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교육청의 예산을 심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부산시의회가 정작 자신들의 업무추진비는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흔히 '판공비'로 불리는 업무추진비는 공무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는 관련 예산을 말한다. 주로 간담회와 찬조금, 격려금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업무추진비는 성격상 전용하기 쉬워 대부분의 행정기관이 그 씀씀이를 상시 공개하고 있다.
부산시청과 부산시교육청, 부산지방경찰청 등 관내 주요기관들도 기관장 등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과 용도를 매달 누리집에 공개한다. 하지만 부산시의회는 2억 2500만 원 가량의 업무추진비를 세금에서 받아가면서도 이에 대한 사용내역 공개에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업무추진비의 비공개 이유로 "업무추진비 공개는 의무가 아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시의회 관계자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업무추진비 공개는)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권고사항이고 다른 자치단체의회들도 공개를 하지 않는 곳이 많다"며 "시민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지만 감사원 감사와 내부 감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무추진비의 공개를 권고해온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해 10월 9개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를 들춰본 권익위의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의회가 업무추진비를 부정 사용하다 적발된 바 있다. 권익위 조사에서 적발된 의원들은 업무추진비의 사적 사용을 남발하고 향응을 접대하는 데 이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이나 교육감이 업무추진비 공개 안했다면..."조사에 참여했던 한 권익위 관계자는 취재과정 중 기자에게 "전수조사를 할 수 없어 9개 지방의회만 선정해 조사를 했음에도 대부분의 의회에서 업무추진비가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지방의회에 제발 (업무추진비) 공개 좀 하라고 해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부산시의회의 일부 시의원들도 업무추진비를 비공개 하고 있는 조치에 부정적 의견을 표시했다. 한 시의원은 "업무추진비를 사사롭게 썼는지 합당하게 썼는지 공개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의장단이 괜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공개를 하지 않는다"며 "시장이나 교육감이 공개하지 않는다면 시의회에서 난리났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부산시의회의 처사에 우려를 표시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시의회가 떳떳하다면 업무추진비를 공개해야 한다"며 "시의회가 시민의 대표인 동시에 시청의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을 심사하는 기관인 만큼 스스로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도 "자기들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타기관의 장들에게는 공개를 요청하는 것은 이중잣대"라며 "정당한 지출이라면 공개 못할 이유가 없는데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제발 저린 것 아니겠나"고 반문했다.
한편 지난 한해 동안 허남식 부산시장은 1억856만 원, 임혜경 부산교육감 7672만 원, 이성한 부산지방경찰청장은 3090만 원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사용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각 기관 누리집에 게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