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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월 4일,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입니다. 그러나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동장군은 밤새 폭설을 몰고 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니 온 천지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습니다. 지난주에 계속된 따뜻한 날씨로 겨우 눈이 다 녹아내렸는데, 마치 겨울을 다시 시작이라도 할 듯 폭설이 온 천지를 덮고 있습니다.

겨울신사로 변한 장독대
 겨울신사로 변한 장독대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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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을 수북이 담아 놓은 화로
 쌀밥을 수북이 담아 놓은 화로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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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신사가 검정 두루마기에 흰 눈 모자를 둘러쓰고 아침인사를 합니다. 눈이 내리면 장독대는 언제나 멋진 신사로 변해 있습니다. 빈 화로가 하얀 쌀밥을 수북이 담아놓고 아침식사를 하라고 하는군요. 어? 저기 테라스에 놓아둔 캠핑 탁자가 그대로 둥그런 도넛으로 변해 있네요!

도넛으로 변한 캠핑 탁자
 도넛으로 변한 캠핑 탁자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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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으로 변환 전등
 아이스크림으로 변환 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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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저건 또 뭐야?

"쥔장님, 해님이 뜨기 전에 절 먹어주세요."

둥그런 전등이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변해 후식을 제공해주고 있군요.

"오케이, 녹기 전에 널 먹어주지. 후후~. 오늘 아침 식사는 캠핑 도넛에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먹어야겠군. 그럼 점심은 화로 쌀밥을 먹어야겠네."

눈이 내리면 늘 '눈이 쌀이나 다른 식량으로 변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 세상에 배고파 굶어 죽는 사람은 없어지겠지요.

하얀 성벽으로 변해있는 주상절리
 하얀 성벽으로 변해있는 주상절리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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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도 눈을 뒤집어쓰고 누군가로부터 편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나무 가지가 쌓인 눈으로 버거워 하고 있습니다. 질척거리던 임진강도 다시 하얀 눈에 덮였고, 주상절리도 흰 눈 성벽으로 변해 있습니다. 

하늘에는 기러기들이 끼룩거리며 날아가고 있습니다. 하루 만에 온 세상이 설경으로 변해 있습니다. 마치 어느 북극지방의 마을에 불시착을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맙니다. 이곳 경기도 연천군 동이리는 이렇게 온 천지가 하얀 눈으로 덮이면 동화 속 같은 세계로 변하고 맙니다.

파랗게 움트는 블루베리 새싹
 파랗게 움트는 블루베리 새싹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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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폭설이 내려도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현관에 놓아 둔 블루베리 나무에는 파란 새싹이 움트고, 산수유도 눈 속에서 꽃망울을 맺고 있습니다. 텃밭에는 새파란 시금치가 눈 속에 파묻힌 채 움트고 있습니다. 폭설 속에서도 봄이 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산수유 꽃망울
 산수유 꽃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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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에서 파랗게 자라나는 시금치 싹
 눈속에서 파랗게 자라나는 시금치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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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님이 오시도록 눈 길을 쓸어 놓아야겠어."

눈삽을 들고 눈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창고로 가는 길, 쓰레기장과 정자로 가는 길, 그리고 대문으로 가는 길에 작은 길을 냈습니다. 그 다음에는 대문으로 올라오는 경사진 길에 쌓인 눈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언덕길은 눈이 얼기 전에 치워야 합니다. 눈을 치우지 않으면 그대로 얼어붙어 너무 미끄러워서 걸어 다니기도 어렵고, 자동차도 다닐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눈이 녹아내리다가 그대로 얼어버리면 치우기도 어렵습니다.

봄님이 오시도록 눈길을 내다
 봄님이 오시도록 눈길을 내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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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자주 치우다 보니 이제 제설작업도 요령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먼저 길 가운데를 제설 삽으로 밀고 내려가 길을 내고, 다음에는 길 양쪽으로 눈을 밀어냅니다. 마지막에는 대빗자루로 남은 눈을 쓸어줍니다. 이렇게 3단계로 제설작업을 하고 나면 바닥에 눈이 얼지 않아 미끄러움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대문앞 언덕길 눈 치우기
 대문앞 언덕길 눈 치우기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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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작업으로 치운 언덕길 눈
 3단계작업으로 치운 언덕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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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푹해서 그런지 눈이 매우 무겁군요. 지난주에 나무지팡이를 만들다가 오른 손목 인대가 늘어나 고생을 하고 있는데, 무거운 눈을 치우다 보니 손목이 시큰거리고 저려오네요. 그러나 눈을 치우는 작업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살살 달래가며 제설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오전 9시부터 눈을 치우기 시작하여 12시가 다 되어서야 제설작업을 마쳤습니다. 겨우 길을 내는 작업이지만 온몸이 땀에 흥건히 젖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주에 서울에 사는 J 선생님이 주신 '입춘' 방을 현관문에 붙였습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입춘방
 입춘대길 건양다경-입춘방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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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눈을 치우고 입춘방을 붙여놓고 보니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올해는 저 입춘방처럼 정말 모든 사람들에게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기원해봅니다.

"봄아, 어서 오너라!"

추운 겨울이 빨리 지나가고 따뜻한 봄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입춘폭설, #입춘대길, #봄이오는소리, #연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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