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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영이가 “SBS 내 마음의 크레파스”에 소개되다니 손자 아이를 키우며 할아버지가 쓴 육아일기가 소재가 되어 “SBS 내 마음의 크레파스”란 프로그램에 우리 가족이 출연하며 10일간 촬영에 임한 이야기를 기사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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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도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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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육아일기', 텔레비전에 방영된다니'육아일기' 하면 대개 아이의 부모가 쓰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나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손자 네살되던 해부터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 아이의 성장 과정을 기록했다. 할아버지의 시각이 담긴 그 기록은 '도영이 육아일기'라는 이름으로 <오마이뉴스>에 사는 이야기로, 그리고 내 인터넷 카페·블로그에 담겨졌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손자 녀석이 올해 6학년이 되는데, 아이의 성장과 함께 그동안 내가 써온 손자 아이 육아일기도 쌓이고 쌓여 근 300여 편 이르게 됐다. 최근 오래된 육아일기를 다시 읽다 보니 글 대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삭제할까 망설이기도 했다.
'그건 아니지... 내가 전문 작가도 아니고, 또 책으로 출판할 것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두기로 한다. 그런데 지난 1월 중순께, 들어본 적 없는 한 출판사와 SBS 텔레비전 프로그램 '내 마음의 크레파스'의 한 작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가 쓴 손자 육아일기가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며 이를 방송에 내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제의를 받은 나는 '반가움'보다는 '갑작스러움'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올해 13살, 6학년 되는 손자 아이가 한창 감수성 예민한 시기인데 엄마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 슬하에 자라는 사실이 전국 알려져 손자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을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공중파 출연, 부담되기도 했습니다만...
그러다 다시 생각을 해봤다. 내가 10여 년간 쓴 육아일기가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 쓴 것도 아니였다. 굳이 흠이 있다면 할아버지의 시각으로 손자를 키우며 작성한 기록이라는 것뿐이었다. 그것만 빼면 지나치게 예민하게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만약 내가 쓴 손자 육아일기가 텔레비전에 방영된다면 아무런 죄의식·책임의식 없이 이혼을 쉽게 하는 현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는 판단에 용기를 내 출판과 방송 출연에 응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출판사 취재는 손자·할아버지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취재에 응한 것이라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텔레비전 방송 녹화를 위한 취재였다. 담당 프로그램 작가와 연출자는 우리 집을 찾아 몇 시간에 걸쳐 1차 상담 취재를 진행했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촬영에 임하면서 염려되는 게 또 있었다. 그건 바로 손자의 천방지축 성격이었다. 이런 모습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는 게 괜찮을지 부담이 됐다.
이런저런 걱정을 안고 시작된 촬영은 10여 일이 다 되도록 담당 연출자가 매일 우리집에 머무르다시피 하며 우리 가족의 일상생활과 손자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내가 공연한 짓을 해 내세울 자랑거리도 없는 우리 집 가정사를 전국에 퍼트리는 게 아닌가라는 후회와 두려움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있으랴. 이미 방송사와의 약속으로 진행된 촬영 일정을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다. 우리 가족이 출연한 프로그램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촬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을 바꿨다.
그런 마음가짐 덕분에 손자 아이와 컴퓨터 타자 시합도 하고, 탁구도 치고, 게임도 즐겼다. 또, 온가족이 모여 생일 축하 파티도 하고 외식도, 그리고 태권도 국기원 심사에도 함께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 조상의 뿌리를 찾아 윤관 장군 묘역도 참배하고, 오랫동안 손 놓고 지냈던 서예도 가르쳤고, 산행도 함께했다. 모처럼 손자 아이와 지낸 즐거운 시간이 오붓하기만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10여 일간의 촬영이 끝났다. 우리가 촬영에 임한 프로그램은 2월 6·7일 오후 5시 30분 SBS '내 마음의 크레파스'에 방영된다(스페셜 방송은 2월 11·12일 오후 4시 40분에 방영).
방송 촬영을 계기로 손자 아이와 할아버지의 관계가 한결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도영아! 사랑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잘 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