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명, 2005년 2명, 2006년 3명, 2007년 2명, 2008년 2명, 2009년 3명, 2010년 4명, 2011년 2명...... 8년 동안 모두 19명, 1년 평균 2.4명. 아주 드문 숫자다. 누구일까?
계간 <수필세계>를 통해 신인 수필가로 인정을 받는 일은 그렇게 어려웠다. 따라서 문인 배출 과정이 너무 어수선하고, 그 결과 수준 미달의 작품이 일반 독자들에게 전문 작가의 작품이라는 포장을 쓴 채 전달되는 문제의 대안을 제시해온 <수필세계>의 자세는 처음부터 문단의 주목 대상이었다.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엄중한 심사와 극소수의 신인 작가 배출 기준을 지켜온 <수필세계>의 원칙은 많은 찬사를 받아왔던 것이다.
한 해에 2.4명만 등단시키는 엄중 심사2012년 겨울호로 통권 35호를 맞는 <수필세계>가 '제18회 신인상'을 발표하면서 2명의 신인 수필가를 세상에 소개했다. 정식 수필가로 작품 활동을 하게 된 김문숙과 박명순이 그 주인공. 김문숙은 <노루와 여우>, <체 같은 사람>, <관음소심>, <어떤 응답>, <장독대를 닦으며> 5편으로, 박명순은 <별난 손님>, <못생긴 사과>, <마음의 빚>, <다듬잇돌>, <인사> 5편으로 신인상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문학청년을 신인 작가로 추천할 때 기준은 무엇일까? <수필세계> 35호의 신인상 심사평을 통해 박양근(부경대 영문과 교수), 최원현(수필가, 문학평론가), 한상렬(계간 <에세이포레> 발행인) 세 심사위원들은 말한다. "개성적 특질을 지니고 있고, 상상과 사유의 깊이가 있으며,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사고 과정을 거쳐 문학적으로 성공한 작품"을 "심사위원 전원의 합의"로 뽑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김문숙의 수필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성(城)을 구축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심사에 오른 다섯 편) 모두가 작품으로서의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또 "(김문숙의 작품들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에 깔고 있다. 소재는 비록 일상의 평범함에서 취택하였어도 이를 작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자기화하고, 행간에 내밀한 의식의 창으로 바라본 존재 해석의 철학을 담고 있다. 수필이 지나치게 사유화되고 서사 중심으로 전개되는 관습적 정형의 틀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의미를 찾으려 하는 장점을 발견하게 한다."는 심사평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박명순의 수필에 대해서는 "작가의 감각은 항상 다중 감각적이어야 하고, 감성적이고도 지적이어야 한다. 한마디로 체험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다. 박명순의 수필은 이런 통합적 접근을 염두에 두고 창작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명순의 실존적 의미망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소재에 대한 철학화다. 수필의 의미화는 이렇게 자신의 인생관과 결부된 삶의 철학이 정서와 혼재하여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화자에게 있어 변화하는 시속(時俗)은 마중물과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런 사람을 살기 희원하는 작가의 마음이자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라는 심사평이 주어졌다.
다양한 읽을거리 보여주는 계간 <수필세계>두 사람의 신인 소개 외에도 <수필세계> 35호는 이숙희 발행인의 (권두 에세이) '진실만이 희망이다'를 필두로 박양근의 (연재 수필론) '안희남의 신변 산문', 박장원의 (수필로 쓰는 수필론) '오동잎은 다 떨어졌는데', 김혈조의 (수필의 원류를 찾아서) '박지원의 문장 창작론', 한 돌의 (영상 에세이) ' 천성산, 하늘릿지를 오르다', 구활의 (스케치 여행) '겨울바다, 그 쓸쓸함에 대하여', 하수민의 (영화산책) '토탈 리콜', 류인혜의 (나무 이야기) '나무 심는 사람들', 김용옥의 (관음 이야기) '관음 108', 김길웅의 (유럽 읽기) '편견' 등 연재물과, 27명 수필가의 신작 에세이, 남홍숙의 계간 비평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