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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기자 X파일>의 표지.
 <이상호 기자 X파일>의 표지.
ⓒ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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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삼성 X파일'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 공영방송 MBC의 이상호 기자가 보도한 이 내용은 안기부에 의해 만들어진 문건을 그가 입수하게 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대기업인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하여 정치권에 로비를 했던 초유의 사건을 제보받은 이상호 기자, 이 책은 그가 약 1년 동안 관련 사건을 취재하며 우여곡절 끝에 보도하기까지의 하루하루를 기록한 취재일지다.

책에는 대기업의 비리라는 진실을 보도하는 동안 이상호 기자가 겪어야만 했던 압박, 그리고 개인적으로 휘말린 사건으로 인한 고통까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국내에서 가장 거대한 기업이자, 각계 각층에 영향이 닿지 않는 곳이 드물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삼성. 광고와 각종 특혜들을 무기로 군림하는 그들이 정치권에까지 자금을 지원하면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문건을 입수하게 된다면?

보통의 사람이라면 덜컥 겁이 날 것이다. 권력의 비리를 폭로하는 일은 특종이기 전에 앞서, 수많은 압력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상대는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 삼성이고, 국내의 수많은 언론사들은 광고문제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취재와 보도를 저지하려는 인물들이 언론사 내부에서도 이상호 기자를 방해하는 과정 또한 책에는 자세하게 나와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실명까지 거론되어 있을 정도이다. 우리가 광고와 제품으로 접하던 기업의 추한 모습뿐만 아니라, 그들을 위해 일하는 각계 각층의 사람들도 이상호 기자는 모두 기록으로 남겨놓은 것이다.

또한 당시에도 오늘날처럼 삼성의 발전이 곧 국가의 발전이며, 삼성을 이건희 회장과 동일시하는 분위기가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었다. 이 때문에 이상호 기자의 사건취재와 보도는 더욱 힘든 상태였다.

'삼성 X파일'이 세상에 공개되기까지, 그 생생한 기록

300페이지에 달하는 <이상호 기자 X파일>에는 2004년 10월부터 2005년 7월까지 처음 사건을 제보받아서 미국을 오가며 취재한 과정, 증거자료들을 입수하고 윗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방송을 통해 보도하기까지의 일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책의 주요내용은 '삼성 X파일' 사건을 취재하면서 매순간 그가 겪어야만 했던 어려움과 위기의 나날들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사건으로서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이상호라는 개인이 보낸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적어낸 것이기도 하다. 기자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이며 또한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의 그의 생각도 적혀 있다. 또한 긴박한 순간마다 이상호 기자가 느꼈던 감정변화도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난 15일, 이상호 기자는 MBC 사측으로부터 이메일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회사 명예 실추'와 '품위 유지 위반'이라는 사유에 대해 그는 해고사유가 부당하다며 반박했다. 또한 그 뒤에도 이상호 기자는 'Go발뉴스'를 통해 언론활동을 계속할 것이라 밝혔다. "MBC의 직원이 아닌 국민의 기자가 되겠다"는 말과 함께.

<이상호 기자 X파일>은 거대권력의 회유와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비리사건을 꿋꿋하게 보도해낸 기자의 기록이다. 그는 이미 온갖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 말하지 않는 진실을 용감하게 말할 수 있는 기자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비록 사측으로부터 해고되었지만, 이상호는 여전히 기자로 불리며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2013년, 대선이 끝났지만 많은 언론인들은 여전히 부당한 사유로 징계를 받거나 해고된 상태이고, 이는 곧 대한민국의 오늘이 끝나지 않은 언론탄압의 시대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언론인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있으며, <이상호 기자 X파일>은 그런 언론인 중 한 사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진실을 말하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 이상호 기자. 그가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기자의 이름을 걸고 취재와 보도를 위해 바쁜 발걸음을 멈추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상호 기자 X파일> 이상호| 동아시아 | 14,000원| 2012년 7월



이상호 기자 X파일 -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이상호 지음, 동아시아(2012)


태그:#이상호,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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