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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5000여 권의 장서를 갖춘 아릉다운 가게 송내 헌책방이 우리고장 명소로 자리하기를 바라며   둘러 보았다.
 2만 5000여 권의 장서를 갖춘 아릉다운 가게 송내 헌책방이 우리고장 명소로 자리하기를 바라며 둘러 보았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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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1월 3일부터 11일까지 8박 9일의 일정으로 상병 2차 정기휴가를 다녀갔다. 아들 얼굴이 아련하다 싶을 때 정기휴가를 나와 그리움을 달랠 수 있는 것도 아들을 군에 보낸 엄마의 기쁨이다.

아들 입대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컴퓨터 활용법이다.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나는 컴퓨터가 말을 안 들으면 업무 진척이 안 된다.내 상황을 잘 아는 아들은 귀가하기가 무섭게 컴퓨터부터 점검한다.

"이렇게 큰 사이즈로 사진을 찍으셨나요?그러니까 USB에 잘 안 들어가지요, 엄마는 한 번 가르쳐 주면 잘 모르니까 제가 부르는 대로 상세히 메모해 두세요"라며 사진 크기를 조절해주고 백신 프로그램을 깔아 말끔히 치료해 주었다.

이번 휴가 때 본 아들은 참으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워드프로세스 1급 자격증시험 준비부터 자격증 취득까지의 과정을 들려주며 또 다른 자격증 과정에 에 도전할 거라고 했다.이론 시험은 무난히 합격했지만,실기시험은 다소 까다로워 실전처럼 연습한 결과 시험당일 문제를 해결하고 재검토를 했지만, 10분이나 시간이 남더라는 이야기도 해주었다.군에서 자격증 공부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 시험에 합격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306부대에 입소한  친구에게 <똑똑한 놈은 웃으면서 군대 간다>를  권하며 군 선배 역랄을 했다
 306부대에 입소한 친구에게 <똑똑한 놈은 웃으면서 군대 간다>를 권하며 군 선배 역랄을 했다
ⓒ 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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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아들이 유치원 때부터 단짝이었던 친구의 306보충대 입소식과 휴가기간이 맞물려 군 선배 역할도 톡톡히 했다. 재작년 10월 입대 시 아들이 그랬던 것처럼 입대를 앞두고 불안해 하는 친구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나 역시 아들 친구 부모님께 아들 입대 1년을 털어놨다. 아들 친구와 부모님은 가뜩이나 입대에 대한 불안이 있는데 겨울에 입소를 하게 되어 더욱 걱정하고 있는 터였다.

아들 친구 아빠는 아들을 보더니 "보통 군에 가면 얼굴이 새까매지고 건조한 줄 알았는데 넌 피부가 하얗고 윤기가 흐르네, 표정도 밝다"라고 의아해 했다.아들은 온수가 잘 나오기 때문에 피부관리를 할 수 있으며,본인은 오히려 군형 잡힌 식단 때문인지 입대 전보다 피부가 좋아졌다고 했다.그러면서 친구에게는 인상 깊게 읽은 책 <똑똑한 놈은 웃으면서 군대 간다>를 선물했다.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이 책은 한국교통대학교 박양근 교수의 작품이다. 저자는 군대 가기를 주저하는 사람과 군대에서 보내는 2년여가 허송세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책 서문에서 밝혔다.

총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군대에서 두려움을 없애는 법,인생에서 군대가 가지는 의미,인생의 비전을 설계하는 법,올바른 인간 관계를 만드는 법 등이 실지 사례와 함께 소개되었다.일반인이 읽어도 도움이 되는 책이라 나도 읽어 보았다. '두려움은 경험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문구가 내내 뇌리에 남아 있다.

반 만년 우리 교육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부천 교육 박물관에서 견학 온 학생들 틈에 끼어  학예사의 설명을 들었다.
 반 만년 우리 교육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부천 교육 박물관에서 견학 온 학생들 틈에 끼어 학예사의 설명을 들었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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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지하철 7호선 상동역에 개관한 칙칙폭폭 도서관
 부천 지하철 7호선 상동역에 개관한 칙칙폭폭 도서관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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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휴가 때면 빠짐없이 챙기는 일정이 있다.아들과의 문화체험이다.이번에도 변함 없이 진행했다.우선 지난해 10월 개통한 부천지하철 7호선을 타고 박물관 투어를 했다.아들은 군에서 우리고장 지하철개통 소식을 듣고 무척 궁금해 했다.먼저 우리집 근처 상동역에 들렀다.지하철 역사에 마련된 문화공간이 눈길을 끌었다.

만화와 문화체험 공간인 만화 상상 정거장,승객들이 8개의 부천시립도서관 도서를 쉽게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도록 개관한 칙칙폭폭 도서관을 둘러보았다.2만 5000여 권의 장서를 갖춘  아름다운 가게 송내 헌책방도 꼭 구경시켜주고 싶었다.

다음은 4개 박물관이 밀집되어 있고 되어 있는 부천종합운동장역에 내렸다.유럽자기박물관,교육박물관,수석박물관,활박물관을 관람했다. 이 박물관들이 전부 기증에 의해 개관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수 십년간 수집한 물품들을 공공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나도 아들도 배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옛 서울시청사의 변신 서울도서관도 둘러보았다.
 옛 서울시청사의 변신 서울도서관도 둘러보았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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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체험지는 서울도서관이었다.옛 서울시청사가 도서관으로 변모한 모습을 확인했다.1층 로비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책을 읽고 읽는 사람들,도서관 앞 광장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평생 보험처럼 활용할 수 있는 전문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군에 와서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을 세우는 선임들을 보며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제 전공이 진정 내 적성에 맞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살아갈까 전역이 가까워 올수록 어깨가 무거워지네요."

아들이 이런 고백을 하기는 입대 후 처음이다,이등병,일병일 때는 현실에 적응하고 업무 익히기에 급급해 솔직히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이번 휴가를 통해 병사 계급 뿐만 아니라 정신 급수도 진급한 것 같은 아들의 모습이었다.


태그:#상병 엄마가 전하는 병영 일기 , #<똑똑놈은 웃으면서 군대 간다 >, #부천 지하철 7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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