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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의 러시아 어린이 입양 금지 법안을 보도하는 영국 BBC
미국인의 러시아 어린이 입양 금지 법안을 보도하는 영국 BBC ⓒ BBC

러시아가 미국인의 러시아 어린이 입양을 금지하는 법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은 20일(한국시각) '러시아 하원이 미국인의 러시아 어린이 입양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대미 인권 법안에 대한 심의를 벌여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디마 야코블레프 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상원에서 가결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디마 야코블레프는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양아버지가 더운 날 자동차에 가뒀다가 사망한 러시아 출신 입양아 이름이다.

이 법안은 원래 러시아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피해를 주는 범죄를 저지른 미국인의 명단을 작성해 이들의 러시아 입국 금지, 러시아 내 보유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하원 심의 과정에서 기존의 법안 적용 대상을 미국인에서 외국인 전체로 확대하고, 미국인의 러시아 어린이 입양을 금지하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되어 전체 하원의원 450명 중 400명의 찬성을 얻었다.

러시아 외무장관, 교육장관 등은 현실적인 문제를 들어 '디마 야코블레프 법'을 반대하고 있다. 유니세프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는 74만 명의 고아가 있다. 또한 미국과의 외교적 갈등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러시아, 미국의 대러 인권법에 '맞불'

푸틴 대통령이 내각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러 인권법 채택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의회는 2009년 러시아 고위층의 비리를 조사하던 중 의문사를 당한 인권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의 이름을 딴 대러 인권법을 통과시켰고, 지난 1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최종 채택됐다.

러시아인 변호사 마그니츠키는 고위공무원 여럿이 연루된 대규모 비리 사건을 조사하다가 탈세 혐의로 기소되어 조사를 받던 중 모스크바 구치소에서 사망했다. 당시 구치소 측은 심장마비가 사인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족과 인권단체의 반발로 결국 러시아 정부는 진상 조사에 나섰고, 마그니츠키가 구치소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이 마그니츠키의 사망과 관련된 러시아 관리와 가족, 친척들의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대러 인권법을 추진하자 러시아 정부는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러시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마그니츠키 법'에 최종 서명하자 러시아 외무부는 즉각 이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도 곧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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