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결과가 나오고, 50대의 높은 투표율이 결과를 좌우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었다. 언론의 분석에 의하면, 이번 선거에서 50대 연령층 다수가 박근혜 당선인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욱 진보적인 공약을 내걸었던 후보들에게 기대를 걸었던 젊은 세대는 이에 실망한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노년층 무료승차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청원 서명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물론, 실제로 전국의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현재 대한민국은 점점 노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그 무임손실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년층 무료승차가 지하철 운용에 있어 건전한 재정확보를 어렵게 만들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또한 당연한 것이다.
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의 일환인 무료승차를 갑작스럽게 백지화하는 것은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시행 중이던 정책을 하루 아침에 철회한다면, 노인층의 불만이 매우 커질 것은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뻔한 일이다.
그보다는 제도에 대한 검토를 통해 더 나은 방안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도 있다. 무분별한 무료승차로 인해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 일주일에 이용가능한 무료승차를 제한하는 식으로 축소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혹은 누군가의 말처럼 지하철 무료승차를 제공하는 것보다, 특정 연령 이상의 노년층 모두에게 일정액의 교통비를 지급하는 것이 도심이 아닌 지방에 거주하는 노년층에게까지 보다 널리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복지정책이 계층 간 갈등 부추기는 도구로 쓰여선 안 돼더군다나 무료승차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가 '세대 간 갈등'이라면 더욱 반대한다. 그 기반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인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노인들도 겪어봐야 한다"는 논리의 복수심, 혹은 분노의 감정에 의한 것이라면 결코 용인될 수 없다.
'당신들도 겪어봐야 안다. 안 겪어보니 모르는 것'이라는 말은 상대방을 무지한 사람으로 몰아붙이며 무시하는 폭력성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 무지가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그에 대한 대응이 설득이 아니라 상대에게 불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이라면 옳지 않은 일이다.
이번 대통령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기존에 팽배해 있던 지역감정에 더하여 세대 간 갈등이 표출되었다는 말도 있다. 상생 혹은 통합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후보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도리어 갈등의 폭이 깊어지고 그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정책의 시행여부가 이런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는 일에 쓰여서는 안 된다. 어린 학생들을 위한 무상급식, 청년들을 위한 반값등록금 정책들이 노인층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던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보복으로 노년층에 대한 복지정책을 철회하자는 주장은 결국 증오의 악순환만 낳을 뿐이다.
이는 반대로, 뚜렷한 근거 없이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일부 노년층의 주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이렇듯 복지정책이 자칫 잘못하면 갈등의 요소가 될 수 있기에 나는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나눔... 복지는 '사람에 대한 배려' 위한 것애초에 복지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돌이켜보자. 복지는 소외된 계층까지도 모두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국민 대부분이 누릴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한 마디로 줄여보자면 '사람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모두를 더욱 배려하기 위한 것이 복지정책 시행의 참된 의미이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서로 갈등이 있는 집단이 각자 자신들이 속한 계층만을 위해 주장하는 복지정책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본인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일 뿐, 진정 복지를 위한 정책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대중교통 무료승차는 각각 어린 아이들과 청년, 노년층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을 시행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각 계층만을 위한 차원이 아니라, 그들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 전체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우리들도 언젠가는 아이를 낳을 것이고, 그 아이는 자라날 것이며, 그 아이들과 우리는 모두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싸움이 아니라 나눔이다. 정책의 시행여부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다. 각 정책들을 시행하기에 앞서 재정마련을 비롯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지만, 폐지와 시행을 두고 계층 간의 갈등을 심화시킬지 모를 갑작스러운 노년층 무료승차 폐지 주장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