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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주차장
대형마트 주차장 ⓒ 정현순

찰칵!
'오늘은 2F-36이군...'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차해놓은 곳의 번호를 사진으로 찍고 있는데 한 여인이 핫바를 먹으며 웃는다. 그러더니 "잊어버릴까 봐 찍는 거지요?"라고 묻는다. "네, 지난번에 주차한 곳을 깜빡해서 고생했거든요"라고 답했다. 그는 자신도 그런 경험이라도 있다는 듯 웃으며 가던 길을 간다.

얼마 전 대형마트에서 주차를 시켜놓고 장을 봤다. 장을 다보고 습관처럼 주차해 놓은 2층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해 놓은 부근에 가서 내 자동차를 찾았지만 차는 보이지 않았다. 리모콘으로 자동차를 찾으려 했지만, 어디에서도 내 차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잠시 당황한 나는 '아니, 견인차가 와서 끌고 간것도 아닐 테고... 그렇다고 차가 저절로 갈리는 없을 테고... 자동차가 어디로 갔지? 하늘로 쏫아나 땅으로 꺼졌나?'라며 한참동안 주변을 정신없이 왔다갔다하며 헤매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봤는지 저쪽에서 안내원이 나를 쳐다보며 다가온다. 그는 "자동차 찾으세요?"라고 물었고 나는 "네, 분명 2층 이 근처에 주차해놓은 것 같은데..."라고 답했다. 그가 자동차 번호를 묻자 나는 번호를 알려줬다.

간혹 나같은 사람이 있는지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다른 차의 번호판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그의 그런 노력에도 내 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혹시 3층이나 4층에 세워놓치 않으셨어요? 가끔 착각하시는 분이 계시더라고요"란다. 나는 "글쎄요? 난 분명 2층에 시켜 놓은 것 같은데, 3층으로 올라가보긴 하겠는데, 그래도 못 찾으면 어쩌죠?"라 물었다. 그는 "아마 3층이나 4층에 있을 거예요. 못 찾으시면 다시 오세요"란다. 친절한 그가 고마웠다.

난 장을 본 무거운 카트를 끌고 3층으로 올라가서 자동차 리모콘을 눌렀다. 그때 저쪽에서 내 자동차에서 반가운 신호가 왔다. 불이 두 번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한다. 어찌나 좋던지. 마치 진짜 잃어버렸던 것을 찾은 그런 기분이었다. 무거운 카트도 가볍게 느껴졌다.

평소 2층 주차장에 주차를 잘 시켜서 그런 착각이 생겼나 보다. 얼른 자동차로 가서 짐을 옮기고 무사히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난 어디를 가든 주차해놓고 나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습관이 생겼다. 이제는 외우는 것도 예전같지 않아 사진을 찍어 두는 게 좋다. 이젠 차를 끌고 나와도 안심하고 일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주차한 곳을 잊어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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