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민주당 초재선 의원 22인의 '탈계파 혁신 연구 모임'인 '주춧돌'의 1차 토론회 '한국 정치의 나아갈 길' 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발제를 하고 있다.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민주당 초재선 의원 22인의 '탈계파 혁신 연구 모임'인 '주춧돌'의 1차 토론회 '한국 정치의 나아갈 길' 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발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보수의 책사'로 불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찬조 연설에 나섰다. "문재인 후보는 반대 진영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왜 문재인이 대통령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한 그의 연설에는 "찬조연설의 정답"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찬조연설 유튜브 조회수가 40만을 훌쩍 뛰어넘어 재방송에 이르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선에서 패배했다. 윤 전 장관이 "국민들 앞에 겸손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서로 다른 이해를 조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민주적인 리더"라고 표현한 문 전 후보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대선 패배 후 40여 일이 지난 지금 윤 전 장관은 문 전 후보와 민주당을, 그리고 그 앞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초·재선 모임 '주춧돌'의 첫 정례세미나에 참석한 윤 전 장관은 민주당을 향해 "이념 정치에서 생활 정치로 옮겨 가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도 생활정치의 어젠다를 새누리당에 빼앗긴 채 여전히 이념정치를 강조했다"며 "민주당은 이념 정치가 아닌 생활 정치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이념 문제로 치부될 수 있는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등 노동 현안 문제도 '생활 정치'의 차원에서 '노동자의 삶'으로 접근하면 된다는 것이 그의 충고다.

윤 전 장관은 문 전 후보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문 후보가 특전사 출신이니 낙하산을 메고 수없이 뛰어내려 봤을 것이다, 죽음을 향해 몸을 던져보면 나름의 사생관이 생긴다"며 "그런 기질이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생각보다 약해서 좀 실망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문 의원이 후보 시절 의원직을 던지지 않은 데 대해서는 "국민은 가진 걸 내놓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며 "그 때 의원직을 내놨다면 국민들이 결연한 의지를 읽고 감동 받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대선 패배 후 의원직을 내놓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 와서는) 우습지 않냐"며 반대 뜻을 밝혔다.

대선 평가 '전략'이 아닌 '당 정체성'으로 초점 옮겨야

윤 전 장관은 현재 이뤄지는 당 안팎의 대선 평가 초점을 '전략적 차원'이 아닌 '당의 정체성' 차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민주당은 19대 총선을 통해 당의 정체성이 친노적 정체성으로 확립됐다"며 "그 연장선에서 18대 대선 후보로 문재인 후보가 된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서민의 삶을 중시했지만 막상 국정 운영에서 분열과 배제의 정치, 기득권에 응징에 방점을 둔 정치를 했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이념 정치를 강조하는 측면을 여전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친노가 계승하려던 노무현의 정신 즉, '기득권 타파, 지역구도 극복, 국민 참여 확대' 등은 바람직했지만 막상 이를 실천하는 '노무현의 정치'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는 "민주당 정체성의 뿌리인 '보수적 온건 민주주의 세력'과의 연결이 중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보수 입장을 견지하며 적절히 진보 가치를 결합했다"며 "(그런데) 노무현 정부 이후 정통 민주당과는 다른 이질적 세력이 합류해 당 정체성이 좌클릭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정체성 좌클릭에 대해 국민이 판단한 결과물이 총·대선 패배라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중도 자유주의 이념을 민주당이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만, 윤 전 장관은 자신이 표현한 '중도'에 대해 "자기 이념의 절대성을 얘기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만이 절대 진리라는 태도가 아닌, 합리성과 타당성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라며 "좌클릭이나 우클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에 얼마나 타당하냐를 기준으로 중도를 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장관은 민주당의 앞날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3월 전당대회에서 형성된 새로운 지도부가 계파를 타파하고 기득권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국민이 감동하겠냐, 그것만으로 민주당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국민이 민주당의 변화된 모습을 흡족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제3의 대안을 찾으려고 생각할 것이고 이는 불행하고 피곤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민주당은 이번 전대도 그렇지만 총선을 앞두고도 심각한 환골탈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골탈태의 일환으로 그는 "수권정당으로서 모습을 갖춰야 한다"며 "민주당이 세계화와 동북아 질서 변화 속 시대적 과제를 극복할 수 있는 국가 운영 원리를 찾아 국민에게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역대 대통령이 집권 후 집권여당을 무력화시켰듯 박근혜 정부에서 새누리당이 무력화되면 민주당이 국회 권능을 살리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춧돌 세미나에는 30여 명의 의원이 참석해 의원들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주춧돌 운영위원인 김상희 의원은 "윤 전 장관이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고 당의 정체성을 정립하라고 조언했다"며 "민주당이 세포 하나하나까지 바꾸지 않으면 민주당에 희망이 없다는 각오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말했다.


#윤여준 #민주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