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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삼척시의회 시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광우 당선인.
19일 삼척시의회 시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광우 당선인. ⓒ 성낙선
지난 19일, 전국이 대선 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희비극이 엇갈리는 어두운 밤을 보내고 있을 때, 강원도 삼척시에서는 작은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대선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사건이지만, 삼척시에서는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사건이었다.

대선과 동시에 진행된 삼척시의회 시의원 보궐선거에서,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이하 핵반투위) 기획홍보실장으로서 삼척핵발전소 유치와 건설에 반대해 온 한 이광우 후보가 시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다.

이 후보의 당선은 삼척핵발전소 건설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10월 31일 실시된 김대수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운동이 실패로 끝난 뒤에 실시된 것이어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당시 주민소환투표는 투표일 3일 전 한 지역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유권자가 무려 60%를 넘었다. 주민소환투표에서는 투표 참여가 곧 '주민소환에 찬성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이 여론조사는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주민소환투표는 투표인 수의 1/3(33.33%)이 투표하고 그 중 1/2이 찬성표를 던지면 시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투표일인 10월 31일, 실제 투표장에 나간 유권자는 1/3에 못 미치는 25.9%였다. 이 투표율은 이전에 다른 지역에서 실시된 주민소환투표와 견주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시장을 주민소환하는 데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핵반투위는 "공무원 가족과 통장 등이 투표소 근처에 나와 서 있는 등, 관이 투표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주장했지만, 투표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후로 삼척시 등 핵발전소 건설 찬성 측은 "시민 여론이 자신들 편이라며 더 이상 핵발전소 건설 문제를 놓고 논란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처럼 시민여론이 자신들 편이라는 삼척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보선에서도 그런 경향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했다. 하지만 19일에 실시된 선거 결과는 그와는 달리 핵발전소 건설 반대 시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8명이 후보로 나선 19일 보선에서 이광우 당선인은 전체 투표자 2만1942명 중 36.7%의 표를 얻어 시의원에 당선됐다. 삼척시는 강원도 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다. 삼척시민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박근혜 후보에게 65.3%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반핵투쟁을 전개해 온 한 시민운동가가 시의원으로 당선된 건 이례적이다.

이번 보선 결과로 핵발전소 건설 찬성 측의 주장도 더 이상 힘을 얻기 어렵게 됐다. 주민소환운동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에 핵발전소 반대운동이 한동안 중심을 잃고 표류한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광우 후보 당선은 앞으로 핵발전소 반대 운동 진영에 또 다른 동력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척시에서는 핵발전소 반대 운동이 어떻게 전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반핵투쟁 전개해 온 한 시민운동가가 시의원 당선된 건 이례적

 지난 10월 24일 삼척 도계장터, 주민소환투표 선거 유세 중 사회를  보고 있는 이광우 당선인.
지난 10월 24일 삼척 도계장터, 주민소환투표 선거 유세 중 사회를 보고 있는 이광우 당선인. ⓒ 성낙선

20여 년 넘게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에 몸담아온 이광우 당선인이 시의원으로서 어떤 활동을 펼칠지도 관심이다. 이광우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핵발전소 건설 반대 의지를 분명히 밝혀 왔다. 선거가 끝나고 시의원으로 당선된 후, 그는 그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물론 그는 시의원으로서, 핵발전소 건설 반대에만 머무르지 않고 삼척시를 핵발전소 없는 '생태와 휴양 중심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수 삼척시장은 이미 핵발전소 건설을 확정지은 상태에서 지역에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등 삼척시를 거대 에너지 복합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광우 당선인의 입지가 그다지 넓지 않다. 입지는 좁고 해야 할 일은 많고, 이런 상황에서 이광우 당선인이 앞으로 시의원으로서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시의원 당선 후, 23일 그와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 오랫동안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에 몸담아 왔다. 최근에는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에서 기획실장을 맡아,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전개해 왔다.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 왔나?
"삼척시청에서 공직생활을 89년부터 해왔다. 2001년도에 직장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공직사회개혁을 위해 일하기 시작하고, 2002년 공무원노조로 전환하면서 초대지부장과 2대지부장, 그리고 강원본부장을 지냈다. 이후에 중앙 부위원장을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2004년 12월에 노조활동으로 인하여 감옥도 가게 되고, 해직 된 지 8년이 지나고 있다. 핵반대운동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2004년과 2005년도에 원덕 핵폐기장반대운동을 했고, 이번엔 2010년 1월부터 핵반투위 기획홍보실장 일을 하고 있다."

- 그런데 이 시점에 정치 일선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포기한 건 아닐 텐데...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 노조활동을 하면서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다만 직접 정치일선에 나설 것인가는 많은 고민을 해왔고, 한때는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에 전념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핵반대운동을 통해서 삼척의 정치가 혁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시민들의 권유도 있었다. 우선적으로 핵발전소를 막고 시민들의 평화롭고 행복한 생활을 위해서는 정치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 대통령 선거에 가려, 삼척시에서 시의원 보선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물론, 선거 과정 중에 후보자 이름을 알리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선거운동 전략은 무엇이었나? 선거 운동 중에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선거운동은 오직 핵반대 후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 왜 지금까지 핵반대운동을 하는지,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후보라는 것을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했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던 것 같다. 자원봉사자들이 헌신적으로 도와주었다. 다만 선거운동 지역이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시민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 점, 시민들에게 미안하다."

- 진보적인 활동을 해 온 시민운동가 출신 후보가 당선이 됐다는 사실은 의외다. 삼척시민들이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먼저 저를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핵반대 민심과 삼척시의회와 삼척정치의 혁신을 요구하는 바람들과 핵발전소 예정구역 고시해제 투쟁을 다시 이어가자는 결집력들이 시민들 스스로가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에 자발적으로 동의했다고 본다."

- 문재인 후보는 삼척핵발소 건설 반대 입장이었다. 그래서 문 후보가 핵발전소를 막아줄 거라는 기대를 많이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문 후보가 낙선하는 바람에 물거품이 됐다. 또 다시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각오를 말해 달라.
"먼저 주민투표가 발의되도록 하는 것에 온몸을 던지겠다. 핵발전소 유치는 안 된다는 것이 삼척시민들의 명령이다. 그래서 삼척시장과 삼척시의회는 (핵발전소 유치 문제를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여야 하고 그 명령에 따라야 한다. 그리고 삼척시의회의 혁신과 낡은 삼척지방정치의 변화를 위해 작은 관행부터 바꿀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저부터 실천하겠다."

- 시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다. 핵발전소 반대운동 외 또 어떤 일들에 집중할 것인지 말해 달라.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어르신들의 복지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고교학자금 지원과 생태휴양도시로 나가기 위한 삼척의 의제를 만들어가기 위한 토론에 열중하고 삼척의 미래를 향한 방안과 제시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삼척의 혼란은 삼척의 미래가치에 대한 설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고 시민들과 소통하지도 않는 정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 마지막으로 삼척핵발전소와 관련해 삼척시민들은 물론 전국의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국가 에너지 정책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당선자가 소통을 강조하였으니 삼척시민들의 민심을 읽을 거라고 여긴다. 또한 반핵운동 시민진영도 자신감을 잃지 말고 해나가야 한다. 지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전국에서 저에게 보여준 사랑과 관심에 감사드린다."

삼척시에서는 2010년 말 김대수 삼척시장을 중심으로 지역 내에 핵발전소를 유치하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격렬한 시민 반대 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와 삼척시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에도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부는 삼척 시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14일 삼척시를 핵발전소 건설사업 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이광우#삼척원전#삼척핵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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