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을 없애고 관련 기능을 국가안보실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안보·통일 분야 위기관리 및 정책조율을 위한 통합 사령탑이었던 청와대 안보정책실이 사실상 부활하는 셈이다.
윤병세 외교·통일·국방 분과 인수위원은 8일 국가안보실 설치에 대해 "관련 절차를 거쳐서 확정될 때까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구성, 기능, 역할과 모든 문제에 대해서 검토가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윤 위원은 "당선인이 대선 공약에서 외교·안보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기존의 (청와대) 외교·안보 기능보다 향상된 기구가 설치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국가안보실의 기능에 대해 "크게 봐선 정책조율기능, 위기관리기능, 중장기 전략을 준비하는 기능 등 세가지"라며 "세부적으로 어떻게 하는 게 국가안보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인지 20년간의 경험과 외국의 선례를 감안해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윤 위원은 또 "국가안보실이 설치되면 정권 변화에 관계없이 지속가능한 기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도 했다.
윤 위원의 설명대로라면, 국가안보실은 뒷날 청와대 안보정책실로 개편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NSC 사무처는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외교·국방 분야 통합 정책기구가 됐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더욱 역할이 많아졌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균형자론을 뒷받침한 것이 NSC 사무처였고, 당시 정부의 외교·안보기조를 강력하게 반대하던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은 NSC 사무국이 월권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2005년 NSC 사무처의 직무와 규모도 크게 축소하는 개정법안을 발의하고 공청회를 여는 등 논란을 확산시켰고, 결국 NSC 사무처의 역할과 기능은 신설된 청와대 안보정책실로 넘어갔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안보정책실을 폐지하고 업무를 외교안보수석실과 국가위기관리실로 옮겼다. 그리고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국가적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부재와 정책 혼선 문제가 '도마 위 단골'이 됐다.
세부적인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외교·안보 분야의 정책조율기능, 위기관리기능, 중장기 전략을 준비하는 기능을 통합한 사령탑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청와대의 국가안보실은 노무현 청와대의 안보정책실과 매우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실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윤병세 인수위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NSC 정책조정실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