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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사측이 낸 신문) 광고를 본 저희 유가족들은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남편의 영정 앞에서 넋을 놓고 울었습니다."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 자본 아니 가진자들의 횡포에 졌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최강서(35)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을 떠나 보낸 부인이 한 말이다.

고 최강서 조직차장의 부인인 이선화(38)씨는 5일 밤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린 "다시 희망 만들기" 집회 참석자들 앞에서 감사의 인사말을 했다.

인사말 도중에 울먹이기도 했던 그는 아직도 두 아이들은 아빠를 기다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진중공업 사측이 지난 4일 냈던 신문 광고에 더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다음은 부인의 인사말 전문이다.

 고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이 '158억 손해배상청구 철회' 등을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보름째를 맞은 5일 저녁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는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시 희망 만들기' 집회가 열렸다. 사진은 고인의 부인이 무대에 올라 민주노총 깃발이 펄럭이는 속에 인사말을 하는 모습.
 고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이 '158억 손해배상청구 철회' 등을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보름째를 맞은 5일 저녁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는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시 희망 만들기' 집회가 열렸다. 사진은 고인의 부인이 무대에 올라 민주노총 깃발이 펄럭이는 속에 인사말을 하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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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아빠의 죽음을 위로하고, 회사 측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유가족들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남편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조차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남편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가서 남편을 보는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었습니다.

정리해고 이후 2년 동안 힘들게 지내왔는데, 재취업 3시간만에 무기한 강제휴업을 시키고 남편을 절망에 빠뜨려 목숨까지 앗아간 한진중공업이라는 회사가 원망스럽습니다.

저희 유가족들은 힘이 없습니다. 우준이 할머니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 계십니다. 우준이 할아버지도 혈압으로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계십니다. 우리 아이들의 삼촌은 아직도 형님의 죽음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준이, 지훈이는 아직 나이가 어려 아빠의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에서도 유서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죽음을 생활고로 인한 비관자살이라는 허위사실을 신문에 광고까지 내니, 남편이 회사를 증오한다는 그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광고를 본 저희 유가족들은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남편의 영정 앞에서 넋을 놓고 울었습니다.

아직도 차가운 냉동고에 있는 남편이 너무나 불쌍합니다. 11년 동안 남편이 일했던 회사에서 쫓겨나와 힘들어 할 때, 남편의 마음 속 분노를 헤아려주지 못해서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우리 아이 아빠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꼭! 도와주십시요! 우리 아이 아빠 너무 불쌍합니다! 우준이 아빠! 나는 어떻게 살라고 간단 말입니까! 오늘 아침에도 우준이, 지훈이는 "아빠 언제와요? 아빠 보고 싶은데…"라고 묻습니다. 어제 지훈이는 재롱잔치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오지 않아서 지훈이는 재롱잔치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웃지 않았습니다. 우준이, 지훈이와 저는!! 어떻게 살아가란 말입니까!

남편이 남긴 유서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저는 민주노조로 돌아오라고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유서엔 한진중공업 동료들에게 지회로 돌아오라고 했습니다. '꼭 돌아와서 승리해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제발 돌아와서 제 남편의 소원을 꼭 풀어주십시요!! 우리 아이 아빠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남편의 장례식을 하루 빨리 치를 수 있도록 꼭 도와 주십시오!


태그:#한진중공업, #최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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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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