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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6일 통계청이 2012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2007년부터 해왔으므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의 사교육비 추이를 모두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과연 이명박 정부에서의 사교육비 추이는 어땠을까? 각종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내리 사교육비 총 규모가 줄었고 지난해는 조사 이후 처음으로 절대규모가 20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전년대비 5.4% 감소한 수치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2012년은 사교육비가 조사 이후 처음으로 20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년대비 5.4% 감소한 수치이다. 하지만 학생수 감소의 영향이 커서 학생 1인당 사교육비 감소는 1.7%에 그쳤다.
▲ 2012년 사교육비 규모와 증감률 2012년은 사교육비가 조사 이후 처음으로 20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년대비 5.4% 감소한 수치이다. 하지만 학생수 감소의 영향이 커서 학생 1인당 사교육비 감소는 1.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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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총규모가 줄어든 요인 중 하나는 절대 학생 숫자의 감소에 있다. 학생 숫자가 줄어들었던 것을 감안하여 계산한 전체 학생 1인당 월 사교육비를 보면 실제 감소율은 불과 1.7%로 떨어진다.

그런데 하나 더 주목할 점이 있다. 사교육을 아예 받지 않는 학생들이 꽤 늘었다는 점이다. 사교육 참여율이 처음으로 70%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여 "실제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사교육비"를 계산해보면 오히려 1.6%가 증가했다. 결국 사교육을 계속해서 받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사교육비가 줄지 않고 올랐다는 것이고, 그만큼 부모들의 부담도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2010년 이후 증가추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사교육을 계속 받는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조사이후 지금껏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다.

어느 가정의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줄었을까

이명박 정부에서 사교육비 변화의 특징은 입시 위주의 중 고등학교 사교육비는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올랐는데 유독 초등학교 사교육비만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일단 입시위주 교육정책이 전혀 완화되지 않았음을 반증해주는 것이다. 동시에 초등학교 사교육이 왜 감소했는지를 별도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떨어진 이유는 학생당 사교육비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교육을 안 받는 초등학생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부모의 소득이 낮은 경우에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부모의 소득이 100~200만 원 구간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사교육 참여율이 무려 15.7%나 하락했고, 부모 소득구간이 200~300만 원인 경우의 초등학생들도 참여율 하락이 12.4%나 되었다(그림 2 참조). 우리나라 가구 평균 소득(도시 2인 이상 실질 소득 380만 원) 이하의 초등학생들의 경우 사교육을 중단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떨어진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교육을 안 받는 초등학생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부모의 소득이 낮은 경우에 두드러진다.
▲ 부모의 소득 구간별 초등학교 사교육 참여율 비교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떨어진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교육을 안 받는 초등학생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부모의 소득이 낮은 경우에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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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유념할 것은 부모 소득이 100~300만 원 저소득 가구의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사교육비는 여전히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은 저소득 가구들도 입시를 위한 사교육을 포기하지 못하면서 입시 반경에서 다소 멀리 있는 초등학생 자녀들의 사교육을 포기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수도권 젊은 엄마들이 사교육 지출을 줄였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만 더 확인을 해보자. 우선 어머니 연령대 별로 사교육비 지출 추이를 추적해보면, 비교적 경제력 규모가 되고 재학 중인 자녀가 많을 40대 어머니의 경우 사교육비가 줄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경제력 규모가 취약할 가능성이 있고 초등학생이 많을 개연성이 있는 20~30대 어머니의 사교육비는 빠르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사교육비가 줄어들었던 초등학교 사교육비 증감 추이를 지역별로 살펴보자. 경기와 인천, 서울 등 수도권의 사교육비 감소율이 단연 눈에 띈다.

엄마 연령대 별로 사교육비 지출 추이를 추적해보면, 비교적 경제력 규모가 되고 재학 중인 자녀가 많을 40대 어머니의 경우 사교육비가 줄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경제력 규모가 취약할 가능성이 있고 초등학생이 많을 개연성이 있는 20~30대 어머니의 사교육비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지역별로는 경기와 인천, 서울 등 수도권의 사교육비 감소율이 컸다.
▲ 엄마 연령대별과 지역별 사교육비 지출 추이 엄마 연령대 별로 사교육비 지출 추이를 추적해보면, 비교적 경제력 규모가 되고 재학 중인 자녀가 많을 40대 어머니의 경우 사교육비가 줄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경제력 규모가 취약할 가능성이 있고 초등학생이 많을 개연성이 있는 20~30대 어머니의 사교육비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지역별로는 경기와 인천, 서울 등 수도권의 사교육비 감소율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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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어떤 잠정적 결론이 나올까. "서울 수도권의 젊은 엄마들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사교육비를 줄여나간 것이 전체 사교육비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서울 수도권의 젊은 엄마들은 무슨 이유로 초등학생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줄였을까? 통계청의 자료만으로 이를 근거 있게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몇 가지 가설은 던질 수 있겠다. 우선 계속되는 경제위기와 저성장으로 인해 소득 상승이 부진한 결과, 소득이 적은 젊은 부모들이 입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초등학생들의 사교육비를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2010년 교육감 선거의 영향이 얼마간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무상급식의 열풍 아래 처음 치러진 전국적인 교육감 선거와 초등학교 중심으로 유행한 혁신학교 등이, 서울 수도권의 젊은 학부모들에게 과도한 사교육을 일정하게 억제하는 효과가 얼마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아직 단순한 가정에 불과하다. 다만 2010년은 경제성장률로만 보면 6.3%라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반환점이 되었다. 때문에 그 이유를 오직 경제적으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2010년은 교육종사자 숫자가 186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역사상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며 대학진학률이 80% 밑으로 추락한 해이기도 하므로 좀 더 구체적인 분석이 요청된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2010년을 분기점으로 서로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종합적 측면으로 볼 때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사교육을 포기하거나 더 많은 비용을 내고 계속하거나" 양 극단의 선택에 학부모들이 계속 몰렸던 것으로 판단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병권 기자는 새사연 부원장입니다.



태그:#사교육비, #초등학교 사교육비, #엄마 연령별 사교육비, #지역별 사교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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