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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발표 내용과 다르면 안 되니까, 말하기 어렵다."

지난 7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통화한 류성걸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간사의 말이다. 경제1분과의 담당 부처를 묻는 기자의 기초적인 질문에,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류성걸 간사는 윤창중 대변인을 의식해 입을 닫았다.

또한 윤 대변인은 6일 기자들에게 "영양가(기사로 쓸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대변인이 판단한다"며 훈계조로 이야기했다. 8일에는 기자들의 반복된 질문에 짜증을 냈다. 2일 기자들로부터 '언제 자진사퇴할 것이냐'라는 굴욕적인 질문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180도 바뀐 것이다.

인수위원들은 윤 대변인 눈치를 보고, 기자들은 윤 대변인의 입만 주시하고 있다. '힘 세진' 윤 대변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박근혜 구하기' 이후, 힘실린 윤창중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 사흘째인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윤창중 대변인이 간사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 사흘째인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윤창중 대변인이 간사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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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윤창중 대변인이 박근혜 당선인 수석대변인에 임명될 때 '인사 실패' 논란이 일었다. 윤 대변인은 대선 기간 야권 인사들을 '정치적 창녀'라고 비난하고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를 '반(反) 대한민국 세력'으로 몰아붙였다. 박 당선인의 '국민대통합'과 거리가 있는 '극우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또한 정치계와 언론계를 여러 차례 오간 대표적인 '폴리너리스트'다. 윤 대변인은 2000년 자신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당신 인생을 파멸시키겠어"라고 폭언한 전력도 있었다. 같은 달 27일 윤 대변인이 인수위 인선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밀봉된 봉투에서 인선 명단을 꺼낸 일을 두고, '밀봉 인사'라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같은 달 31일 윤 대변인의 역할이 인수위 대변인으로 바뀌자, 논란 탓에 입지가 축소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원조 친박'이라는 평가를 받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윤창중 퇴진론'을 주장한 사실이 1일 알려지면서, 윤 대변인 사퇴 여론이 거세졌다. 2일 기자들은 윤 대변인에게 자진사퇴를 묻는 질문을 했고, 그는 진땀을 흘리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5일 윤 대변인이 '박근혜 구하기'에 나서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앞서 4일 인수위원 인선이 모두 마무리되자, 야권은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방식을 비판했다. 이에 윤 대변인이 야당을 다시 비판한 것이다.

그는 "인수위 구성 등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하여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진심을 왜곡하는 것으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야당도 내부적으로 할 일이 산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의 선후를 가려주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인수위원들은 기자 피하기 백태... 윤창중은 기자에게 훈계와 짜증

박근혜 당선인이 7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7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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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부터 윤 대변인에게 힘이 실렸다. 이날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주재한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대외 공보 활동 창구를 윤창중 대변인으로 일원화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김용준 위원장은 "관계법령에 따르면, 위원회 활동 등의 대외 공표 및 홍보 등에 관한 업무는 대변인이 담당하게 되어있으므로 위원회의 구성원들은 모두 이 점에 특히 유의하여 위원회 업무에 혼란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윤 대변인의 태도가 달라졌다. 공세적입 입장을 취한 것이다. 윤 대변인은 전체회의 뒤 열린 워크숍과 관련해, 어떤 논의를 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영양가가 없다"며 설명을 거부했다. "뉴스 가치를 언론에서 판단할 테니 말해 달라"고 재차 요청하자, "영양가가 있는지 없는지도 대변인이 판단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윤 대변인이 기자들을 훈계할 동안, 인수위원들이 기자들을 따돌리는 과정에서 온갖 촌극이 벌어졌다. 7일 한 인수위원은 기자들을 피해 올라탄 차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지 않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실소를 유발했다. 김현숙 위원은 구두가 벗겨졌다.

이날 박근혜 당선인은 윤 대변인에게 재차 힘을 실어줬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과거의 사례를 보면 인수위에서 설익은 정책들이 무질서하게 나와서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그것이 결국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한 인수위 관계자는 "박근혜 당선인이 윤창중 대변인과 관련된 논란을 모르냐"는 질문에 "왜 모르겠느냐, 박 당선인은 포털 사이트에 직접 이름을 검색해본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윤 대변인을 온갖 논란에도 신뢰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인수위에서 유일하게 '입'을 가진 윤 대변인은 단숨에 '실세'가 됐다. 기자들에 대한 태도도 더 공세적으로 변했다. 8일 윤 대변인은 기자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내가 일을 못한다"며 짜증 섞인 반응을 내놓았다. 기자들은 취재를 위해 윤 대변인 입만 바라보고 있다. 브리핑에서 윤 대변인에게 사퇴를 얘기하는 기자는 이제 없다.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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