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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투성이' 밀양얼음골케이블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허가를 내준 경상남도, 운영업체인 한국화이바, 환경단체, 불교계 등이 참석해 토론회를 열었는데,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케이블카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행정기관과 환경단체, 운영업자 등이 모여 다양한 논의를 한 것은 의미가 컸다고 할 수 있다. 밀양케이블카 문제를 다룬 토론회는 17일 오전 경남 양산 소재 대한불교 조계종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열렸다.

17일 오전 양산 통도사 영상홍보관에서 열린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토론에 앞서 반야심경 봉독을 하고 있다.
 17일 오전 양산 통도사 영상홍보관에서 열린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토론에 앞서 반야심경 봉독을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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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케이블카는 가지산도립공원 안에 있다. 1998년 밀양상공회의소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부터 논란이 시작되었고, 지금 운영은 '한국화이바'가 하고 있다. 오랜 논란 끝에 2009년 1월 경상남도도립공원위원회 심의의결 되었고, 2012년 9월 운행 시작했다.

환경단체는 지난해 10월 세 차례 현장조사를 벌였고,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밀양참여시민연대 등 단체들은 지난 해 11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밀양케이블카는 자연공원법과 허가조건을 어겼다고 밝혔다.

상부정류장은 허가조건이 8.9m 높이였는데, 실제 17m로 건축된 것이다. 변경된 자연공원법에는 상부정류장 높이가 15m인데, 밀양케이블카는 이 규정도 어긴 것이다.

이밖에 자연공원법과 환경부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사례가 많다. 허가할 때는 상부승강장․하늘정원(목재데크)을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하도록 했는데 연결해 놓았고, 중간지주대 설치 위치를 변경했으며, 왕복이용을 전제로 하지 않아 편도이용권을 판매했던 것이다. 또 상부 전망대 가는 길에 가로등을 설치하고,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또 상부정류장과 연계되는 대피소, 조경시설, 통신기지탑, 상부 전망대 데크에 고무깔판, 간이조리기구 설치 등이 문제다.

밀양케이블카는 밀양시 산내면 구연마을~진참골 계곡 남측 정상 사이에 1751m 길이로 설치돼 있다.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가지산도립공원은 경남·북과 울산에 걸쳐 있고, 가지산·운문산·천황산·신불산·영축산·고헌산·간월산을 모두 포함한다.

한국화이바는 2012년 11월 15일 운행 중지했다. 경남도는 오는 23일 도립공원위원회를 열어 밀양케이블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밀양시와 한국화이바는 운행 재계를 바라고 있지만, 환경단체는 허가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토론을 벌인 것이다.

임희자 국장 "밀양케이블카 사업 취소해야"

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사무국장은 "15년 동안 환경·종교단체가 반대했지만 케이블카가 추진되었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도 두 차례나 '부동의'했고 세 번째 검토 뒤에 추진되었다"며 "당초 밀양시는 케이블카뿐만 아니라 풍력단지, 산들늪지, 얼음골 등을 연계한 관광벨트화 사업으로 추진했고, 지금도 그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양산 통도사 영상홍보관에서 열린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에서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과 이근선 경남도 청정환경국장이 발제했다.
 17일 오전 양산 통도사 영상홍보관에서 열린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에서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과 이근선 경남도 청정환경국장이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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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국장은 "밀양케이블카는 동시에 대규모 인원이 특정구간의 등산로를 이용 가능하게 해 등산로 훼손이 매우 심각하다"며 "가지산도립공원은 행정과 공무원으로부터 관심 밖 존재이며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케이블카 승인 이후 공사중이거나 준공승인과 임시사용 중에도 경남도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현장답사도 일절하지 않아 불법행위에 대한 사전예방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며 "한국화이바와 밀양시는 케이블카 추진이 환경·개발의 조화라고 주장했지만 말도 안되는 불법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케이블카의 주요 시설인 하부정류장, 중간지주탑, 상부정류장, 케빈으로 구성되는 모든 시설물이 불법으로 건축되거나 설계되었다"며 "이는 밀양시 전체가 부패한 지역사회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성되고 확산되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자 국장은 "불법적인 기업과 행정의 행위에 대해, 밀양시장의 묵묵부답, 밀양시의회의 모르쇠, 시민사회의 무반응 등은 밀양의 폐쇄성, 비민주성, 관료중심적인 시민의식 결여 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는 개발일변도의 정책을 양산시키는 요소가 되기에 꼭 짚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화이바에 대해 '상부승강장 높이 조정'과 '하늘정원 철거 후 원상복구' '훼손된 산림복구' '다른 샛길․탐방로 이동 완전 차단' '다른 개발계획 추진 않겠다는 약속' 등을, 경상남도에 대해 '승인계획 취소'와 '훼손된 생태탐방로 복원' '영남알프스 보전방안 마련 경남북․울산과 종교계․시민사회 참여 협의회 추진' 등을 임희자 국장은 요구했다.

이근선 경남도 국장 "사전에 파악 못한 점 있다"

이근선 경남도 청정환경국장은 사과부터 했다. 그는 "도립공원 관리문제 정책전환의 큰 분기점으로 생각하겠다"며 "밀양케이블카 문제가 불거진데 사과 말씀을 드린다. 여러 연유로 케이블카의 위법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사과했다.

'가지산도립공원 관리 인원·예산 부족'도 언급했다. 이 국장은 "국립공원 입장료 면제로, 관리인원에 비해 수입 부족으로 관리비는 사실상 재정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담당자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공원관리정책의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7일 오전 양산 통도사 영상홍보관에서 열린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에 참석한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17일 오전 양산 통도사 영상홍보관에서 열린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에 참석한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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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국장은 "공원관리청, 토지소유자, 환경단체 파트너쉽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가지산 도립공원 보전․관리방안 수립 계획'을 위한 용역(2년간)을 오는 4월에 실시할 예정이다.

이근선 국장은 "가지산 관리방안 용역을 할 때, 파트너쉽 구축과 국립공원화 문제, 울산시 연계 문제 등도 포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장·군수들은 케이블카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으로 보고 있다. 현명하게 풀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밀양케이블카 상부승강장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 허가조건인 8.9m 높이 이상은 철거하느냐, 현행 규정인 15m까지 철거하느냐, 허가 취소냐 등이다. 오는 23일 도립공원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인데, 그 때 환경단체가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통도사 "가지산·신불산 개발에 반대한다"

참석자들의 발언이 쏟아졌다. 이동구 울산환경연합 국장은 "울산도 신불산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하는데, 언론이 앞장서서 지역사회 숙원을 풀어야 한다고 부추기고 있다"며 "산을 오르는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독특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밀양케이블카에서 큰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공동으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양산 통도사 영상홍보관에서는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가 열렸다.
 17일 오전 양산 통도사 영상홍보관에서는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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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처장은 "불법에 대해 한국화이바는 실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가지산은 케이블카에다 풍력단지, 울산-함양고속도로 건설 등 총체적으로 개발이 되고 있다"며 "풍력단지를 해서 생태1등급 자연을 무너뜨리는 잘못을 해서는 안된다. 울산과 경남북이 같이 관리하는 기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석영철 경남도의원은 "개발 쪽으로 관점이 옮겨가면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며 "문제를 제공한 행정이 풀어야 한다. 밀양시는 범죄 제공자다. 경남도가 조정자 역할을 하려고 하면 안된다. 결정하고 밀어부쳐야 한다"고 말했다.

통도사 사회국장 도안 스님은 "밀양케이블카 불법이 확인되어 운행 정지된 상태인데 참으로 부끄럽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대화 속에 자연보전 측면으로 처리되어야 한다"며 "자연보전과 무관한 시설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가지산과 신불산 개발에 반대한다. 이후로 자연문화유산이 개발로 훼손되면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반대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헌 밀양참여시민연대 대표는 "환경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꾸어야 한다. 일부 훼손된다고 생각하는데, 물과 바람이 걸림이 없듯이 동물이 움직이면 하나가 된다"며 "밀양케이블카 상부승강장에 대해 도립공원위원회에서 아직 결정도 되지 않았는데 한국화이바는 일부를 드러내는 공사를 벌이고 있는데,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행정은 저질러 놓고 보자는 식이다. 시작도 그렇게 하더니 마무리도 그렇게 하겠다는 식이다. 갈등은 가만히 있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먼저 때려놓고 난 뒤에 맞은 사람이 항의하니까 갈등이 생기는데, 이미 맞았으니까 미안하다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갈등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결자해지 해야 한다. 먼저 계획됐던 대로 사업주와 행정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처장은 "올해 1월1일부터 대피소건 야영장이건 국립공원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불법이다. 이처럼 국민은 다양한 형태의 규제를 받고 있다"며 "한국화이바가 문제를 만들었다. 원인 제공에 대해 사회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화이바 "도립공원위 심의 결과 따르겠다"

밀양케이블카 운영업체인 한국화이바는 어떤 입장일까. 이재희 한국화이바그룹 총괄부회장이 참석해 발언했다. 이 부회장은 발언 도중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한테 큰절을 하기도 했다.

17일 오전 양산 통도사 영상홍보관에서 열린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에 참석한 이재희 한국화이바그룹 총괄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화이바는 밀양케이블카 운영업체인데, 불법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17일 오전 양산 통도사 영상홍보관에서 열린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에 참석한 이재희 한국화이바그룹 총괄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화이바는 밀양케이블카 운영업체인데, 불법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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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다"는 말부터 했다. 그는 "한국화이바는 케이블카가 주력사업은 아니고 방위산업체다. 밀양의 주력 기업이다 보니 지역에서 요구를 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했다"며 "케이블카를 해서 나온 돈을 사회 환원하겠다. 창업주의 이름을 딴 '녹산나눔복지재단'이 조만간 만들어질 것인데, 시민사회와 공동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개발을 조화롭게 해나가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케이블카에 대해 도립공원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조치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불법 사실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부회장은 "등산로 연결 부분은 폐쇄하고, 환경단체의 지적은 전부 수용해서 앞으로 고쳐 나가겠다. 그런데 상부승강장 높이는 조심스럽다. 건물 높이는 낮춰라는 것은 문을 닫으라는 것이다. 그것은 도립공원위원회 처분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불법에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경남도립공원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이병인 부산대 교수는 이날 토론 진행을 하면서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도립공원위원회에 사후 추인해 달라고 하면 위원회 존립 의미가 있나. 사후 추인하면, 있는 자들이 일을 저질러 놓고 사후 수습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밀양케이블카 문제에 대해 환경부 담당사무관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환경부는 불법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자연공원법․건축법 위반은 명확하게 확인하고 난 뒤에 도립공원위원회 회의에 올라와야 한다. 지금까지 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한 게 없는데, 어떻게 해놓고 사후에 해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다"고 덧붙였다.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은 "하늘과 땅은 같은 몸이다. 우주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다. 내가 바로 우주다. 환경자연 보존은 바로 내 몸을 가꾸는 일과 같다"며 "산이 없으면 큰절이 있을 수 없고, 큰절이 있어 스님들의 수행공간이 마련되어 왔다. 너무 개발 일변도로 하고, 영축산 주변에도 많이 훼손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환경을 무차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양산 통도사 영상홍보관에서 열린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이재희 한국화이바그룹 총괄부회장이 토론 도중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을 형해 큰 절을 했다. 한국화이바는 케이블카 운영업체다.
 17일 오전 양산 통도사 영상홍보관에서 열린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이재희 한국화이바그룹 총괄부회장이 토론 도중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을 형해 큰 절을 했다. 한국화이바는 케이블카 운영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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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통도사, #밀양얼음골케이블카, #자연공원법, #한국화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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