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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2> 포스터. 2012년, 기어이 마야인들이 예언하고 모든 과학자들이 꼼꼼히 준비해 온대로 그날은 닥쳐오고야 만다.
 영화 <2012> 포스터. 2012년, 기어이 마야인들이 예언하고 모든 과학자들이 꼼꼼히 준비해 온대로 그날은 닥쳐오고야 만다.
ⓒ 소니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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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3일 세계의 종말이 온다."

종말론을 신봉하는 광적인 마야 신도와 종교집단의 주장이었다.

2012년 12월은 이들의 말처럼 종말의 때가 온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기상이 휩쓸었다. 시베리아와 러시아에 영하 50도 이하의 혹한이 몰아쳤다. 중국과 몽골의 혹한, 한국의 혹한도 기록적이었다. 미국의 강력한 폭풍과 토네이도 피해는 살인적이었다.

그런데 남반부에는 북반구의 혹한보다 더 심한 폭염이 강타했다. 호주는 기상관측 기록을 갈아치운 50도 이상의 강력한 폭염과 열풍으로 무수한 가축이 죽어갔다. 정말 지구가 끝나는 것 아닐까?

그러나 23일이 되어도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다. 태양은 떠올랐고 여전히 추웠으며 길거리에는 성탄 음악이 흘러나왔다.

마야의 종말 주장이 세계인들에게 어필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마야문명의 정교함이다.

마야인들은 기원전에 글을 석판에 새겨 사용했다. 기원전 3000년까지 나오는 달력을 사용했다. 세습왕조가 있었다. 좁은 지역에 수백만의 사람들이 정교한 관개시설을 이용해 농사를 지었다. 신전과 궁전 등 석조 건축물이 3000개 이상이나 되는 화려한 도시를 만들었다. 숫자 0을 최초로 이해하고 사용할 정도로 수학을 발전시켰다.

천문학적 지식은 더욱 놀라울 지경이다. 1년을 365.2420일이라고 했을 정도로 정교했다. 역법을 이용하여 일식과 월식, 별자리들의 움직임 등 하늘의 모든 변화를 관측하고 예측했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예측했던 일들이 거의 일어났다는 것이다.

영화로 표현된 광신도들의 마야력 해석... 현실이 될 수도

블록버스터 재앙 영화 <2012>의 한 장면.
 블록버스터 재앙 영화 <2012>의 한 장면.
ⓒ 소니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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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이면 세계의 종말이 온다는 광신도들의 마야력 해석은 영화제작자들에게 좋은 아이템이었다. 영화 <2012>는 고대 마야력의 예언에 근거해 만들었다고 한다.

2012년에 전 세계 곳곳에서는 지진, 화산폭발, 거대한 해일 등이 발생한다. LA 한복판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고, 천지창조 속 하나님과 아담의 손가락이 끊어진다. 달리던 기차가 허공으로 추락하고, 쓰나미가 에베레스트 산맥을 휩쓴다. 대륙이 갈라져 바다 속으로 사라지고 지자기가 바뀐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최후의 순간이 다가온다. 멜 깁슨이 만든 영화 <아포칼립토>도, 영화 <마야 둠>도 이런 내용이 반영된 영화다.

그런데 이렇게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마야문명이 어느 날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오랜 세월 동안 외계인들이 데려갔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마야의 증발은 미스터리였다.

멕시코 시티 인류학국립박물관에 전시된 '마야 마스크'.
 멕시코 시티 인류학국립박물관에 전시된 '마야 마스크'.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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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기후학이 발전하면서 마야문명이 사라진 원인이 밝혀졌다. 2003년 스위스의 지질학자 게랄드 H. 하우크 박사는 <사이언스>지에 '기후와 마야문명의 붕괴'(Climate and the Collapse of Maya Civilization)라는 논문을 실었다. 하우크 박사는 마야문명 유적지 근처의 바다 속 퇴적물을 조사하여 마야문명의 멸망 원인이 가뭄임을 밝혔다. 플로리다대학의 호텔(David A. Hodell)이 이끄는 연구팀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당시 마야인들의 주식은 옥수수였다. 옥수수는 전적으로 빗물에 의존하는 농작물이다. 마야 문명이 만들어진 것은 온화하고 비가 많이 오던 시기에서 건조화로 접어드는 때였다. 건조화 과정에서 불안정한 날씨는 옥수수의 생산을 감소시켰다. 마야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아카드 문명처럼 통일 국가를 만들었다. 그러나 910년을 정점으로 극심한 가뭄은 옥수수 농사를 궤멸시켰다. 더 이상 사람이나 문명이 존재할 수 없었다. 기후가 찬란했던 마야문명의 역사를 바꾼 것이다.

종말론보다 심각한 것은 오히려 자연재앙이다. 인간에게 닥치는 재앙은 자연파괴에서 온다.

"고도로 발전한 사회가 자원적 기반을 넘어설 경우 가뭄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해진 예가 마야문명입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붕괴'에서 마야의 붕괴를 생태적 과잉의 고전적 사례로 든다. 그는 중남미지역에서 벌어지는 지금의 상태를 걱정한다. 오히려 마야문명이 멸망하던 시기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자연과 상생하는 지혜가 정말 필요한 때다.


태그:#날씨, #자연재해, #기후변화, #종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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