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주목해야 할 판결이 나왔다. 공인중개인은 계약의 체결을 중개해 당사자 사이의 계약체결을 성사시켰을 경우에만 중개의뢰인으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다.
이번 판결은 공인중개인이 중개의 노력을 했더라도 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이상 그 노력의 비율에 상당한 중개수수료를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 원칙임을 밝힌 것이다.
청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청주에서 부동산중개업사무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사단법인 모 협회 충북지부 부지부장의 "협회 사옥 신축 부지를 알아봐 달라"는 의뢰에 따라 물색해 2012년 6월 협회 측과 B씨와 C씨 공동소유의 부동산 및 지상건물에 관해 30억8000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시켰다. 이 협회는 C씨의 또 다른 토지도 8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매매계약을 토대로 작년 11월 협회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매매계약서 및 부동산거래계약신고필증에는 공인중개사 A씨의 이름이 중개인으로 기재됐다. 계약체결 후 A씨는 협회로부터 130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A씨는 "각 토지에 관해 B·C씨와 협회 사이에 매매계약을 중개해 계약이 체결된 것인데, B·C씨가 현재까지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법정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청주지법 민사3단독 이수현 판사는 1일 공인중개사 A씨가 토지 및 건물 매도인 B씨와 C씨를 상대로 낸 중개수수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수현 판사는 일단 공인중개사 A씨의 소개로 매매조건 등에 관한 양측의 협의가 진행되고, 또한 각 토지에 관한 물건분석서까지 작성해 협회에게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작년 4월 A씨 부동산사무소에 근무하던 중개보조인이 매매계약에 필요한 기본 서류를 제공하지 못해 결국 협회와 B·C씨 사이의 협의가 결렬되고, 이후 A씨가 아닌 B·C씨와 개인적 친분관계가 있는 협회 소속 D씨에 의해 협의가 다시 개시돼 결국 각 매매계약이 체결된 점에 주목했다.
이 판사는 각 매매계약서 및 부동산거래계약신고필증에 원고의 이름이 중개인으로 기재돼 있기는 하나, 이는 협회의 내부 규정상 부동산 관련 매매계약에는 공인중개사가 반드시 포함돼 있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매매계약의 법정 중개수수료는 거래가액의 0.9% 이내인데, 협회는 공인중개인 A씨에게 각 매매계약 체결 후 거래가액의 약 0.3%에 해당하는 1300만 원만을 지급한 점도 주목했다.
이 금액은 각 매매계약의 중개에 대한 수수료 명목이라기보다는, 원고가 협회에게 각 토지를 소개시켜 주고 토지에 관한 물건분석서 및 매매계약서, 부동산거래계약신고서를 작성해 준 것에 대한 대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이 판사의 판단이다.
이 판사는 그러면서 "이런 점을 종합하면, 매매계약서 및 부동산거래계약신고필증에 A씨의 이름이 중개인으로 기재된 사실만으로는, 원고의 중개행위로 인해 매매계약이 체결됐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또한 원고의 중개행위로 매매계약이 거의 성사되기에 이르렀으나 협회 및 피고들이 중개수수료를 면할 목적으로 상호 공모해 원고를 배제한 채 직접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수현 판사는 특히 "부동산중개업자는 계약 체결을 중개해 당사자 사이의 계약 체결을 성사시켰을 경우에만 중개의뢰인에 대해 중개수수료의 지급을 구할 수 있음이 원칙이고, 중개인이 중개의 노력을 했더라도 중개행위로 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이상 그 노력의 비율에 상당한 중개수수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부동산중개인의 중개행위로 매매계약이 거의 성사되기에 이르렀으나 중개의뢰인들이 중개수수료를 면할 목적으로 상호 공모해 부동산중개인을 배제한 채 직접 매매계약을 체결했을 경우에는 민법 제686조의 취지 및 거래상의 신의칙 등에 비춰 사실상 계약의 체결을 성사시킨 경우에 준하여 중개수수료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개업자가 계약의 성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중개행위가 중개업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중단돼 중개업자가 최종적인 계약서 작성 등에 관여하지 못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신의칙 등에 기해 중개업자는 중개의뢰인에 대해 이미 이루어진 중개행위의 정도에 상응하는 중개수수료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