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빵집' 규제 불똥이 프랜차이즈 빵집으로 튀었다. 오랜 진통 끝에 제과점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기업은 제과점 사업을 할 수 없고 기존 프랜차이즈나 인스토어형 빵집도 신규 출점이 제한된다.
프랜차이즈 빵집, 500m 거리 제한... 대형마트 입점은 허용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유장희)는 5일 오전 반포동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제21차 동반성장위원회를 열고 제과점업, 음식점업 등 16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 권고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은 건 '재벌 빵집' 논란을 불러일으킨 제과업종이었다. 동반성장위는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같은 프랜차이즈 빵집과 대형마트나 백화점 내 '인스토어형' 제과점 모두 점포 확장을 자제하도록 했다.
다만 프랜차이즈 빵집의 경우 전년도말 점포수 2% 이내에서 가맹점 신설을 허용하되 기존 중소제과점과 500m 이상 거리를 두도록 했다. 인스토어형도 유통산업발전법 등을 준수해 개점한 백화점, 대형마트, SSM, 호텔 내 출점만 허용하기로 했다. 또 기존 제과점 인수합병이나 업종 변경을 통한 대기업 신규 진입도 자제하기로 했다. 이번 권고는 오는 3월 1일부터 2016년 2월 말까지 3년간 적용된다.
아울러 한식, 중식, 일식, 서양식, 기타 외국식, 분식 및 김밥, 그 외 기타 음식점업 등 7개 업종도 대기업 신규 진입과 확장이 제한된다. 다만 복합다중시설이나 역세권, 신도시 및 신상권 지역 내 출점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기로 해 허용 범위를 놓고 대-중소기업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이밖에 ▲자동판매기 운영업 ▲자전거 및 기타 운송장비 소매업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 ▲가정용 가스연료 소매업 ▲중고자동차 판매업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 등도 중기 적합업종에 포함됐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생계형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은 무너져가는 골목상권을 지키고 대-중소기업 모두의 동반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금번 생계형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과정 중 일부 품목에서 다소간 갈등과 대립이 있었으나 대승적 차원에서 끝까지 협의에 참여하고 노력해주신 덕분에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며 지정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동네빵집 "파리바게뜨 확장 차단으로 희망 갖게 돼"실제 대한제과협회 등 동네빵집 업주들은 이번 조치를 크게 환영했지만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제과업체들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기존 가맹점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5일 동네빵집 대표 300명과 함께 동반성장위에 중기 적합업종 신청서를 냈던 김서중 대한제과협회 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신규 출점 동결을 목표로 했는데 확장 자제에 그쳐 아쉬운 점은 있지만 신규 출점을 2%로 제한하고 500m 거리 제한을 두기로 해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규제가 아티제 등과 같이 대형유통점에 입점한 '재벌 빵집'보다 프랜차이즈에 초점을 맞춘 데 대해 김 회장은 "그동안 동네 빵집의 실질적 피해는 파리바게뜨의 과도한 확장 때문에 발생했다"면서 "신규 출점이 제한되는 것만으로도 동네 빵집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고 반겼다.
김 회장은 "10년 전 전국 1만7천~1만8천 개에 이르던 동네빵집은 최근 1/4인 4~5천 개로 줄고 특히 최근 3년 사이 급감했는데 그동안 파리바게뜨 가맹점은 1700여 개에서 3000여개로 늘었다"면서 "동네빵집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 새 점포를 내 문닫게 만드는 등 파리바게뜨의 도덕성 문제 때문에 들고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비상'... "신규 출점 사실상 힘들어"반면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샹 등 3200여 개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SPC그룹 이준무 부장은 "공정위에서 이미 (동일 가맹점간) 500m 거리 제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신규 출점은 힘들다"면서 "신규 2%를 허용하고 있지만 자연 폐점을 대체할 수 없어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 결국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 부장은 "사업이 어려워지면 본사 차원의 가맹점 투자나 마케팅 지원이 줄어 가맹점주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100여 명은 지난해 12월 동반위를 찾아 중기 적합업종 신청 반려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전달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갈등이 확산되자 동반위도 애초 지난해 12월 27일 예정이던 중기 적합업종 선정을 올해로 미뤘다.
지난해 12월 1281개에 이르는 '뚜레쥬르' 확장 자제를 선언했던 CJ푸드빌 역시 "500m 거리 제한 결정은 기존 공정위 거리 제한에 이은 이중 규제로 사실상 확장 자제가 아닌 사업 축소의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베이커리 업종 전체에 대한 거리 제한에 해당, 경쟁 저해는 물론 소비자의 기본적 선택권과 후생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빕스, 비비고, 더플레이스 등 외식사업 비중이 큰 CJ푸드빌은 음식업종이 중기 적합업종에 포함된 데 더 큰 우려를 나타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외식 사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을 추진해 왔는데 이번 조치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이번 규제가 법률이 아닌 권고 형태여서 두 업체 모두 법적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반면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이날 "프랜차이즈 자영 가맹점주 역시 골목상권을 지키는 소상공인"이라면서 "동반위 결정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대기업 직영 체인사업이나 대기업 투자비용이 50% 초과한 프랜차이즈형 가맹점과 달리 개인이 100% 자본을 투자한 자영 가맹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상에 포함될 수 없고, 출점제한도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