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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위에서 세 달 가까이 농성중인 현대차 비정규직 천의봉씨. 홀로 계신 노모가 그를 걱정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위에서 세 달 가까이 농성중인 현대차 비정규직 천의봉씨. 홀로 계신 노모가 그를 걱정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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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에는 듯한 혹한 속 철탑 위에서 3개월 가까이 고공농성 중인 현대차 비정규직 천의봉씨. 그에게는 시골에서 자나깨나 자식을 걱정하는 노모가 있다.

천의봉씨는 얼마전 전화통화에서 "어머니가 처음에는 '싸워서 이기려면 밥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격려하셨는데 농성이 길어진 요즘에는 '빨리 합의점을 찾아 내려오라'고 하신다. 못난 자식 걱정에 어머니도 병이 나셨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들에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어버이의 마음으로 풀어달라"고 당부했고, 당선자 대변인은 철탑고공농성과 관련해 "당선인이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고 해결책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해결 방법을 더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의봉씨가 혹한 속에서 부르짖고 있는 것은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와 이를 무산시킬 가능성이 큰 신규채용 금지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를 무시하고 신규채용 지원자 접수를 완료한 상태다. 천의봉씨를 포함한 비정규직들이 절규하는 이유다.

과연 박 당선인은 천의봉씨 모친의 마음으로, 그가 했던 말대로 '어버이의 마음으로'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올해 들어 박 당선인이 비정규직 문제에 보인 행보를 돌이켜보면 일말 기대를 갖게 한다.

혹한 속의 철탑 농성 세 달, 보는 어머니의 심정은...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해고와 파업 중 폭력, 179억 원의 손배소에도 굴하지 않고 "정규직화와 신규채용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나, 최병승·천의봉 두 조합원이 세 달 가까이 혹한 속 철탑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2월 23일 대법원이 내린 판결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현대차비정규직 관련 재판에서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8년이란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나온 판결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해 2월 초, 박근혜 당선인은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 회의에서 "비정규직 문제만큼은 특별한 관심을 두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4·11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울산시당은 당 소속 지자체장이 연루된 '금품여론조사' 등의 문제가 겹쳐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궁지에 몰려 있었고, 대법 판결이 나오자 즉시 논평을 내고 이를 환영했다.

새누리당 울산시당은 대법 판결에 대해 "그동안 동일 근로조건, 동일 노동임에도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차별과 설움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정규직 전환 조건인 2년 근무기간을 교묘히 악용해 연수가 되기 전에 해고하거나 불법파견근로를 보내는 등의 편법행위가 있던 것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박근혜 (당시)비대위원장도 비정규직 문제만큼은 특별한 관심을 두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며 이를 적극 부각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당시 대법원 판결을 두고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까지 나서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자 지역 최대 현안인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곧 해결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후 현대차 비정규직은 더욱 궁지에 몰리는 처지가 됐다.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약속하고 대선에서 승리한 여당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특히 박근혜 당선인은 대법 판결이 나온 한 달 뒤이자 4·11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해 3월 25일 노동자의 도시 울산을 방문해 "노동계의 큰 현안 중 하나가 비정규직 문제"라면서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새누리당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울산지역 6개 지역구를 싹쓸이 했다. 노동자의 도시라는 울산 특성상 상당수의 노동자 표가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법 판결 환영했던 새누리당, 비정규직 해결할까

박근혜 당선자가 지난해 4.11 총선을 일주일 앞둔 3월 25일 울산 북구 화봉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는 이날 울산에서
 박근혜 당선자가 지난해 4.11 총선을 일주일 앞둔 3월 25일 울산 북구 화봉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는 이날 울산에서
ⓒ 새누리당 울산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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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23일, 대법원의 현대차 불법파견 확정 판결이 나온 후 새누리당 울산시당이 보인 입장은 단호했다. 새누리당은 "대법원 판결을 전적으로 환영하며 공정임금과 고용보장을 위해 확고한 의지를 갖추고 대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특히 "다시 한 번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울산지역에 근무하고 계시는 근로자들의 설움과 애환, 그리고 아픔을 공감하면서 (문제)해소와 해결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박근혜 당선인은 대법 판결 한 달 뒤인 지난해 3월 25일 울산을 방문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그는 인수위원들에게 비정규직 문제를 "어버이의 마음으로 풀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선택한 대다수 유권자나, 그를 지지하는 박사모는 박근혜 당선인의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점을 선호한다고 했다. 과연 박근혜 당선인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꿈을 이루고 철탑에서 내려오도록 원칙을 지킬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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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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