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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낸시랭 전시회를 찾은 팬들
낸시랭 전시회를 찾은 팬들 ⓒ 이충섭

팝 아티스트 낸시랭이 지난 16일 팔레 드 서울 갤러리에서 자신의 개인전을 찾은 팬들과 공개 인터뷰를 가졌다.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전 관람 및 공개인터뷰 신청을 해 모인 팬들은 1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했다. 전시장에 테이블을 놓고 앉은 낸시랭은 서먹해하는 팬들에게 작품은 물론 자신에게 궁금한 모든 걸 물어봐도 된다고 했다. 늘 그랬듯이 고양이를 왜 어깨에 얹고 다니냐는 질문이 맨 먼저 나왔다.

"처음엔 사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몇 년 전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고양이를 입양했다가 편찮으신 어머님이 불편해하셔서 며칠 만에 고양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적이 있다. 늘 미안한 맘이 있었는데 일본에서 우연히 고양이 인형을 파는 가게를 발견하고 샀다. 인형이지만 페르시안, 샴 고양이 등 혈통이 좋은 고양이와 길고양이가 따로 있던데 측은한 맘이 들어 잡종 길고양이를 골랐다.

이번 전시 작품들에 모든 정치인 어깨에 고양이가 등장하는 건 정치인들이 그저 표독한 얼굴, 야비한 술수로 상대방을 음해하고 헐뜯지 말고, 누구에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내 트레이드 마크인 코코샤넬 고양이를 얹어놓았다. 코코샤넬이나 브라우니처럼 말 한마디 않고도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은 적어도 남을 비방하고 가시돋힌 설전을 않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으면 한다."

 공개인터뷰 중인 낸시랭
공개인터뷰 중인 낸시랭 ⓒ 이충섭

일부러 선거 기간에 맞춰 전시회를 기획한 의도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팬들은 궁금해했다.

"물론 작품 설정, 시기 등이 계획된 것이다. '내정간섭'이란 주제로 개인전을 기획한 것은 누리꾼의 악플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SNS로 소통했던 정치적 사안에 대해 '넌 미국시민권자여서 선거권도 없는데 왜 내정간섭이냐?'라고 비아냥댄 댓글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타임>지에서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지제목을 달았듯이 이번 선거 결과는 21세기 한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중대한 순간이라고 본다. 나와서는 안 될 사람, 정치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 등 이런 후보자 구성은 전에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후보들을 내 작품에 담아 역사적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 작품을 구성했다."

 작품 앞에서 인터뷰 중인 낸시랭
작품 앞에서 인터뷰 중인 낸시랭 ⓒ 이충섭

투표권이 있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냐는 질문에는 낸시랭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누굴 지지한다는 말보다는 바라는 점을 말하는 게 낫겠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력이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좌빨이니 수구꼴통이니 하며 내 눈에 낯선 사람이라고, 게다가 내 패거리와 비슷하지 않다고 일단 돌팔매질을 하기보다는, 다양함과 도전정신을 너그러이 품을 수 있는 똘레랑스가 필요한 게 이 시대의 대한민국 아닌가 한다.

또한, 분명한 건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거다. 내 분야인 예술에 대해서만 언급하자면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미술관, 박물관 다녀와서 감상문 쓰라고 하는 걸로 예술 감성이 길러질 수 없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미술관을 다녀야 한다. 한국 사회가 먹고 살기 바빠서 그렇다고 하지만 선진국도 각박하긴 마찬가지다. 못 사는 후진국에서도 예술 감성은 우리나라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문제는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이다. 그게 곧 가치관이고 국민 수준이다."

 인터뷰 중인 낸시랭
인터뷰 중인 낸시랭 ⓒ 이충섭

공개 인터뷰로 예정된 1시간이 훌쩍 넘어가자 낸시랭은 팬들에게 자신이 밥을 사겠다며 근처 식당으로 팬들을 초대해서, 자유로운 대화를 이어간 후 팬들과의 만남을 마쳤다.

 공개인터뷰를 하고 있는 낸시랭
공개인터뷰를 하고 있는 낸시랭 ⓒ 이충섭



#낸시랭#내정간섭#팔레드서울#팬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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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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