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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브레이커블>의 포스터
 영화 <언브레이커블>의 포스터
ⓒ 언브레이커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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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식스센스>를 만든 나이트샤말란 감독의 2000년작 <언브레이커블>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지. 어쩌다 보니 한참 철지난 영화 얘기를 하게 되었지만, 내 아이를 보면서 늘 느껴왔던 생각을, 마침 집에서 간단한 사고도 있었고 해서 생각난 김에 한번 꺼내 볼까 한다.

영화 제목만 보면 '안 부서지는' 이런 뜻인데, 선천적으로 주어진 병 때문에 툭하면 부러져서 평생 몸이 한군데도 성한 적 없었던 'breakable' 한 사람이 'unbreakable'한 히어로를 만나는 얘기다. 샤말란 감독의 영화답게 당연히 반전은 기본이고...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부서지기 쉬운'이라는 그 느낌이 신체적으로 부서지기 쉽다는 것보다는 감정적으로 '부서지기 쉽다'는 얘기를 할 때 이 영화를 떠올리곤 했고, 그것 때문에 가끔씩 언급하곤 했었다.

신체적 장애를 가진 내 아이의 내면을 가만 들여다 보면, 일곱살 어린 나이인데도 참 강한 아이다. 엄마에게 혼이 날 때면, 자신의 잘못을 바로 인정하고 잘못했다면서 울고, 다른 사람 때문에 다치거나 혼이 나면 그 억울함을 반드시 호소하면서 논리정연하게 따지면서 울고, 형이나 동생이 혼이 나면, 바로 자신의 행동거지를 바로 잡고 분위기를 개선하려고 하는, 어리지만 전혀 어리지 않은 어른스러운 아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핸디캡을 누구에게나 당당히 공개하고, 그것 때문에 아주 가끔 슬퍼하긴 하지만 대신 자신의 약점을 다른 사람한테 어필할 줄도 아는 아이. 엄마아빠가 그렇게 키운 측면도 있지만, 아이는 보면 볼수록 내면이 강한 아이다(그런 점에서는 외강내유인 엄마보다는 외유내강인 아빠를 참 많이 닮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보면 신체적으로는 'breakable'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결코 'breakable'하지 않은 아이! 그래서인지 엄마인 나로서도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얘가 정말 핸디캡 없이 정말 튼튼한 아이인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

서론이 길어졌다. 며칠 전 우리집 네 남자의 머리를 급하게 자르고 이발기계(바리깡)로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큰 아이를 우선 얼른 다듬어주고 몸이 불편한 둘째의 차례가 되었는데, 빨리 하려다 보니 제대로 자리 세팅을 안하고 아이를 욕조 모퉁이에 대충 걸터앉혀 놓았더랬다.

그런데 아이에게 가운을 입히려고 손을 뻗다가 잠깐 방심한 사이 아이가 욕조 바닥으로 꽈당 떨어져버렸다. 작년에 소파에서 제대로 낙상한 이후, 상당히 대형사고여서 나도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남편도 아이가 떨어지고 자지러지게 우는 그 소리를 듣고 쫓아와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를 안고 들어갔다.

순간, 내가 내 아이를 'unbreakable'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여전히 작고 여전히 제 몸을 잘 못 가누는 'breakable'한 아이인 것을... 내면은 다섯살 터울의 제 형 이상으로 강한 아이이지만, 여전히  도움없이는 테이블 위에 있는 TV리모콘도 집어 내릴 수가 없고, 식탁의자에 앉을 수도 없고, 더러운 바닥에서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수 없고, 등받이가 없는 모퉁이에는 혼자 앉을 수도 없는 아이인 것이다.

가끔 이런 생각이 찬물 뒤집어 쓴 것처럼 확 들때는 엄마로서 더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내 아이가 약하게 자라지 않고 지금처럼 씩씩하게 자랄 수 있으니까... 또한 결국 아이는 곧 부서질 것만 같은 이 장애를 결국 당당히 극복해 내고 결코 부서지지 않는 아이로 자라날 거다. 설사 신체적 장애는 극복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마음만큼은 말이다.

휠체어를 타고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
 휠체어를 타고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
ⓒ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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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장애아이, #휠체어장애인, #장애아이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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