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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문용린 신임교육감이 당선되었다. 당선인에게 축하를 보낸다. 문용린 새 서울시교육감은 향후 1년 6개월 간 7조 원이 넘는 예산과 일선 교사의 인사권을 손에 쥐게 된다. 문 교육감은 한국사회의 대표적 교육학자이기도하고, 김대중 정부 시절 짧은 기간이나마 교육부장관을 역임한 경험이 있으니 기대가 된다.

한편 민주진보진영에서도 이수호 단일후보를 내세우며 교육감선거에 나섰으나 당선에 실패했다. 12월 19일 교육감재선거를 앞두고 몇 달 전부터 교육운동진영은 진보·보수로 나뉘어 단일후보추대과정을 거친 결과, 보수 진영에서는 문용린 후보가, 진보 진영에서는 이수호 후보가 선출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관심이 온통 대통령 선거에만 집중,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누가 나왔는지는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속에 표류하는 서울교육

실제로 12월 19일 투표장을 갔더니 어르신들 쪽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왜 투표용지를 두 장이나 주냐?"고 질문하셨다. 그분들 뿐 아니라 일부 유권자들은 교육감후보의 이름과 기호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호 1번 이상면 후보의 사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투표소마다 공고문을 붙여놓았지만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장소 같았다. 22일 간의 선거기간 내내 양 선거캠프에서는 나름대로 활발한 선거운동 가운데 폭로와 흑색선전까지도 주고받았다. 그러나 이를 인지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곽노현교육감 재임시절 시 학생인권조례·교권조례·고교선택제등 각종 교육현안에 언론들이 양분되어 갈등을 조장하며 들끓던 행태와는 다르게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 이번 교육감선거는 유권자의 관심이 특히 부족했다

12월 20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최종 집계된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는 전체 624만 6564표 중 무효 및 기권 처리된 투표수가 301만 4962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는 서울시를 기준으로 무효 및 기권 투표수가 211만 7148건으로 교육감선거와 차이가 컸다. 기권은 아예 투표를 하지 않은 경우, 무효는 투표는 했으나 표기방법이 잘못돼 표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이번 선거에서 무효표는 87만6609표, 기권은 213만 8353표였다. 무효 및 기권 표는 문용린 당선인이 받은 전체 득표수보다도 많았다. 문 당선인은 290만 9435표를 얻으며 54.1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이수호 후보는 198만 7,534표(37.01%)를 받았다.

지난 4~5년 내내 서울교육은 보수-진보-보수를 오가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교육청 관계자들 모두 이리저리 휩쓸리고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며 표류하고 있다. 서울교육은 공정택 전 교육감 시절부터 경쟁교육에 치중해왔다. 공정택 교육감은 1998년부터 2004년 8월까지 제 3·4대 서울시 교육위원을 지내고 2004년 9월부터 2008년 7월까지 민선 서울시교육감을 역임하며 고교선택제·일제고사 실시·영훈 중학교 등 설립을 허가해주며 특권교육의 전도사·교육 소통령 등으로 불렸다.

경쟁논리와 수월성 교육을 내세우며 학생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갔지만 2008년 8월에는 직선 서울시교육감에 까지 당선되었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교실 창호 개선사업 예산이 건설업자와 장학사·교장 선생님들에게 리베이트로 돌아가고, '교육계의 별'이라 불리는 장학사 자리가 돈으로 매매된 것이 문제가 되어 2009년 10월 당선무효를 선고받았다.

유권자들이 분노했다. 이런 상황에서 곽 교육감이 등장했고 진보 교육의원 3명이 당선되었다. 때마침 2010년 6월 지자체선거에서 서울시의회에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서울시교육위원회에 민주당 시의원과 진보성향 교육의원 등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면서 서울교육을 보다 투명하게, 보다 민주적으로, 보다 창의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바탕이 비로소 마련된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의 명암과 전교조출신 교육감후보

2010년 교육자치선거 당시 서울 유권자들은 교육비리를 척결하고, 점심밥만은 차별없이 먹이고, 혁신학교를 통해 공교육의 표준을 만들어가겠다는 곽노현 후보의 공약에 표를 던졌다. 곽노현 교육감은 2010년 '투명성' '공정성' '개혁성'을 내세웠다. 그는 경쟁과 서열이 난무하던 서울교육에 협동과 공존을 가르쳤다. 서울의 아이들을 감수성과 창의력을 가진 행복한 미래시민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민주주의 교육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스스로 서울교육을 위한 디딤돌이 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 신중한 태도를 취한 나머지 정책 진행에 미온적이었다. 고교선택제 폐지를 망설인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더구나 보수언론의 곱지 않은 시선과 MB정부 이주호 교과부장관과의 대립, 8개월 여의 수감생활 등으로 인해 추진력과 설득력의 한계로 올바른 정책을 정착시키는 데 시행 착오가 적지 않았고, 속도 또한 더뎠다. 더구나 법원의 후보 사후매수죄 판결로 교육감직을 상실하면서 조속히 진행되었어야 할 중요한 정책들이 결국 새로운 교육감 출범과 함께 사장되고 말았다.

그러나 지난 730일간 곽 전 교육감이 이룬 서울교육의 기분 좋은 변화는 1300여 개 학교에서 조금씩 꿈틀대고 있었다. 서울형 혁신학교란 교장에게 자율권을 부여, 공교육의 다양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정책이다. 혁신학교는 2012년 현재 61곳이 지정되어 운영 중이다. 일부에서는 전교조 학교라고 말하나 실제 전교조 가입 교사는 20% 안팎이다. 서울교육청은 혁신학교를 더 늘리고 싶어도 준비된 교사가 없어서 늘리지 못하는 것이 솔직한 속내이다. 그러므로 잘한다고 칭찬을 하지 못할망정, 전교조 학교라고 폄하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또한 곽노현 교육감은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이 함께 교육복지민관협의회조례를 만들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잇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갔다. 군림하는 교육청이 아닌 일하는 교육청으로 바꿔나간 것이다.

문용린호 서울교육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문용린 교육감은 지난 20일 취임식에서 '학생인권조례'를 가장 먼저 폐지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 밖에 진보 교육의 상징 격으로 곽노현 전 교육감이 추진해온 '혁신학교' 정책에도 손을 대고자 하는 의사를 밝혔다. 교육시민운동단체들이 충격 속에서 들끓고 있다. 신임자가 전임자의 모든 정책을 거부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문용린교육감은 정책을 빨리 결정하기에 앞서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먼저 널리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울교육변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제할 것이 하나 있다. 밖에서 보기에 서울교육이 곽노현표 무상급식 때문에 화장실도 못 고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무상급식 예산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나 반드시 그런 것 만은 아니다. 예산은 "돈으로 표기된 정책"으로서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무상급식 실시 전이라고해서 학교가 풍족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교육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을 통해 누리사업예산과 무상급식예산은 국가가 책임지기를 바랐던 것이고 이것이 교육운동진영이 대선에 올인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용린 교육감은 중학교 1학년 시험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누가 됐든 학생을 시험경쟁과 주입식교육에서 해방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가 IQ가 아닌 EQ를 주장해온 교육학자라는 점을 기억나게 한다. 그러나 일제고사는 치루겠다고 선포했다. 일제고사를 유지하겠다는 사실은 결국 그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어차피 문용린 교육정책을 단번에 시행하기는 어렵다. 관료제는 그리 빨리 움직이지 못한다. 1년 반, 큰 변화를 시도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참여와 혁신이라는 서울교육의 기조는 유효하다. 교육이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앞의 두 가지 기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교육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한국사회의 성패가 달려있다. 문용린 신임 서울교육감이 진보, 보수 양 진영의 논리를 떠나서 서울의 아이들을 위하여 작금의 과잉경쟁과 금전만능의 교육풍조 속에서 무엇이 바른 길인지 성찰하기 바란다.


#문용린#서울교육#혁신학교#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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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ngo에서 일합니다 교육현안에대해 대중적 글쓰기를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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