. 박광온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 후보의 사퇴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무겁게 받아들인 결정으로 본다"며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새 정치를 실현하고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열겠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 후보가 의미 있는 국민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사퇴한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4월 총선 때 선보였던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묻지마식 과격 연대'가 또 다시 이뤄진 셈"이라며 "통합진보당은 4월 총선에서 민주당과 연대한 덕분에 큰 재미를 본 만큼 이번에도 민주당을 도우면 정치적으로 세력을 키우고 이득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문 후보가 권력을 잡으면 거국내각을 구성하겠다고 한 만큼 이 후보의 통합진보당 세력이 몇몇 장관급 자리를 챙겨 행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후보가 '진보의 미래를 열겠다'고 말한 것은 문 후보를 도와 대선에서 이기면 챙길 몫이 크다는 계산 속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 후보의 사퇴로 '문재인-이정희-심상정-안철수 연대'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은 '가치연대'가 아니고 '잡탕연대', '짬뽕연대'"라며 "문 후보가 집권하면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의 입김은 더욱 커질 것이고, 권력 나눠먹기 과정에서 권력다툼, 이념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도 주장했다. 



태그:#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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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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