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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를 위해 쓰는 물건이 때로는 사용자의 화를 돋게 하는 일은 흔하다. 얼마 전부터 사용하는 통신기기들이 내 생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더니, 어제는 내 성질을 돋웠다. 결국, 사무실에서 통신사 서비스 담당자와 한참동안 논쟁했다. 기기들과의 불화는 물론이고, 데이터 폭탄까지 맞은 것에 화가 나서 그냥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통신기기에 관해서는 얼리어답터라고 자신했던 내가 요즘 왜 이렇게 망가진 것일까. 그러면서 통신 없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까지 생긴 것일까. 그 원인을 파 보자는 생각이 간절해 이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런 푸념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여전히 통신사들에게는 봉이다.

우선 11월에 들어간 통신료를 살펴보자. 통장에서 빠져나간 금액 기준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이동전화 사용료 10만820원, 태블릿(아이패드) 4만6170원, 와이브로 5440원, 인터넷과 IPTV 2만8150원, 인터넷 전화 8770원이다. 이 금액을 합치면 18만9350원이다. 여기에 아내와 아들의 핸드폰 비용을 합치면 근 30만 원 가량이 한 달 통신료로 나간다. 이런 지출로 기자가 받는 보너스는 올레포인트 '별'이 전부다.

이동전화와 태블릿과의 불화

기자가 쓰고 있는 아이패드와 핸드폰 이동전화는 최근 아이폰4에서 옵티머스G로 바꾸었고, 태블릿은 아이패드를 쓰고 있다
기자가 쓰고 있는 아이패드와 핸드폰이동전화는 최근 아이폰4에서 옵티머스G로 바꾸었고, 태블릿은 아이패드를 쓰고 있다 ⓒ 조창완

기자의 불만은 이동전화에서 발단이 됐다. 사실 이런 통신료 지출은 이동전화 단말기(아이폰)의 할부가 끝나는 때쯤 많이 줄어들 것이라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내가 기대하는 효과는 정말 작았다. 이동전화 단말기 할부금이 없어도 내 이동전화 요금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더욱이 내 이동전화는 DMB도 볼 수 없고, 속 터지게 느린 '아이폰 4'인데, 이렇게 느리고 용도도 없는 것을 쓰느니 같은 조건에 LTE폰으로 바꾸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전화 판매점에서 상담 끝에 2년 약정이 걸려 있지만, 내 아이폰을 반납하면 거의 단말기 할부금이 없이 LTE폰으로 갈아 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10년 간 쓰던 이동통신사를 바꾸었다. 물론 잘 확인해보면 통신기기 값의 대부분은 2년 동안 내 주머니에서 나갈 것을 알지만, 편의를 위해 바꾸었다.

그렇다고 고민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새로 구입한 LG 옵티머스 G는 배터리가 형편없이 빨리 닳았다. 이 정도야 해결책을 찾아가면 될 테이니…. 낙관론자답게 웃어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태블릿(아이패드)에서 터졌다. KT고객 사이트인 올레에 태플릿 사용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놀라운 상황을 확인했다.

 12월 데이터 사용량에 대한 답변 이메일.
12월 데이터 사용량에 대한 답변 이메일. ⓒ 조창완

기자가 이달에 태블릿으로 사용한 정보량이 4만2628.3메가바이트인데 그중 4만580.3메가바이트가 요금 부과 대상이라는 것. 애초 기자는 2기가바이트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에 단말기대금(28750원)을 포함해 4만6500원 정도를 내고 있었다(이런 저런 할인 포함).

그런데 이 달에 42기가바이트 정도를 사용해 초과요금제를 적용해서 데이터 사용료만 207만 원 정도 나왔다는 것이다. 사용 데이터량에 관계없이 요금 상한이 15만 원으로 고정되어 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래 고지서에서 보듯 요금 폭탄을 피해갈 수 없었을 것이다.

 12월에 납부해야 할 통신료 고지서. 이 요금은 지난 24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이후에는 셀룰러 데이터를 중단시켰다.
12월에 납부해야 할 통신료 고지서. 이 요금은 지난 24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이후에는 셀룰러 데이터를 중단시켰다. ⓒ 조창완

그런데 데이터 사용량에 의문이 들었다. 내 태블릿으로 11월에 쓴 정보량은 302메가바이트이고, 10월은 847메가바이트, 9월은 1630메가바이트로 내가 쓸 수 있는 데이터량 총량 2기가바이트에 미치지 않았고, 데이터량도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런데 12월에 쓴 데이터량이 가장 많이 쓴 9월에 비해서도 26배 가량 많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필자가 태블릿을 쓰는 공간은 집이나 사무실인데, 집은 와이브로가 사무실은 와이파이가 있어서 별도로 셀룰러 데이터를 다운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통신사로 전화를 걸었다. 도대체 어떤 경위로 이렇게 많은 데이터가 이용됐는지 궁금했다. 통신사 상담사는 팝캐스트 자동다운로드나 유튜브, 영화 다운로드 등 상식적인 답변을 해주었고, 내가 사용한 정보를 확인하려면 직접 KT지사에 방문해서 데이터 사용처를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우선 이렇게 많은 데이터가 사용되고 있음에도 이런 상황을 체크해 알려주지 않는 통신사의 시스템에, 직접 사무실까지 내방해야 데이터 사용처를 알 수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한참 상담한 끝에 상담사는 데이터 이용료 상한선이 15만 원인데, 10만 원으로 내려주는 것으로 흥정을 해왔다.

더 실랑이를 하기가 싫어서 그 조건을 받아들이고, 셀룰러 데이터를 다운받지 않게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내 태블릿도 초기화시켜 혹시 기기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도 원천 봉쇄했다. 결국 내 태블릿은 와이파이나 와이브로 환경에서만 쓸 수 있는 반쪽 통신기기가 됐다.

나를 감동시켰던 통신사회, 가정 경제를 좀먹고 있구나

이런 일련의 조치를 거치면서 굳이 내가 이 정도로 통신료를 부담하는 것이 이성적인지를 생각했다. 우선 이동전화는 사용 중인 신용카드와 결합하면 1만 원 정도 할인받을 수 있는 통신사로 옮겼고, 약정 기간이 있는 만큼 2년은 그렇게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음은 이번에 문제가 된 태블릿이다. 우선 아이패드는 단말기 대금이 남은 만큼 사용은 하되 셀룰러 데이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최소 요금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리고 최근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와이브로(에그)는 약정 기간이 끝난 만큼 바로 해지할 생각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내가 한 달에 아낄 수 있는 통신비는 5만 원도 되지 않는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한 달에 통신비로 20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셈이다.

기자는 처음 네트워크와 접속했던 1995년 봄을 잊지 못한다. 컴퓨터 모뎀에 전화선을 꽂고, PC통신 하이텔에 접속했을 때 나에게 새로운 소통의 공감이 열림에 감동했다. 이후 사이버 공간을 통해 글쓰기를 시작했고, 1997년에는 개인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누구보다 빠르게 정보통신 사회와 친해졌다.

하지만 최근 갑자기 불어닥친 기기들과의 불화는 과연 이 네트워크가 누구를 위한 네트워크인지를 생각하게 했다. 습관처럼 접속하게 하는 포털은 내 언론에 대한 관점을 무너뜨리고, 악성댓글이나 조작된 댓글로 인해 정신 건강에 심각해 폐해를 입기도 했다.

또 예상보다 많은 통신비는 우리 가족의 생활비를 좀 먹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다. 가족을 더 화목하게 할 수 있는 외식비보다 많은 정보통신비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약정이나 할인과 같은 방식으로 위장되어 판매되는 통신 기기나 네트워크 사용료는 결국 우리 가정 경제를 가장 좀먹는 나쁜 요소임에도 우리는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사실 태블릿을 구입할 때, 가장 큰 명목은 글쓰기였지만 태블릿이 글을 쓰는데 상당히 적당하지 않는 작업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결국 집이나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과도 멀어져 글쓰는 것은 더욱더 먼 일이 되고 있다. 나의 정보통신 시대와의 불화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보다는 더 깊어질 것만 같다.


#이동전화#아이폰#아이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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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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