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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솔로 남녀들의 대규모 미팅인 '솔로대첩'에서 한 남성 참가자가 마음에 드는 여성 참가자가에게 다가가 꽃을 전해주며 말을 건네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솔로 남녀들의 대규모 미팅인 '솔로대첩'에서 한 남성 참가자가 마음에 드는 여성 참가자가에게 다가가 꽃을 전해주며 말을 건네고 있다. ⓒ 유성호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솔로 남녀들의 대규모 미팅인 '솔로대첩'에서 커플이 된 남성 참가자가 여성 참가자의 팔짱을 끼고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솔로 남녀들의 대규모 미팅인 '솔로대첩'에서 커플이 된 남성 참가자가 여성 참가자의 팔짱을 끼고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하실까요?"

같이 가? 말어? 더 멋진 사람이 날 찾지 않을까? 한 여성이 망설인다. 대신 남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받고 "나중에 연락한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공원을 배회한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장미 한 송이를 내밀며 말을 건넨다. 그래, 이번이다.

한낮에도 영하 5도의 강추위가 찾아온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는 짝을 찾으러 나선 1000여 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외로운 솔로들의, 솔로 탈출을 위한 '솔로대첩' 현장이다.

많은 인파가 몰려 이성을 찾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능력자'들은 짝을 찾아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게 됐다. 솔로 탈출에 실패한 솔로들의 뒷모습은 쓸쓸했다.

데이트 신청 세 번 만에 짝을 만난 김아무개(24)씨는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용기를 냈는데 받아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김씨의 데이트 신청을 받은 박아무개(21)씨는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며 "따뜻한 곳에서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 3명과 함께 솔로대첩에 참가한 신아무개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솔로를 여의도 공원에 몰아 넣고, 커플끼리 서울 시내를 점령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솔로대첩은 페이스북의 '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 유태형(26)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유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솔로 형·누나·동생분들, 크리스마스 때 대규모 미팅 한번 할까"라는 글을 올리면서 SNS상에서 확산됐다.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대전·대구·인천 등 12개의 도시에서 솔로대첩이 진행될 예정이다.

3시 24분 알람과 동시에 시작된 플래쉬몹 '솔로대첩'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솔로 남녀들의 대규모 미팅인 '솔로대첩'에 수많은 참가자들이 참석해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솔로 남녀들의 대규모 미팅인 '솔로대첩'에 수많은 참가자들이 참석해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고 있다. ⓒ 유성호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솔로 남녀들의 대규모 미팅인 '솔로대첩'에 개그맨 박휘순이 참석해 남녀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솔로 남녀들의 대규모 미팅인 '솔로대첩'에 개그맨 박휘순이 참석해 남녀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 유성호

솔로대첩은 일종의 '플래쉬몹'으로 기획됐다. 플래쉬몹은 불특정 다수가 약속된 시간, 약속된 장소에 모여 지시에 따른 행동을 한 후 흩어지는 행사다. 이날 공원에 모인 참가자들은 오후 3시 24분이 되면, 미리 맞춰놓은 핸드폰의 알람과 동시에 이성에게 다가가 데이트를 신청하면 된다.

3시 24분이 가까워지자 여의도 문화공원 내의 국기게양대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여성 참가자가, 왼쪽에 남성 참가자가 줄을 섰다. 낭만적인 만남을 기대했던 참가자들은 알람이 울리자 환호성과 함께 상대를 향해 성큼 걸어나갔다.

하지만 남녀 참가자와 취재진이 뒤섞이면서 진행이 순조롭지 못했다. 참가자 외에도 솔로대첩을 구경하러 나온 시민 등 경찰 측 추산 3500여 명이 인파가 몰리면서 데이트 신청은 물론 상대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남성 측 인파가 여성 측으로 몰리면서 '밀지 마세요'라는 비명 소리가 나오는 등 자칫 인명사고가 날 수 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만회를 위해 주최 측은 오후 4시 정각에 다시 솔로대첩을 시도했지만 '전열'을 재정비 하기에는 늦었다.

남녀 성비가 맞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경찰은 행사 참가자 1000여 명 중 남성 700명, 여성 300명으로 파악했다. 성비 불균형에 따라 짝 찾기에 어려움을 겪은 일부 남성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주최 측은 최대한 성비를 맞추려고 했지만 행사 전, 일부 누리집에서 '엉만튀'(엉덩이 튀고 만지기) '가만튀'(가슴 만지고 튀기)등 성희롱을 계획한다는 글이 올라와 여성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엉만튀·가만튀는 없었다... "외모 뛰어난 남자들을 위한 솔로대첩"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솔로 남녀들의 대규모 미팅인 '솔로대첩'에서 경찰들이 사고에 대비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솔로 남녀들의 대규모 미팅인 '솔로대첩'에서 경찰들이 사고에 대비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유성호

이에 주최 측은 자경단 100명을 조직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경찰도 이날 3개 중대 400여 명의 병력을 공원 입구에 배치했다. 성추행과 소매치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경찰은 이날 늦은 오후, 2차 만남 장소가 될 예정인 여의도 번화가를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수훈(24)씨는 "남자 100명에 여자 10명도 안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솔로를 탈출할 수 있겠느냐"며 "키 크고 외모가 뛰어난 남자만을 위한 솔로대첩"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솔로대첩을 구경하던 한 시민은 "주최 측의 진행에 짜임새가 없다"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행사"라고 평했다.


#솔로대첩#엉만튀#가만튀#여의도 문화공원#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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