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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쌀>겉표지
 그림책<쌀>겉표지
ⓒ 둥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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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논피가 뭐야?"

그림책을 보던 아이가 묻는다.

"논에 자라는 잡초 같은 거. 왜?"
"논피가 벼인 척해. 완전 웃겨."

5학년이 둘째 녀석이 그림책 <쌀>을 보고 재밌어 한다. 이제는 그림책을 시시해할 나이도 됐지만, 아이는 잘 만들어진 그림책은 여전히 좋아한다. 나도 책을 손에 들었다. 여섯 살 막내도 책을 읽어달라며 내 무릎에 앉는다. 표지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논에 사는 다양한 곤충과 새·양서류 등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책 속 동물들의 표정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 벼 위에 있는 메뚜기는 웃고, 거미는 궁금한 얼굴로 위를 쳐다본다. 또, 개구리는 혀를 날름거리며 뭔가 먹고 싶은 얼굴이다. 그림책 제목 <쌀> 글씨 위에는 칠성무당벌레와 주인공인 볍씨들이 논을 내려다보고 있다. 

배영하 선생님이 글을 쓰고 류정우 선생님이 그림을 그린 그림책 <쌀>은 둥그나무 출판사에서 나왔다. 부제는 '벼의 한살이로 들여다본 논 생태계'.

생동감 넘치는 논... 이런 세계가 있구나

 볍씨들이 창고에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
 볍씨들이 창고에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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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콤바인으로 밀밭을 수확하는 모습
 콤바인으로 밀밭을 수확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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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따뜻한 봄날, 이 책의 주인공인 벼톨이·벼실이와 벼락이가 시골 창고에서 고향인 논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날씨도 맑고 바람도 잔잔한 날, 벼톨이와 친구들은 농부 아저씨 수레에 실려 창고에서 나왔다.

"이제 밖으로 나온 건가?"
"야, 밀지 마."
"미안 자꾸 흔들려서 그래."(본문 4쪽)

벼톨이와 벼실이·벼락이는 쉼 없이 수다를 떤다. 농부 아저씨는 밀밭에 볍씨들을 뿌린다. 그런데 주인공인 벼톨이를 밀 잎사귀 위에 떨어뜨린다. 친구들은 밀 잎사귀 위 벼톨이를 걱정한다. 얼마 뒤, 농부 아저씨가 콤바인으로 밀을 거둔다. 그 바람에 온 논이 들썩인다. 개구리는 팔짝, 방아깨비 펄쩍 다행히 밀 잎사귀에 위에 있던 벼톨이는 땅에 떨어질 수 있었다. 콤바인이 밀밭을 지나간 다음의 논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표현돼 있다. 또한, 그림의 시야가 논바닥에 딱 붙어 있어서 그림을 바라보는 어린이들이 땅에 사는 곤충이 된 듯 개구리와 방아깨비·거미의 놀란 모습을 실감나게 볼 수 있다.

볍씨들을 따스하게 덮어 준 밀짚들은 빛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다른 풀이 자라지 못하게 한다. 어느덧 벼톨이와 친구들도 싹을 내리고 많이 자랐다. 그런데 벼톨이 옆에 못 보던 친구가 있다. 친구인 줄 알고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이 녀석은 바로 논피. 논피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논피인 게 들통 나선 안 돼 농부 아저씨가 뽑아 버릴지도 몰라 벼인 척하자."

우리 둘째는 이 부분을 가장 재밌어 했다.

참새 지나가자 태풍... 우리 삶과 똑같네

 논피랑 볍씨들이 이야기 나누는 모습
 논피랑 볍씨들이 이야기 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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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피인 걸 볍씨들이 알게 된 장면
 논피인 걸 볍씨들이 알게 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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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톨이랑 친구들은 잎을 하나 더 나게 해달라고 밤에 별님에게 빈다. 그런데 별님인 줄 알았던 빛이 사실은 별빛이 아니라 반딧불이 빛이었다. 반딧불이가 나타나서 짝을 찾기 위해 꽁지에 불을 밝히고 날아다니고, 어떤 녀석들은 짝을 찾아 짝짓기를 한다.

벼톨이와 친구들은 쑥쑥 자란다. 물론 벼인 척하는 논피도 잘 자란다. 그러다 보니 이제 벼인 척했던 논피도 벼와는 생김새가 달라진 것을 숨길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논피임이 들통 나 버린다. 

"논피 그 동안 우릴 속인 거야?"
"내 그럴 줄 알았어. 두고 봐, 너. 내가 쑤욱 자라서 다시는 햇빛 못 받게 해 주지."
"우헤헤, 들켜 버렸네! 미안, 미안."(본문 21쪽)

무더운 날이 이어지다 보니 벼들을 괴롭히는 벼멸구랑 끝동매미충 그리고 벼메뚜기가 나타난다. 농약도 안 치는 논인데 누가 벼들을 구해 줄 수 있을까. 벼들은 "아무도 없어요? 누가 우리 좀 도와주세요!"라고 외친다. 이들의 간절한 소망은 누가 들어줄까. 농약도 안 친 논에서 벼들이 잘 자랄 수 있을까. 다행히 이들을 잡아먹는 천적 녀석들이 나타나서 이들을 잡아먹는다.

알곡이 잘 자란 벼들을 괴롭히는 녀석들이 또 나타난다. 이번에는 참새다. 참새들의 괴롭힘이 끝나자 한여름 태풍이 몰려온다. 태풍이 몰아친 날 벼톨이가 엎어진다. 빨리 일어나지 못 하면 벼톨이의 알곡이 썩어서 수확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벼락이·벼실이뿐만 아니라 논피와 곤충 친구들까지 벼톨이가 힘내서 일어나길 기원한다. 벼톨이는 친구들의 응원 덕분에 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알곡들이 여물어 꽤 무거워진 어느 밤, 이번에는 글쎄 들쥐들이 나타난다.

벼톨이와 친구들의 수난은 끝이 없다. 이 어려움을 넘기도 쌀들이 우리 밥상까지 왔다는 생각이 드니 농부 아저씨들과 벼들에 새삼 고맙다. 밥 한 톨 남김없이 싹싹 먹어야겠다.

그림책은 사이사이 여러 가지 생태 지식을 알려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쌀로 떡을 만드는 과정까지 친절히 설명해준다. 벼를 수확한 논에 또 밀을 심고 밀을 수확하는 것까지 그림으로 친절히 나와 있다. 역동적인 그림과 재미있는 이야기다. 또한 학습 면에서도 내용이 충실하다. 시리즈로 같이 나오는 <콩>과 <고추>도 기대된다.


벼의 한살이로 들여다본 논 생태계 쌀

배영하 글, 류정우 그림, 이영문 감수, 한솔수북(2014)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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