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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자료 사진)
 2012년 9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자료 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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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업무경비를 콩나물 사는데 쓰면 안 되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오전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헌재 재판관 재직 당시 재판활동 보조비용인 '특정업무경비'를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당대표가 직접 이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 후보자를 강하게 비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대표가 직접 이 후보자를 직접 비판하고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민주당 인사청문위원들은) 루머폭탄 작전을 펴서 허위정보를 살포하고 굉장히 무책임한 선전·선동을 하고 이런 식으로 가면서 해명이 되고 나면 책임도 안 진다"며 이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정치공세'로 치부했다.

그는 "품위 없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민주당 의원 중에 몇 분이 보이니, 멀쩡하게 잘하시는 새누리당 의원들까지도 싸잡아 욕먹는 상황이 되풀이된다"며 "민주당 청문위원들이 이성을 찾아 냉정하고 공정하게 청문회를 진행해 주길 부탁한다"고도 말했다.

이같이 이 원내대표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 강행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황 대표가 직접 제동을 건 셈이다. 황 대표뿐만 아니라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상당수 당내 인사들도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의원 역시 이날 비공개 연석회의에서 "특정업무 경비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 인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새누리당 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 원내대표도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중진의원님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저는 말씀을 좀 줄이겠다"며 이 후보자 인준 여부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국회가 조속히 정상화돼서 지난해 처리하지 못한 산적한 안건들을 처리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다시 한 번 새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특위 내부에서도 '부적격' 의견 나와... 의원총회에서 결론낼 듯

오는 24일 예정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 "국민의 기대와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는 법관을 꼭 우리가 헌재소장으로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현재까지는 (이 후보자에 대한) '적격' 동의에 쉽게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부적격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인사청문특위가 새누리당 7명, 민주당 5명, 진보정의당 1명으로 구성된 점을 감안할 때, 김 의원이 부적격 의견을 제시할 경우,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어려워진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더라도 국회 본회의의 무기명 표결에서 인준이 부결될 수도 있다. 황 대표와 같이,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도 이 후보자 인준에 대한 반대 기류가 확산되고 있어 새누리당 내에서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후보자는 이날 특정업무경비를 본인 명의의 MMF(Market Money Fund) 계좌만이 아니라 부인 명의의 MMF 계좌에도 넣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상황이다. 3억2000만 원에 달하는 '공금'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및 가족의 투자에 쓴 셈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은 이날 오후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황우여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주요당직자, 상임위원장단 등이 이날 오후 박근혜 당선인과 오찬 회동을 하며 이 후보자 인준에 대한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해 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인준 강행을 고수해 온 원내지도부의 입장 변화도 주목된다. 인사청문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원내지도부와 협의한 결과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 만큼 당초 예정대로 우리는 동의를 위한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에는 아직까지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한구 혼자 감싼다고 해결될 일 아니다... 이동흡 자진사퇴해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지난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도중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지난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도중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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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야당은 각종 의혹이 불거진 이동흡 후보자를 인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를 비호하고 나선 이한구 원내대표에 대해 날선 비판도 가하고 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해명되기는 커녕 무자격, 무능력, 무책임의 3무 후보라는 점만 밝혀졌다"며 "새누리당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인사 더 이상 두둔해서는 안 된다, 반칙과 특권으로 위장된 생계형 권력주의자가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첫 번째 인사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설훈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이 원내대표가 말하길, 지금 청문회는 인격 살인이 벌어지고 도살장 비슷한 인상이라고 했는데 청문회가 도살장 비슷하다면 그러면 이동흡 후보자는 소·돼지인가"라며 "도살장 비슷하다는 말 자체가 품위 없는 말의 표본이다, 본인이 그러면서 청문회가 잘못 진행되는 것처럼 극언하는 건 여당 원내대표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민병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초단기 금융투자상품으로 하루만 넣어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MMF 계좌를 개설하고 거액의 특정업무경비를 입금해 사실상 '이자놀이'를 한 이를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는 이유를 납득할 국민은 없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의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자질은 이한구 원내대표 한 사람이 감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며 "비록 많이 늦었지만, 이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자진사퇴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이 원내대표는 품위 없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청문위원들과 국민들을 모독한데 대해 정중히 사과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태그:#황우여, #이한구, #이동흡, #특정업무경비, #헌법재판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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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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