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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고 황금주 할머니가 3일 오후 1시 45분경 운명하신 것이다. 올해 92세다.

(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공동대표 윤미향·한국염)는 부산의 한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황 할머니가 운명하셨다고 밝혔다. 할머니 빈소는 부산 사상구 삼신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고 황금주 할머니는 1922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셨다. 할머니는 1934년경 13살 때쯤 함흥 최씨 집에 양딸로 들어갔다. 할머니가 스무살되던 1941년 "일본 군수공장에 가서 3년 계약으로 일해야 한다"는 통지를 받은 주인집 큰딸 대신에 가게된 곳이 군수공장이 아닌 중국 길림에 있는 군부대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주 할머니가 3일 오후 별세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주 할머니가 3일 오후 별세했다.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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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할머니는 길림과 만주 등지에서 일본군 성노예로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 했다. 1945년 해방이 되었지만 전쟁터에 그대로 버려졌던 황금주 할머니는 옷과 신발을 주워신으며, 밥도 얻어먹으며 걸어서 춘천까지 온 후 석탄차를 얻어 타고 청량리역에 내렸고, 서울에서 해방 후의 삶을 살아내셨다.

할머니는 1992년 '정대협'에 피해자 신고를 했고, 이후 그 어느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인권운동가로 활동하셨다.

할머니는 1992년 8월 유엔인권소위원회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까지 정대협 대표단과 함께 방문하여 일본군 '위안부'로서 겪었던 참담한 경험을 폭로하고, 국제인권전문가들에게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또 할머니는 미국 워싱턴, 뉴욕, 애틀란타와 캐나다, 일본 등 세계 곳곳으로 다니며 일본 제국주의가 여성들에게 저지른 만행을 고발해 오셨다.

정대협에 따르면, 할머니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 때 "사죄하라" "내 청춘 돌려달란 말이다"며 몸을 구르며 절규하시기도 했다. 또 할머니는 일본대사관 앞을 지키며 때로는 수요시위를 막기도 했던 한국 경찰들을 향해 "니놈들은 어느 나라 경찰이야"라고 호통치시기도 하셨다.

할머니는 2005년경부터 '치매'에 걸리셨고, 부산의 한 요양원에서 치료을 받아 왔다. 장례는 5일 치러지며, 발인 후 천안 '망향의 동산'에 묻힐 예정이다.

윤미향 공동대표는 "할머니가 못다 풀고 가는 한, 우리가 풀어드릴 수 있도록 정대협은 굴하지 않고 활동할 것"이라며 "고인께서 가시는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에 명복을 빌어주시고, 남아있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평화를 기원해 주시며, 할머니의 못다 한 꿈을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이룰 수 있도록 협력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고 황금주 할머니는 올해 첫 위안부 피해 할머니 사망이며, 등록자 가운데 생존자는 58명뿐이다.


태그:#일본군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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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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