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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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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발표되는 순간, 인수위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선이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당선인이 자신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장에 먼저 나와 있었다. 김 후보자는 단상 뒤의 의자에 앉아 A4 크기의 서류를 꺼내 읽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게 '총리 후보자 수락 소감'일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총리 하마평'에 대한 각종 언론보도에도 김 위원장은 등장하지 않았다. 당연히 '새로운 인물'이 새 정부의 사령탑으로 등장하리라 봤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인수위원장까지 맡았기 때문에 '3연속 발탁'은 아닐 거란 '막연하고도 당연한 배제'도 있었다.

아무도 이런 결과를 예상 못한 것은 김 후보자가 그동안 그다지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한 탓도 크다. 대선 당시에도 김 후보자는 선대위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동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인수위원장을 맡은 뒤엔 대선 때보다는 두드러졌지만 그 활동내용이란 게 '보안을 철저하게 지키라'고 강조해 '밀봉 인수위'라는 평가는 듣게 한 것 외에는 꼽을 만한 게 없다.

"인수위와 새 정부의 연속성 확보, 공약 챙기기 용이"

박근혜 당선인이 총리 후보자 지명의 이유로 든 건 "늘 약자 편에 서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분"이라는 것과 "나라의 법치와 원칙을 바로 세우고 무너져내린 사회 안전과 불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국민 행복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과 대법관을 지낸 40여 년 법관 경력의 법조인인 점이 '법 질서 확립' 이미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어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인해 지체장애 2급인 김 후보자에 총리를 맡기는 게 새 정부가 사회적 약자에 대해 갖는 태도를 잘 보여줄 수 있다고도 생각한 것으로 추측된다. 김 후보자 지명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법조계와 장애인단체에서 환영 논평이 나왔다.

박근혜 당선인 주변에선 이번 인선을 '인수위 업무와 새 정부 업무의 연속성 확보'로 설명한다. 박 당선인이 중요시하는 공약실천의 차원에서 인수위의 수장이 새 정부의 사령탑으로 가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새로 내각이 짜여지면 장관들이 인수위 업무 결과에 별로 신경을 안 써 인수위에서 했던 일들이 무위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인수위원장이 총리를 맡으면 그동안 인수위가 해온 것과 당선인의 대선 공약 이행을 체크하는 업무가 연속성 있게 잘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측근은 김 후보자가 '일하는 총리' 유형에 속하게 되진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총리는 자신이 일하는 총리가 될 때도 있지만, 지금의 역할은 새 정부의 기조를 세우고 방침을 주면서 장관들이 일을 잘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해온 책임장관제를 실현하는 데에 김 후보자가 적임이라는 설명이다.

'밀봉 인수위'의 연속성 살려 '밀봉 정부' 만드나?

김 후보자가 인수위원장으로서 내내 강조해온 것이 '철통 보안'이다. 그는 인수위원들뿐 아니라 업무보고를 하러 온 공무원들에게도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기자들과 있을 때에는 "언론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도 해왔다. 자신이 기자회견에 나서서도 되도록이면 상세한 설명을 생략하거나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의 첫 총리로 어떤 기조의 정부를 만들어나갈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아직 많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업무의 연속성'으로 예측해본다면,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밀봉 인수위'를 만들어왔듯, 김용준 국무총리가 이끌  새 정부도 '밀봉 정부'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태그:#김용준,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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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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