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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10시 30분. 은평구에 위치한 한 주민센터는 구석진 자리 책상 주변을 제외하면 한산한 편이었다. 책상과 맞닿은 벽면에는 '보육료, 양육수당 신청'이라고 적힌 종이가 크게 붙어있었다. 그곳에서 어린아이를 안거나, 아이가 탄 유모차를 끌고 온 여성들이 한창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올3월부터 소득에 상관없이 만 5세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보육료나 양육비가 지원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경우 만0세는 39만4000원, 만1세는 34만7000원, 만2세는 28만6000원을 지원하고, 누리과정대상인 만3~5세는 연령구분 없이 22만원을 지원한다. 어린이집 등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에는 개월수에 따라 최대 20만원에서 10만원까지의 양육수당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가정에서 양육하면 현금이 지급되고 자녀를 보육시설에 맡기면 '아이사랑카드(유치원은 아이즐거운카드)'를 통해 보육시설 비용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보육료와 양육수당 첫 신청 일이던 4일, 보건복지부 온라인 접수 누리집인 '복지로(http://www.bokjiro.go.kr)'에는 최고 25만 명의 접속자가 몰려 한 때 신청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프라인 접수창구인 읍·면·동 주민센터도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보육료 등을 지원받는 대상자는 327만명이다.

"정책은 좋은데 홍보가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올 3월부터 다섯 살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무상보육제도가 시행된다. 나이별로 자녀를 보육시설에 맡기거나 가정에서 양육하면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올 3월부터 다섯 살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무상보육제도가 시행된다. 나이별로 자녀를 보육시설에 맡기거나 가정에서 양육하면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다. ⓒ 박현진

5일 기자는 서울 은평구와 영등포구 주민센터 두 곳과 서초구의 한 곳을 각각 찾았다. 2월까지만 신청하면 된다는 언론보도 때문인지 첫날만큼 복잡하지 않았다. 은평구 한 주민센터 공무원은 "어제는 도깨비 시장처럼 복잡해 정신이 없었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한산했다"며 "어머니들이 선착순이라고 오해를 하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득기준이 있을 때는 까다로웠는데, 이번에는 혜택을 다 받아서 좋아요. 근데 늦게 신청하면 (지원금이) 늦게 나온다는 이야기가 엄마들 사이에 돌아서 다들 서둘렀어요. 나중에 뉴스를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정책은 좋은데 홍보가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두살짜리 아이를 둔 은평구의 한 주민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어떤 엄마는 혹시라도 지원금을 늦게 받을까 걱정해서 어제 아침 일찍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보편복지도 좋지만 정책이 휙휙 바뀌어버려서 좀 혼란스럽다"며 "홍보에 좀 더 신경써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초구의 한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주민도 "누리집에 접속이 안 돼 걱정했다"며 "나중에 방송 뉴스를 보고 천천히 해도 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줄을 설 만큼 붐비지는 않았지만 5일에도 기자가 찾은 주민센터마다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있었다.
줄을 설 만큼 붐비지는 않았지만 5일에도 기자가 찾은 주민센터마다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있었다. ⓒ 박현진

점심시간 즈음, 찾은 영등포구의 한 주민센터도 여유로웠다. 다만 이곳은 영등포구 내에서도 지원대상 가정이 많은 편이어서 신청자들이 꾸준히 찾았왔다. 그래도 구청 예산지원으로 아르바이트 직원을 한 명 뽑아, 담당 공무원의 창구가 크게 붐비지는 않았다.

"담당 공무원인 저도 1월 말에 뉴스를 보고 정책시행을 알았어요. 그래도 여기는 추가 인력이 있어서 그나마 나은 편인데... 한꺼번에 신청자가 몰리니 서류처리로 4시간 정도 야근을 했어요. 오늘도 마찬가지일 것 같고요. 정책이야 상황에 맞추어 바뀌는 거지만 일선 공무원들은 좀 혼란스럽죠."

이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은 "우리 주민센터는 정책시행 발표 후 통장들을 통해 홍보물을 수혜가정에 돌려 혼란이 적었다"며 "정책이 자주 바뀌니 신청하러 온 주민들이 '신청을 내년에도 다시 해야 되느냐'고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준비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시행한다면 주민은 물론이고 공무원의 어려움도 적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대화를 나누는 중간에도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이런저런 서류가 팩스로 넘어왔다. 그는 "온라인으로 신청했던 분들도 제대로 신청이 된 건지 문의하는 전화가 온다"며 "몇몇 서류가 제출되지 않아 팩스로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어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은정 간사는 "신청자가 몰릴 게 충분히 예상되었을텐데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시민들에게 좀 더 신뢰감을 주어야한다"며 "작년에도 보육료 지원을 두고 예산문제로 혼란이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육료와 양육수당 지원도 좋지만 인프라 확충이 이어져야 한다"며 "국공립 어린이집 시설비중이 5%인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단순히 부담경감만으로는 보육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 초에 정책이 결정되어 수혜자들에게는 홍보가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읍·면·동 주민센터를 통해 홍보 리플릿과 포스터를 배포하는 등 지속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필요성에 대해서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양질의 보육 인프라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과 민간 보육시설 수준향상을 위해서 애쓰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박현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 입니다.



#보육료#양육수당#무상보육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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