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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월 초가 되면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꼭 나오는 이름이 있습니다. 17년 전 1월 6일, 홀연히 세상을 떠나버린 한 '가객'의 이름 말입니다. 때마침 간만에 <오마이뉴스>에 들어가니 그의 이름이 역시 있었습니다. 선수를 뺏긴(?)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그를 기억하실 분들과 조금이나마 추억을 나누고 싶어 이 자리를 빌어 글을 남겨봅니다. - 기자 말

'가객 김광석'. 사실 그의 부음이 나왔을 때만 해도 저는 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랑했지만>이라는 노래를 몇 번 듣긴 했지만, 제대로 알진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가수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이 가수가 그렇게 대단한 가수였나?' 당시 저는 막 대학 합격 소식을 듣고 그저 세상 모르고 좋아했던 스무살 풋내기였습니다.

기타 배우던 친구 어깨 너머로 알게 된 김광석

대학에 들어가고 저는 본격적으로 김광석을 만났습니다. 친구 어깨 너머로 말입니다.
 대학에 들어가고 저는 본격적으로 김광석을 만났습니다. 친구 어깨 너머로 말입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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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들어가고 저는 본격적으로 김광석을 만났습니다. 그 계기는 당시 절친했던 친구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김광석 노래집'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친구는 그 책을 항상 들고 다니며 기타를 연습했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사람이었고요. 제 노래 실력이 좋았냐고요? 절대 아니었죠. 다만 옆에 있던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그랬던 겁니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그로 인해 김광석을, 그리고 김광석의 노래를 알게 됐다는 겁니다. 그렇게 <사랑했지만>은 술 한잔하면 큰 소리로 부르게 되는 노래가 됐고, <거리에서>는 폼 한번 잡고 싶을 때 부르는 노래가 됐습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부르고, <일어나>를 부르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부르고,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날들>을 배웠습니다.

아, 이 노래 빼놓으면 안 되죠. 남자라면 한 번씩은 다 불렀을 <이등병의 편지>. 제 대학시절엔 유독 그 노래를 부를 일이 많았습니다. 훗날 제가 군대에 있었을 때 이 노래가 영화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괜히 웃음이 나던 기억이 납니다. <공동경비구역 JSA>였죠. 이 노래는 지금도 입영가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른 즈음에> 입니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노랫말은 '서른 즈음' 시절에 한숨을 쉬며 계속 되뇌었던 구절입니다. 대학 시절을 보내고, 치열한 현실과의 싸움에서 항상 패배할 때마다 떠올리던 이 말. 이것도 김광석의 노래입니다.

그의 노래 속 '내 이야기'를 찾다

김광석 'Anthology 1' 앨범 표지
 김광석 'Anthology 1' 앨범 표지
ⓒ 씨제이이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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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김광석은 매력있는 가수였습니다. 특히나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고 아련한 추억 속에 잠기게 하는 능력이 탁월한 가객이었습니다. 매일 '투쟁'만 외치던 삶, 뭔가 풀리지 않는 답답한 현실, 미래를 알 수 없는 어두운 상황을 김광석은 어루만졌습니다. 우리는 그를 통해 쉼을 얻은 겁니다.

그리고 그는 노래했습니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라고요. 그런데 왜? 정작 자신은 일어서지 못했을까요? 왜 자신은 홀연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걸어나갔을까요?

생각해 보니 김광석의 노래가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그의 노래들을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홍상수의 영화 <극장전>의 대사처럼 어떤 영화를 보면 누구나 그 영화를 자기의 이야기로 생각하듯 김광석의 노래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잊힌 '나'를 계속 발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했던 나'(<사랑했지만>) '정든 친구들과 이별하고 군에 갔던 나'(<이등병의 편지>)' '서른을 앞두고 지나간 청춘을 아쉬워하던 나'(<서른 즈음에>) '사랑했던 이의 눈물을 보며 헤어졌던 나'(<그녀가 처음 울던 날>) '그 헤어졌던 여인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나'(<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런 '나'들이 모두 우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김광석의 노래에서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중에 '내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김광석의 노래는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고, 쉰이 넘어도 처음 듣던 그 느낌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마음을 잠시 정리합니다. 그의 목소리와 함께 말이죠.

김광석의 노래, 그의 목소리로 들어야

김광석과 아이유
 김광석과 아이유
ⓒ SK텔레콤 광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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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뒤 많은 가수들이 그의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그의 노래를 다시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 가수분들께는 정말 죄송합니다만) 김광석의 원곡을 능가하는 곡은 아직 하나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여전히 김광석의 노래는 김광석의 목소리로 들어야 비로소 진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 아니, 그와 함께 했던 추억이 너무나 깊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몇년 전에 나온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가 생각납니다. 생전의 김광석과 현실의 아이유가 함게 통기타를 치며 <서른 즈음에>를 부르던 광고. 하나의 현실을 만든다는 광고의 내용은 좋았지만 저는 그 광고를 보며 오히려 심한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그 현실은 결국 우리가 직접 느끼고 겪는 '현실'이 아니니까요. 우리는 실제로 이 장면을 볼 수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니까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심한 '멘붕'을 겪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5년은 또 어떻게 될지 불안해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세상이 벌써 우리의 걱정대로 되고 있는 것 같아 초조해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분들께 잠시만이라도 김광석의 노래를 듣길 권합니다. 그리고 잠시 우리들의 좋은 기억을 생각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변하지 않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요.

덧붙이는 글 | 참, 지금 김광석은 하늘에서 그렇게 갖고 싶어했던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있을까요?



태그:#김광석, #사랑했지만,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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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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