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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의원은 21일 국회 토론회를 열고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의원은 21일 국회 토론회를 열고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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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만원의 전기세를 낼 수 없었던 할머니가 촛불 화재로 손자와 함께 허망하게 사망했다. 딸이 3명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에서 제외됐다.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건강이 나빠져 그마저도 어렵게 됐고, 참변을 당했다.

- 40대 후반의 장애인 아버지는 중학생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70대 부친이 생존해 있고, 부친은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급권자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그 부친에게는 자식이 7명이었다.

- 거제시청 앞에서는 78세 할머니가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딸과 사위의 소득에 따라 산정된 부양비가 최저생계비를 6600원 초과한다는 이유로 수급권자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국기초법)에서는 최소한도의 인간적 생활 보장을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저생활 보장이 필요한 이들에 대해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는 경우,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대해 국가는 기초생활 수급권자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수급권자 선정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돼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그 핵심에 '부양의무제' 기준이 있다. 부양의무 기준 적용 방식에 따라 기존에 보호를 받던 이들도 수급권자에서 탈락하고 있다.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도 수급권자 탈락자가 1만3000명에 이른다. 대책 없이 탈락한 그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있다. 기초수급권자에 포함되지 못해 최저생계비 기준 이하로 살아가는 사각지대에 속한 이들이 백만명에 이른다.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인 기초수급권자 보호와 부양의무제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토론회가 21일 국회에서 개최됐다.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인지, 국기초법이 헌법의 정신에 위배되는 위헌의 소지는 없는지를 검토하는 토론회였다.

이언주 의원, 김용익 의원, 박원석 의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이 공동주관했다. 공정경쟁과 사회안전망 포럼, 국회 경제사회정책 포럼에서 공동주최했다.

이지선 변호사(법무법인 한결)가 부양의무자 제도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 기조발제를 했다. 김윤영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 집행위원,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했다.

참가자들은 부양의무제의 문제점과 부양의무제 폐지 혹은 완화가 필요하다는 방향에 대해 공감했다.

기조발제에서 이지선 변호사는 현행 기초보장제는 부양 능력이 없는 국민들에게도 부양의무 이행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하위계층에 속한 부양의무자의 경우 부양의무 이행을 통해 차상위 계층이나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소득역전 현상이 발생하거나 빈곤의 악순환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부양의무제 판단기준에 따라 사적 부양이나 공적부양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점을 지적했다. 수급권자와 수급신청을 신청하였으나 탈락한 경우 및 차상위 계층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고, 부양의무자 판단기준을 과도하게 하위법규에 위임하는 것은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민법상 가족관계를 통한 사적부양을 우선하고 국가의 공적부양은 보충적인 접근을 취하는 현행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이는 민법상 부양의무자에게 국가의 책임을 과도하게 전가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보충적 공적부양은 국가 예산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국가의 예산확보는 인간다운 생활 보장을 위한 국가의 의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부양의무제 폐지 전략으로 국회 차원의 정치, 입법 활동을 통해 기초보장 범위를 확대해 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부양의무제 폐지 전략으로 국회 차원의 정치, 입법 활동을 통해 기초보장 범위를 확대해 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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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 집행위원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정함에 있어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과도하게 위임되어 있어, 실제 적용과정에서는 수급규모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도 급여 삭감 혹은 급여 중지된 가구가 10만 가구에 이르고 있고, 2013년도 기초생활수급권자는 147만명으로 예상돼, 10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과도한 행정 위임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은 또 기존 수급자를 탈락시키는 경우 사전 예고나 의견제출 기회 등을 충분하게 보장해야 함에도 일선 현장에서는 '선조정, 후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회복지전산망(행복이음)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방식은, 현장을 찾아가는 사회복지 행정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선 교수는 현재 시스템은 국가가 부양의무를 부양능력이 부족한 부양의무자에게 떠넘기기만 할 뿐 실제 최저생활을 보장받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양의무자가 누가 되었던 최저 생활 보장을 위해 먼저 수급권자로 보장을 하고, 후에 부양의무자로부터 정산 받는 방식, 자칭 '최소부양 국가보증시스템'을 제안했다.

김미곤 박사는 현행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문제점에 동의한다며, 법 개정을 통해 부양의무자 범위를 축소하고, 부양능력 판정시 소득기준과 재산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종철 교수는 국민기초 생활을 보장하는 문제는 사회권적 기본권으로 입법권을 통해 구체화돼야 할 과제로, 현행 법체계에서는 포괄적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사회권에 대한 최소 보장의 국가의무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다투는 문제로서 위헌성 논의도 그 지점에 대한 섬세한 논리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다만, 현행 법 논리상 위헌성에 대한 검토 보다는 입법권에 대한 노력을 주문했다. 즉 인간다운 삶의 보장 범위 확대를 위한 국회 차원의 정치활동, 입법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론회 진행 사회를 맡은 이언주 의원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위해 많은 사례를 수집해서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이원은 토론회를 연 배경에 대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다운 삶의 유지를 위한 사회적 기본권 실현에 있어 국가의 의무가 어디까지인지, 부양의무제 기준 적용에서 발생하는 차별이 평등권을 저해하지 않는 '합리적 차별'에 해당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부친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며,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없을 경우 자녀 세대들이 겪는 경제적 부담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경우 빈곤의 대물림, 가처분 소득의 저하는 청년들의 결혼 문제 등 또 다른 사회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며,  사례를 파악해보자고 말했다.

이 의원은 부양의무제는 청년층과 중년층의 어깨와 사기에 대한 문제이고 가족의 행복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예산 확보 문제가 있더라도 모순을 해결해가려는 국가 비전을 제시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리나라 경제력에 맞는 상식적인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광명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민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제 폐지, #이언주 국회의원, #국회 토론회, #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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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활동가 전)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 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안전과장 전)광명시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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