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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명예훼손 고소에 대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참을 수 없는 슬픔"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국정원 명예훼손 고소에 대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참을 수 없는 슬픔"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 표창원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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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표 전 교수는 지난 8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풍전등화 국정원'이라는 글에서 "중앙정보부, 안기부를 거쳐 국정원으로 여러 차례 간판을 바꿔 달 수밖에 없었던 '정치화'의 상처와 후유증은 일선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국정원 직원 사건을 질타하면서 '국정원 위기'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위기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원인은 둘 중 하나다. 첫째, 정치관료가 국정원을 장악해 정보와 예산, 인력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의도적 정치화가 아니라면 국제 첩보 세계에서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무능화·무력화돼 있다. 어떤 경우든 대수술이 필요하다. 생명은 살리되 뇌 속 암세포는 제거하는 정밀하고 체계적인 대수술만이 국정원을 살려내 국민이 신뢰하는, '한국의 007'로서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다.-8일 <경향신문> '풍전등화' 국정원

이같은 글에 대해 국정원 한 직원이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지난 18일 고소를 한 것이다. 표 전 교수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23일 "슬픈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소식"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이어 "'허위인줄 알면서 악의적으로 피해를 입힐 의도로 행한 표현'이 아닌한 국가나 고위공직자는 명예훼손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칙이며 우리 판례로 확립된 사실"이라며 "최고정보기관이 모를 리 없으며 이는 제가 무죄판결을 받을 경우 자동적으로 '무고죄' 요건된다"며 국정원도 자신이 무죄임을 잘 알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표 전 교수는 "검찰과 법원은 대한민국에서 제가 한 주장과 의견 표현이 '범죄행위'라면 유죄를, 그렇지 않다면 국정원의 '무고죄' 범죄행위의 유죄를 당당하고 책임있게 밝혀달라, 중간이나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 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정원의 표 전 교수 명예훼손 고소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변 이재화 변화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jhohmylaw) "전형적인 '겁주기용 고소'! 표창원 교수 힘내세요"라며 국정원을 비판하고, 표 전 교수에 힘을 보탰다.

MBC 'PD수첩'의 조능희 PD도 (@mbcpdcho)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음' PD수첩 무죄를 확정하는 대법원 판결문에도 있는 말"이라며 대법원 판결문까지 인용한 후, "법을 무시하는 국가기관이라니.. 쯧"이라고 힐난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sungsooh)는 미국과 유엔 사례들을 들어가며서 국정원의 표 전 교수 명예훼손 고소를 비판했다.

홍성수 숙대 교수는 미국와 유엔 사례를 들어가면 국정원 고소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홍성수 숙대 교수는 미국와 유엔 사례를 들어가면 국정원 고소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 홍성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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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형태가 공인을 모욕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단순사실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정당화되기에 충분치 않다. 공인이 비판과 정치적 반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군대나 행정부 등과 같은 기관에 대한 비판을 금지해서는 안된다. (UN 일반논평)

공무원과 공공기관들이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민주사회에서 공직은 견제와 균형의 일환으로서의 대중에 의한 감시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비판적 의견을 수용하는 문화를 조성할 것을 한국정부에 촉구한다. (UN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

공적사안에 관한 토론은 금지되지 말아야 하며, 확고하고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는 원칙, 거기에는 정부와 공직자들에 대한 맹렬하고 신랄한, 때로는 불쾌하리만큼 날카로운 공격이 포함될 수 있다는 원칙에서 이 사건을 고려한다. (브레넌 미국 대법관)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leesanghoC) "국정원은 표창원에게 자문료와 표창장을 수여해야"라며 촌철살인을 날렸다. 국정원이 시민을 대상으로 명예훼손을 고소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2009년 9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현 서울시장)를 국가정보원 및 국가 명예를 훼손했다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었다. 박 상임이사가 그해 6월 <위클리경향> 830호와 한 인터뷰 "이명박 정권, 내년 하반기엔 레임덕 올 것"에서 "(국정원이) 시민단체와 관계를 맺은 기업 임원들까지 전부 조사해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통에 (후원이 끊기거나 줄어) 많은 단체들이 재정적으로 힘겨운 상태"라며 "명백한 민간사찰이자 국정원법 위반"이라며 '민간인 사찰 의혹'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박 상임이사를 고소하자 비판이 거셌다. 당시 대한변협은 "국정원이 개인을 상대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이 국가기관의 잘못을 비판할 자유가 헌법상 보장돼 있다, 비판이 거짓이거나 악의라는 객관적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국정원 등 국가 권력기관이 개인을 상대로 거액의 손배소를 제기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었다.

국정원 고소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 14부(김인겸 부장판사)는 "국가는 기본권의 보장 의무를 지는 존재이지, 누리는 주체가 아니다, 국가가 국민의 비판에 소송으로 대응하려 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언로가 봉쇄될 우려가 있다"며 "국가의 청국을 기각"한다고 박원순 승소 판결을 내렸다.

특히 재판부는 "국가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자로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국가나 국가기관이 업무를 정당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여부는 국민들의 광범위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국가는 당연히 이를 수용해야만 한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국정원(물론 이번에는 직원)이 표창원 전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때나 지금이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국정원 직원이 야당 후보자 비난 댓글을 달았다는 것이 수사 결과로 밝혀지면 대한민국 명예를 훼손한 것은 표창원 전 교수가 아니라 국정원이다.


태그:#표창원, #국정원,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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